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131847

[로건] 우리도 그렇게 나이를 먹고...




제가 [로건]을 보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시간의 덧없음'입니다.

영화 속 울버린은 힐링팩터 돌연변이로, 그는 늙지 않고 죽지도 않지요. 하지만 현실 속 휴 잭맨은 나이도 먹고 예전같지가 않아요. 

영화 속 악당의 대사 한 마디가 정확하게 제 생각을 대변해 주네요. "그 울버린이 이렇게 되다니..." 저한텐 그렇게 들립디다. 마치 저가 제 자신한테 하는 소리 같았어요. "내가 이렇게 되다니..."

불멸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의 시간도 시리즈가 늘어나면서 함께 늘어나고, 그것을 계속 지켜본 관객들의 시간과 나이도 늘어나지요. 
엑스맨을 처음 영화로 접한 것은 중학생 때 일입니다.

그 후로 17년이 지났고, 휴 잭맨도 영화 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얼굴에 주름이 늘었어요. 그리고 영화 시리즈 처음부터 보아온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고요.

당시 처음의 엑스맨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였지요. 그것이 이제는 19세 이상 관람가가 되었네요. 저와 마찬가지로, 처음 나온 엑스맨 영화를 접했던 분들은 이제 적어도 동년배이거나 그 이상이 되었겠군요. 그렇다면 마땅히 관람 등급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이기적인 걸까요?

그때는 하루 10시간씩 앉아있어도 멀쩡히 밤에 부활동을 할 수 있었고 다음 날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키는 하루하루 다르게 컸고 주변에는 조건없이 사귈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3시간만 앉아있어도 관절에서 소리가 나고 아침에 알람소리에 기대어 겨우 일어납니다. 체중은 늘고 근육량은 갈수록 줄어요. 주위에는 조건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더 이상 주변에 엑스맨 프랜드도 없고 존경받는 은사도 있어야 할 학교도 없습니다. 하루하루 간신히 버텨가며 지켜야할 것들만 남았네요.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힘을 내보고자 하는 건, 앞서 말했던, 지켜야 할 것들, 소중한 것들,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랑스러운 미래를 위해서라고 감히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쉬운 것은 추억으로 남기고 이제 앞으로 있을 미래를 남기기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지루한 넋두리와 함께 글을 마칩니다.

댓글
  • Hinazen 2017/03/06 12:21

    하지만 코믹스 세계에선 힐링팩터 재가동!!! 하는 스토리도 있죠 ㅋㅋㅋ

    (Cx3Ij0)

  • 내멋대로할게 2017/03/06 12:22

    저도 로건을 보면서 엑스맨을 처음 접했던 어린 시절과 지금의 저 그리고 어렸을 때 강하게만 보였던 아버지가 떠올라서 더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혼해서 자식까지 생기신 분들은 감회가 더 새로울 것 같네요...

    (Cx3Ij0)

  • 두룸 2017/03/06 12:33

    문장력이 탁월하심돠.
    감탄하고 살포시 붉어진 눈시울을 훔쳐봅니다.

    (Cx3Ij0)

  • 복이네 2017/03/06 13:16

    찡해졌어요 ㅜㅜ 안녕.. 나의 시절

    (Cx3Ij0)

  • 울산추적 2017/03/06 13:20

    로건이 죽기직전
    "이런 기분이었구나.."
    라고 하는게 정말...
    엑스맨의 마지막 무덤
    탄성이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Cx3Ij0)

  • 없대연봉 2017/03/06 13:42

    훌륭한 리뷰네요... 영화가 하려던 말이 바로 이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Cx3Ij0)

  • 봉자 2017/03/06 14:46

    엑스맨 시리즈 안봤었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내용이
    판타지영화가 아니라 그냥 휴먼드라마 같았어요
    글쓴이가 영화보고 느꼈던 그런 마음을 저도 어느정도나마 느낄 수 있었던

    (Cx3Ij0)

  • 사고회로 2017/03/06 18:32

    그냥 너무 때려부시기만 해서 시리즈 다 안본사람한테는 b급 영화네요

    (Cx3Ij0)

  • 냉기 2017/03/06 18:32

    생각해 보니 엑스맨이 내 청춘의 시간이 다 담겨져 있었더군요...울버린의 마지막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맘이  ㅜ,ㅜ
    이제 50이 다 되어가는군요 ...아 내 청춘

    (Cx3Ij0)

  • 부캐 2017/03/06 18:34

    울버린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교수님 이야기가 전 더 와닿더라고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스토리가 참...

    (Cx3Ij0)

  • 아우띠 2017/03/06 18:40


    아.. 인공지능..

    (Cx3Ij0)

  • 온달 2017/03/06 19:09

    절대 그들이 원하는대로 살지마세요

    (Cx3Ij0)

(Cx3Ij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