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모토 Kimoto 라이카 Leica M3 도그이어 케이스 제작기

라이카 M3 도그이어 카메라를 영입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이 친구는 촬영용이 아닌 관상용에 가까운 쓰임새로 집에 들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모셔온 라이카 M3를 아끼고, 정성을 들여야 하는데 헐벗은(?) 상태로 부끄럽게 카메라를 노출할 수는 없었습니다. 도그이어가 아닌 라이카 M3 후기형 제품들은 기성 카메라 케이스에 관한 선택지가 많았습니다. 도그이어를 들인 원죄에 대한 혹독한 대가로 핸드메이드 케이스 제작을 고려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위아래를 가리기 어려운 핸드메이드 카메라 케이스 업체 세 군데를 직접 방문해보고, 제 취향에 디자인과 솜씨가 마음에 와닿는 업체를 고르느라 몇 달을 고심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 업체가 ‘마키 & 키모토(Maki & Kimoto)’입니다. “고만고만한 카메라 케이스를 뭘 그리 신중하게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하냐?”고 물으신다면 제 변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키모토는 가죽 패턴을 일반적인 두 개로 분할하지 않고, 한 개 패턴으로 구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버려지는 가죽 부피가 늘어나 제작효율은 떨어지고, 바느질이 어렵지만 하나로 된 가죽이 중간에 이음새 없이 일체감이 있는 모양으로 완성됩니다. 여기에 더해 키모토 만의 시그니처인 측면 스티치 문양과 번쩍이지 않는 차분한 광택을 지닌 스프링 도트 단추는 디테일을 마무리해줍니다. 가죽 소재는 소 엉덩이 부분에서 얻은 '브라이들(Bridle)' 을 사용했습니다. 본래 말안장이나 굴레 제작용으로 많이 쓰였으나, 최근에는 가방 및 액세서리 등 다양한 용품에 적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브라이들은 내구성이 강하고, 오래 사용하면 시간이 가죽에 배어나서 세월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케이스에 덧붙여 스트랩은 키모토 ‘빈티지 넥스트랩’ 블랙 색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요즘에 한참 유행하는 실크 재질 스트랩보다 부드럽지 않지만, 모든 것이 가죽 재질로 제작되어 튼튼하고, 자주 사용하면 점점 더 유연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키모토에서 며칠 전부터 스트랩 전 제품군을 50% 할인하고 있어 고가 스트랩이 유행인 지금 시점에서 구매 결정이 쉬워졌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아래 링크를 접속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kimoto.co.kr/all
여담이지만, 업체를 방문해서 안 사실은 마키와 키모토는 가죽 케이스를 만들고 있는 제작자 분들의 별명이었습니다. 두 분 모두 라이카 유저로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어 라이카 카메라 이야기를 나누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케이스 제작에 많은 도움을 주신 ‘까만까마귀’님에게 이 포스팅을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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