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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직 변호사입니다. 민식이법의 형량에 대한 고찰...

이른바 민식이법 중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게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입니다. 사실 스쿨존에서 주의의무 위반은 그 자체만으로 12대 과실에 포함되기 때문에 거의 예외없이 이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모든 범죄는 고의범 아니면 과실범입니다. 똑같은 결과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행위한 것과 실수로 그리된 것은 범인이 비난받아야 할 책임의 무게가 다르지요. 형량도 생각보다 차이가 많이 납니다. 어차피 우리가 이룩한 문명이란게 어느정도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사회임을 감안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고의와 과실의 죄책이 다르다곤 하지만, 이게 불합리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단순한 실수로 사람을 죽인 것과, 죽일 생각까지는 아니었지만 두들겨패다가 죽게 만든것이 형량이 똑같다면 그것도 불공평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일부 고의와 일부 과실이 결합된 형태를 따로 규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 OO치사상죄 하는 게 대부분 이런 겁니다. 그러니까 모든 범죄는 고의범이나 과실범, 혹은 그 결합 형태(이를 결과적가중범이라고 합니다)이지요.


서론이 길었는데,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의 요소와 결합되지 않은 순수한 과실범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입법은 민식이법밖에 없습니다. 순수한 과실범 중에서는 가장 무겁다는 뜻이고, 거의 고의범에 준하여 처벌한다는 얘기지요.


쉽게말해 민식이법은, 스쿨존 안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운전자의 책임이, 수백명의 목숨을 책임지는 높은 기량이 요구되는 여객기 조종사 같은 전문인보다도 훨씬 무겁다는 뜻입니다. 조종사가 과실로 비행기 추락시켜서 수백명을 죽게 해도, 업무상과실치사죄와 항공안전법위반 같은 걸 경합해봐야 이정도 형량은 안나오거든요.


다른 범죄와도 비교해볼까요. 비슷한 형량을 규정하고 있는걸 찾아보니까.


체포감금치사죄가 나오는군요. 이것도 사실은 형법에 있는 기본범죄를 특가법으로 한번 가중한 겁니다. 무기 또는 3년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민식이법이랑 똑같네요.  스쿨존 안에서 어어 하다가 어린이를 치여 죽게한 놈은, 사람을 잡아가뒀다가 죽게 만든것과 동급으로 나쁜놈이란 얘깁니다.


또 비슷한게 상해치사가 나옵니다. 근데 이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일뿐 무기징역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사고로 죽인 놈은, 사람을 패죽인 놈보다 더 나쁜 놈이란 얘깁니다.


그나마 제일 비슷한게, 최근에 특가법에 들어온 것중 하나가 위험운전치사 속칭 윤창호법입니다.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이상의 징역에 처하네요. 여러 모로 민식이법과 비슷한 입법입니다. 최근 사고를 계기로 특가법으로 가중된 형량도 그렇고, 피해자의 실명을 따서 불리는 것까지도요. 


그렇지만 위험운전치사상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실무에서는 교특법, 도교법 적용하는 것에 비해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서 잘 활용이 안되던 조항을 형량을 대폭 강화하여 재정비한 것이고, 어쨌건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상당히 도출되었을 뿐 아니라 음주운전 그 자체만으로도 고의적인 범죄라는 점에서 민식이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 논의 과정에서 교통사고 전문가인 한문철 변호사가 3년 이상의 형량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었구요.


스쿨존에서의 실수도 물론 해서는 안되겠지요. 근데 그게 음주운전과 동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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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1fl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