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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같던 어머니가 불륜 중이라는 걸 방금 알았습니다.

저는 사실 현재 하고 있는 커뮤니티가 없는데, 평소에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눈팅은 많이 해봤습니다.

보배드림 유저분들께 여쭤보면 좀 더 체계적인 조언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글을 올립니다.

제목 그대로 어머니가 불륜 중이라는 걸 방금 알았습니다.

 

저희 가족은 나름대로, 아니 사실은 사람들이 부럽다고 자주 말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 집이었습니다..

정말 말그대로 웃음이 끊이지 않고 가족들끼리 서로 늘 챙겨주고 살갑게 지냈고 그동안 큰 불화는 없었습니다.

(다만 뒤에도 얘기하겠지만 저희 자매가 아주 어렸던 1997년 IMF 때 아버지 회사에 문제가 생겨서 잠시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어머니가 유독 누군가와 통화를 너무 자주, 오래하고, 비밀이 많고, 거짓말이 많고...

지금은 불륜 빼박증거가 있으니 굳이 더이상 말할 필요 없겠지만 한마디로 전형적인 바람난 사람처럼 굴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의심병이 생긴건가 했지만 그러기에는 뭔가가 저를 너무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 저랑 단둘이만 있는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누가 봐도 의심할 수밖에 없게끔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 어머니가 샤워하시는 동안 어머니 폰의 카톡방 중 의심스러운 카톡방 하나를 대화 내보내기 했습니다.

폰 건드린 흔적이나 내보내기 한 흔적은 싹다 지웠구요.

 

현재, 대화내용을 대략 읽었고 워낙 파일이 길어서 전부 싹다는 못 읽었습니다.

저는 정말 최악의 경우라도 썸타는 정도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던 어머니는 약간 순진한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아주 오래된 불륜이네요. 상대도 처자식 딸린 사람입니다.

상대방이 자기 와이프랑 별거중인지 이혼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따로 사는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썸이다 뭐다 쉴드칠 여지도 없이 인터넷에서 보던 불륜남녀들처럼 정말 할짓안할짓 다해왔네요.

 

아버지, 어머니, 언니 아무도 제가 지금 이 불륜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아까도 과일 먹으라고 부르길래 아무렇지도 않게 가서 과일 먹고 웃고 떠들다가 다시 제 방에 들어와서 파일을 마저 읽었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현실자각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성적으로 보려고 해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아버지가 너무 불쌍합니다.

유치한 생각으로 어머니가 바람피웠으니 아버지가 무조건 피해자라고 생각해서는 아닙니다.

물론 아버지가 많이 가정적이시긴 합니다. 

어릴 때부터 언니친구들이나 제 친구들이 저희집에 놀러오면 깜짝 놀라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집안일도 요리, 청소는 기본적으로 아버지가 거의 해오셨습니다.

IMF 때 잠깐 힘들었다는 거 말고는 제가 기억하던 시절부터 고액연봉자셨고 지금도 어머니가 주는 용돈으로만 생활하십니다.

제가 부모님 주머니사정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보니 

경제권을 어머니가 전적으로 쥐고 있다는 것도 불안합니다.

... 구체적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상대방과 금전적 거래도 좀 있고 암튼 한마디로 돈이 새고 있더군요.

 

최소한 아버지에게 알리는 게 도리 같지만... 문제는 아버지가 최근 수술 비슷한 걸 하셔서 절대안정을 요합니다.

그리고.... 회복하신 이후에라도 차마... 너무 충격이 크실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비관하실까봐 너무 걱정됩니다.

 

... 어머니는...이제 보니 정말 교활한 사람 같기도 합니다.

드러나지 않아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자잘자잘한 거짓말들까지 퍼즐이 다 맞춰지니

어떻게... 어떻게 사람이 이럴수가 있나 싶습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갑자기 제가 눈치채게 된 요인이 그 불륜이 이제 불이 붙다못해 여차하면 살림차릴 판이더군요.

가족들 몰래 엄마만 불러서 제가 잘 얘기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여차하면 오히려 가정을 버릴 것 같기도 합니다.

 

웃긴 게 저도 어머니의 그 교활한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알게 되자마자 완벽한 작전을 수립하기 위해서 이렇게 커뮤니티에 글을 올립니다...

...하. 그러나 그 작전이라는 것도 목표가 이제는 불분명하네요.

처음에는 아버지 몰래 어머니를 가정에 확실히 돌아오게 하는 작전을 세우려고 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깨진 접시...ㅎ 딱 그 꼴이네요.

 

아버지가 최대한 충격은 덜 받으시면서 진실을 알게 되고,

이혼을 하더라도 금전적인 손해 없이 끝내는 것... 이정도가 최선일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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