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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아내입니다

아까 낮에 글쓴이의 아내입니다.

남편과 저 둘 다 보배 아이디가 없어서 제 핸드폰으로 아이디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아까 글쓴이와 같은 아이디로 씁니다...


댓글들을 보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런 황당한 상황이 한두 번도 아니고, 때때로 너무 자주 일어나다보니 '뭐가 잘못된 걸까?', '내가 뭘 잘못하는 걸까?' 많이 고민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댓글들을 보면서 눈물도 났고 왠지 모르게 위로도 받았고 내가 잘못된 건 아니구나 용기도 났습니다. 


남편은 결혼하고 나서 신혼 때 '장인장모, 형님과 그 부인, 그런 처가식구들은 다 사위의 아랫사람'이라고 말했던 사람입니다.

제가 아니라고 당신 윗사람이라고 하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안 믿었던...

결혼 전에 신접살림을 미리 들이고 둘이 먼저 함께 살았었는데, 결혼식 전날 '내일 결혼식 때 엄마랑 같이 가겠다. 엄마도 메이크업 해야 하고, 같이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가 남편이 싫다고 핸드폰을 던져서 새로 산 300만원짜리 티비를 부셨었고요,(이후로도 티비 한 번 더, 컴퓨터 모니터, 뭐 이것저것 많이 부셨습니다. 애 보는 앞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도 작살...)

엄마 생신이라고 백화점에서 3만5000원짜리 립스틱 하나 샀다가 욕먹었고요,

신혼 때 오빠한테 전화가 와서 가족들이 드라이브 나왔는데 집에 들릴까 물어보길래 그러라고 대답했다가 왜 자기 허락도 없이 니 맘대로 오라고 하냐고 난리난리피우고, 몇 번 그러고나서 오빠한테 계속 오지 말라고 했더니 이제 오빠가 집에 전혀 발길 안 하고요, 어쩌다 와도 엄청 눈치봅니다.

저희 엄마가 계셔도 개의치 않고 소리지르고 싶을 때 소리지르고 화를 냅니다. 

그러고 나서 엄마한테도 인사도 안 하고 그냥 쌩 나가버리죠.

친정에 갈 때는 출발하면서 집에 언제 올 건지 물어보고,

저희 할머니 상 당해서 상 치르고 오는 길에 살짝 짜증내면서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고 말하고 시댁으로 바로 가더군요.(아마 상 치르느라 우리 집에 이삼일 있었다는 뜻이었던 듯요...)

제가 임신했을 때 길에서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날 오후에 시어머니를 봬러 갔어요.

제가 자동차 앞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어머님 오셨는데 뒷자리로 안 비키고 그대로 앉아있다고 화를 내더군요.

(저는 평소에는 빠릿빠릿하게 비켜드리고 언제나 어머님 우선으로 하고요, 혹여 저희 엄마가 저희 차를 타시면 앞자리 앉으시는 거 남편은 엄청 눈치줍니다.대놓고. 뒷자리가 상석인데 왜 어른들이 앞자리를 좋아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ㅠㅠ )

뭐,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아무튼 남편의 성격은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남편은 결혼 전부터 직업이 없습니다. 계속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는 중이었고, 결혼하고 지금까지 일한 기간을 총 합쳐야 몇 달 되지 않아요.

보증금 1000만원 짜리 월세로 신혼을 시작했고, 집을 사고 대출도 받고 생활자금과 모든 건 제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최근 남편이 페인트칠하는 일을 구해서 일한 지 한 달 되었네요.

그동안 결혼해서 살면서 집안일이나 육아는 물론 제 몫이었습니다.(제 일이 집에서 많이 할 수 있어서 거의 집에서 일해요. 대신 하루에 몇 시간 잠을 못 자요. 낮에 육아랑 집안일을 하고나면 일할 새 없이 금방 밤이 오니까요... 애들 다 자고나면 일하고, 일하다보면 새벽에 애들 깨면 또 하루가 시작되죠...)

둘째 임신해서 골반이 내려앉아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물론 그럴 때조차 밖에 나가서 일하고 들어와 첫째아이 밥 차려 먹이고 설거지하고 제가 다 했고요.

첫째 아이 등원시키는데 남편 차로 유치원까지 간 날, 제가 도저히 못 걷겠다고 해도 화내면서 제가 가야한다고 해서 차에서 내려 유치원까지 데려다주는 거, 그게 뭐라고 그건 당연히 엄마가 해야 하는 거라고 화를 내서 제가 절뚝이면서 다녀왔습니다.

어쩌다 남편이 아이 밥 차려줄 땐(제가 일때문에 도저히 시간이 안 나서 부탁하면) 진짜 얄짤없이 아이 밥과 자기 밥만 딱 먹어요. 제 밥은 없음.

남편은 아주 가끔 설거지 좀 해달라고 제가 얘기하면 설거지하고, 빨래 널어달라고 제가 얘기하면 빨래 널고, 일주일에 한 번 분리수거하는데 그거 하고. 그런데 그마저도 어찌나 투덜대는지 요즘은 그냥 제가 합니다...

그리고 페인트일 하고부터는 집에서 진짜 진짜 손하나 까딱 안 하는데(위에 말한 저런 것도 안 해요)

어느 정도냐면... 원래 옷도 벗어서 그자리 그냥 두고 뭐 먹으면 그자리 그냥 두지만서도... 요즘은 진짜진짜 완전 쓰레기 하나 버리는 법 없이 음료 딱 까 먹으면 그자리 그냥 두는데... 어느 정도냐면... 화장실 오줌 누면 물도 안 내리고 그냥 나와요.


너무 길게 하소연하고 있네요...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처음이다보니 저도 모르게... 읽는 분들께 죄송합니다.


아무튼... 남편은 아까 글의 댓글들을 보고도 별 말이 없네요. 

그리고 저는 이혼하려고 합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망설여지지만

오랫동안 잘 참아왔다고 이만하면 됐다고 스스로 다독여보려고 합니다.
















 

댓글
  • 아침마다소똥냄새 2019/07/24 22:45

    어쩐지 전글에서 처형과 조카가 급히 나갔다는 부분에서
    남편이 평상시 심하게 대했나,,,
    도망가듯 빨리 가셨네라고 느꼈는데
    화장실이 급해서 어쩔수없이 갔고
    오래 있는게 눈치 보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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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날쏘자 2019/07/24 22:46

    되도록 남의 가정 사에는 댓글을 달지 않으려고 하나, 읽어 보니 참 마음이 답답하네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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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닉네임계속중복이래 2019/07/24 22:46

    에휴 토닥토닥 고생이 많았네요
    낮에 그 글만 보고도 어떤 사람인지 딱 감이 왔어요
    위추 드립니다~
    화장실이 급하긴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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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로정속주행개색히 2019/07/24 22:48

    야.
    남편 새끼 .
    집에서 나가.
    넌 남자들의 수치야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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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송 2019/07/24 22:49

    문제가있네요 님이요
    결혼전 직업도없고 성격도 후덜덜한데
    그걸 못알아보시고 결혼하고 애기낳은 님도 잘못 ㅜㅜ
    물건 집어던지는거, 애기들앞에서 욕 극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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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일이아빠 2019/07/24 22:49

    왜 아직도 같이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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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라세티 2019/07/24 22:49

    저러고 사셨다니 맘고생 무척 심하셨겠어요.. 이제라도 깔끔히 정리하시고 맘편히 사시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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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레먹은상자 2019/07/24 22:50

    글 다 읽어보니 상황이 파악되네요. 제 주변에도 신랑이 돈 한푼 벌어오지 않고 노는분 있습니다.
    지금까지 부인이 벌어서 생활했는데, 아직까지 결혼생활 유지하고 있어요.
    그집 신랑은 던져서 물건 파손하는 짓은 안하더군요.
    물건 파손하는 남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력 빠지면 얌전해지는 경우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 안보이면 이혼해야합니다. 누군가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힘들게 사셨는데 도와드릴게 없습니다. 어떻게든 잘 되길 바라며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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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즈씨 2019/07/24 22:51

    휴~아까 남편분 글보고 아내분 힘드실거 같더라구요..
    애초에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니..ㅡㅡ
    이혼 선택은 아내분 하고싶으신대로 해야겠지만..너무 참지만은 마세요~남편분 안바뀌면 자녀들에게도 좋지않을겁니다..
    힘내시고..본인을 너무 억누르지마세요~
    제가 다 속상하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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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드리햅뻔 2019/07/24 22:52

    역시 말은 양쪽 다들어봐야 하나봐요
    처가식구를 자기아랫사람으로 보다니
    그럼 시댁식구는 며느리의 아랫사람인가요?
    에혀~ 위아래 구분도못하는 사람이랑 사느라
    고생하셨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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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뿡날라뿡 2019/07/24 22:54

    아... 남의 가정사지만... 이혼 하세요..
    그리고 애들이랑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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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마에스트로 2019/07/24 22:55

    장인장모, 형님과 그 부인, 그런 처가식구들은 다 사위의 아랫사람이다
    어떻게 살아오면 저런 생각을 가지고 살수있나요
    가치관 자체가 충격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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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사오냥 2019/07/24 23:03

    참으며 산 세월이 아깝네요
    변변한 직장도 없이
    무슨 자존심으로 남자라고 그렇게 행동 했을까
    참 이해가 안가네요
    글쓴님 많이 힘드셨겠네요
    토닥 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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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냐옹아멍멍해 2019/07/24 23:08

    가정사야 성인들이알아서 하시공~
    근데 애들앞에서는 하지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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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설의검은어디에 2019/07/24 23:11

    화난다고 뭐 집어던지는 성격이면
    나중에 더큰 어려움이처했을때 우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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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팔고 2019/07/24 23:25

    남자 주제파악좀 하자. 돈벌어올 능력도 안되면 알아서 모시고 살아야지. 그렇다고 집사람한테 잘해주는것도 아니고 어디서 버럭이래. 참내 고마운줄 알아야지 요즘 누가 그런 남자랑 결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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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enosdias 2019/07/24 23:32

    안늦었어요 지금이라도 눈치보지말고 사세요 아이들도 저런 폭력적인 상황에 자주 노출되며 불안하게사느니 아버지없는 가정이 더 행복할수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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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초적인본능 2019/07/24 23:35

    이혼하세요~ 집에 쓰레기 두면 냄새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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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퉁퉁보대장 2019/07/24 23:43

    이혼하시는게 나을거 같습니다.
    책임감두 없구 암튼 긴말은 못하지만.
    아닌건 아닌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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