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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 가장 편했던 카메라와 가장 불편했던 카메라

서울, 역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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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F6 / Nikon AI AF-S Zoom Nikkor ED 28-70mm f2.8D (IF) / Fujifilm Velvia 50
개인적으로 F6는 지금까지 써 본 바디중에서 기계적으로 가장 완벽하고 편한 카메라였습니다.
방진, 방적은 물론 춥고 더운 날씨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동작합니다.
18% 그레이로 측광을 하는 것이 아니라, 3D RGB 측광을 하다 보니
따로 노출 보정을 하지 않아도 흰 벽을 찍으면 하얗게 나오고 검은 벽을 찍으면 검게 나왔죠.
의도적으로 하이키나 로우키를 찍고 싶은 것이 아닌 한, 그냥 렌즈를 향하고 프레이밍을 한 후에 셔터 버튼을 누르면 끝났습니다.
왜 디지털 한자리수 바디에는 이 기능을 넣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진을 찍는게 엄청 재미없어져 버리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_-;;;
재미를 느끼기 위해 일부러 하이키/로우키로 찍는 것만 생각하게 됩니다. -_-;;;
아마도 니콘의 마지막 필름 SLR 카메라이겠죠.
제가 더 이상 카메라 구성을 바꾸지 않고 정착하기로 결정할 때, 라인업에 F6는 반드시 들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날이 올지는 미지수입니다만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서울, 양재 시민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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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ta 45 / Schneider Symmar-S 150mm f5.6 / Ilford FP4+ 125
그와 대조적으로 가장 불편했던 카메라였습니다.
나중에는 익숙해 져서 대충 조이고 과초점으로 설정하고 손으로 들고 찍어보기도 했더랍니다만
일반적으로는 한번 찍으려면 이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1. 암백 속에서 필름 홀더에 필름 장착. 홀더 1개에 필름 1장.
2. 홀더에 어떤 필름을 넣었는지 표시.
3. 홀더 6개에 1~2번을 반복하여 필름 장착.
4. 렌즈보드+렌즈, 카메라 바디, 케이블 릴리즈, 필름 홀더, 루뻬, 크고-_-무거운-_-삼각대, 노출계를 바리바리 싸들고 외출.
5. 찍을 장소를 발견하면 삼각대를 펼침.
6. 바디를 삼각대에 장착.
7. 앞뚜껑을 열고 벨로우즈를 레일에 맞춰 꺼냄.
8. 고정 후 렌즈보드+렌즈를 장착.
9. 뒤쪽 유리 파인더에 루뻬를 대고 구도를 잡고 틸트/시프트/초점 조절.
10. 셔터를 닫고 필름 홀더 장착.
11. 노출 측정 및 조리개/셔터스피드 설정.
12. 필름 홀더에서 빛을 차단하는 칼 뺌.
13. 케이블 릴리즈를 눌러 촬영.
14. 칼을 방향을 돌려 필름 홀더에 꽂음. (촬영 끝난 필름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15. 필름 홀더를 뺌.
16. 5~15 반복.
처음에는 한장 찍는데 30분 이상씩 걸렸습니다. -_-;;;
과정중 한가지라도 실수하면 겁나게 비싼 필름 한장 그냥 버립니다.
포트라 160의 경우, 10장들이 한박스에 7,270엔 하는군요. 한장에 8천원입니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무겁기도 더럽게 무겁고, 확실하게 고정하기 위해 삼각대나 헤드도 가벼운 것은 쓰지 못합니다. 더 무거워집니다 ㄷㄷㄷ
노출 계산도 어렵습니다.
필름 종류에 따라 관용도가 다르니 어디를 살리고 어디를 버릴지 한참을 고민해야 합니다.
일반 입사/반사식 노출계가 아닌, 스팟 노출계를 사용해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루뻬를 대고 초점을 맞출 때도 밝은 곳에서는 유리면에 맺힌 상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겉옷이나 두꺼운 천으로 가리고 봐야 합니다. 여름에는 더워 죽습니다. ㅠㅠ
틸트 시프트도 조금 실수하면 원하는 장소에 초점이 맞지 않습니다.
위 사진의 경우에는 왼쪽 아래 부분이 이미지 서클에서 벗어나서 비네팅처럼 나와버렸네요 ㄷㄷㄷ
이렇게 고생해서 세팅을 마친 후 케이블 릴리즈를 누르면.....
'틱' 하는 소리가 나고 끝입니다. 장노출인 경우에는 '틱, 지이이이이, 툭' 하고 끝납니다.
뭔가 허무합니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
이렇게 무겁고, 필름과 현상이 비싸다 보니 한장 한장 필사적으로 세팅해야 하고, 불편한데다가 손맛까지 없는데..
현상되어 나온 필름을 보면 모든 것을 잊게 됩니다.
중형필름 가로 세로 6센티짜리만 봐도 포지 필름으로 찍은걸 보면 그냥 필름 자체로 사진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건 4인치x5인치 입니다. 9.6센티x12센티입니다.
35mm 포맷 필름에 비해 약 15배 정도의 넓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35mm 포맷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일반 사이즈로 인화하면 4x5 사이즈로 인화하게 됩니다.
밀착 인화만 해도 말 그대로 필름 한장이 사진 한장이 됩니다. ㄷㄷㄷ
판형이 깡패라는 말은 사실입니다. 진리입니다. 정의입니다.
근데, 다시 대형으로 찍으라고 하면 전 안할래요 -_-
체력이 못받쳐줍니다. ㅠㅠ
댓글
  • Bluesie. 2019/07/02 13:05

    아 f6 갖고 싶은 바디입니다..
    3d rgb 측광은 데세랄에도 들어가는 기능이긴 합니다.. 근데 f6 측광이 매우 정확한가 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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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ahma 2019/07/02 13:13

    들어가는건 알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노출 보정은 필요하게 세팅하더군요 =_=
    f6의 경우에는 전혀 필요없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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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울라 2019/07/02 15:15

    현행 제품들도 니콘 바디들은 노출값이 로그함수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 같아요. 요동치거나 암부나 명부에 의해 확 떨어지거나 올라가지 않더라구요. 이게 노출계의 차이인지 니콘이 원래 그렇게 카메라를 만드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마포 바디들만 쓰다가 니콘 바디를 잡아 보니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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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얌 2019/07/02 15:36

    F6가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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