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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유학소녀] 폴란드의 1980년과 한국의 1980년.jpg
좌담에서 이 짤방을 보고 생각이 나서 간단히 글을 씁니다.
저는 역사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인접학문 전공자로서 듣기로, 역사학에서는 보편성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합니다.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에서는 그것이 역사발전 5단계설이라는 구체적인 이론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좀 더 일반적으로 본다면 인류사의 물질적 정신적 발전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도 비슷한 환경과 상황이 주어진다면 비슷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의 10대 여학생이 1980년 광주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서 흥미로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폴란드에서도 1980년대에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폴란드는 아시다시피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소련의 영향권에 편입되어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서게 됩니다.
이론상의 공산주의 정부와 달리 폴란드의 현실 공산주의는 1970년대 말, 제2차 오일 쇼크로 경제가 악화된 와중에도 당의 통제와 지시를 받는 어용 노조만을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1979년 말부터 폴란드의 노동자들은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노조 설립을 준비합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1979년 말 부마항쟁과 YH 여성 노동자들의 항쟁이 있었던 것과 비슷하죠.
그러던 와중 1980년 8월에 폴란드의 대표적인 공업 도시 그단스크(단치히라는 독일식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에서 자유노조 설립을 준비하던 크레인 운전기사 안나 발렌티노비츠(Anna Walentynowicz, 사진 속 확성기를 들고 있는 여성)가 해고됩니다. 해고의 명목은 자유노조 설립 준비 책동이었고, 이에 반발한 그단스크 노동자들은 8월에 대투쟁을 일으킵니다.
그 대투쟁의 와중에 노동자들의 집회 시위에 등장한 것이 맨 위 유학소녀 짤방의 좌하단과 동일한 폴란드 국기, 그리고 Solidarność (연대, 영어로는 Solidarity)라는 구호입니다. 이 자유노조의 정식 명칭은 독립자치노동조합 "연대"였지만, 약칭 "연대"라 불리게 되었고, 1980년 광주가 대한민국 민주화의 키워드였듯이, "연대"는 이후 폴란드 민주화의 핵심 구호가 됩니다.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에 폴란드 공산당국은 1980년 11월, "연대" 노조를 정식 노조로 인정합니다.
그러나 "연대" 노조의 활동이 1년을 경과하면서 공산주의 세계의 우두머리 노릇을 했던 소련은 폴란드의 자유노조 바람이 지속될 경우 폴란드가 공산 진영에서 이탈하는 것은 물론 다른 동유럽 국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습니다.
결국 자유노조에 강경대응을 천명한 폴란드 공산당의 새 지도부는 1981년 12월 13일 폴란드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폴란드 "연대" 노조의 지도자이자 민주화 세력의 정신적 지주였던 레흐 바웬사, 그리고 투쟁에 앞장섰던 안나 발렌티노비츠를 비롯한 "연대" 노조의 지도부는 전원 체포 구금됩니다.
위 사진이 계엄령 당시에 찍힌 것들인데, 우리 현대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1980년 광주를 떠올리지 않으려 해도 떠올리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계엄령은 1983년까지 1년 넘게 이어졌으며, 레흐 바웬사는 폴란드 민주화운동, 그리고 동유럽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합니다. 그는 198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합니다.
오늘날의 제6공화국을 있게 한 우리의 민주화가 1987년에 이루어졌듯이, 폴란드 역시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노선과 동유럽의 민주화 바람을 타고 1989년에 정치체제의 변혁을 달성합니다. 폴란드 공산당국은 "연대" 노조를 국정의 행위자 중 하나로 인식하여 원탁 협상 테이블을 꾸릴 수밖에 없었으며, 그 협상의 결과로 치러진 1989년 6월의 폴란드 상원 총선에서 "연대" 노조는 100석 중 99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합니다(나머지 1석은 무소속이었는데, 이후 그가 "연대"에 합류하면서 100석 모두를 "연대" 노조가 가져가게 됩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경우, 공산당 - "연대" 노조 대타협의 결과로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보이치에흐 야루젤스키가 취임합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는 구체제에서 폴란드 민주세력을 억압하던 인물이었기에, 자유의 바람이 부는 속에서 급격하게 영향력을 상실하고, 이듬해인 1990년, 임기 5년의 대통령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새로운 헌법에 동의하는 형식으로 퇴임합니다.
새로운 헌법에 따라 1990년 11월에 치러진 대선에서 "연대" 노조의 수장인 레흐 바웬사가 자유 폴란드의 첫 대통령으로 선출됩니다. 그 해 12월에 폴란드의 정식 국명은 폴란드 인민 공화국에서 폴란드 공화국으로 바뀝니다.
한편,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 1939년 이후 쭉 런던에서 존속되었던 폴란드 망명 정부는, 새롭게 선출된 바웬사 행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그에게 국장, 국새, 대통령 깃발, 헌법 초안을 인계하며 스스로 해체합니다.
간략하게 살펴봤지만, 멀리 떨어져 있었고, 냉전 와중에 진영이 정 반대였던 폴란드와 한국의 현대사가 의외로 세계사의 보편성이라는 법칙 혹은 이론의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학소녀 짤방의 사진 속 소녀는 방탄소년단을 통해 광주의 역사를 알게 되었고,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를 알게 되었겠지만, 방탄의 노래와 택시운전사 영화 속에 담긴 광주는 1980년대의 폴란드와도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공간이었던 셈입니다.
오늘날에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위치한 대통령궁에는 여전히 "연대" 노조의 엠블럼이 크게 붙어 있어, 폴란드의 민주화가 이들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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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수정]막연하게 폴란드와 근대사의 유사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바웬사 ... 어릴때 뉴스에서 진짜 옆집 아저씨처럼 친숙하게 접하던 이름인데 ...
강추
노동자의 당 공산당이 노조를 억압하는 아이러니.. 공산당이란 말이 인민을 위하는거지 공산당만을 위해 존재.. 북쪽도 마찬가지고
정말 흥미로운 글이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요 쪼꼬만 폴란드 아가씨가 옛날 자기 나라 역사를 알고 또 한국의 역사와 비교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군요. 아이구 기특해라 ... 이쁘네요.
바웬사 백만년만에 듣는 이름이군요 ㄷㄷㄷ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그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한번 썰을풀어주세요 ㅋ
포차투// 1990년 민주화된 폴란드의 첫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취임 이후 인기가 급락해 1995년 공산당 개혁파 출신의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에프스키에게 패하고 단임 대통령으로 물러났습니다. 지금은 폴란드 제1야당 시민강령(PO)의 정신적 지주
오..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정독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ㅎ
그리고 이게 바로 문화의 힘임을 다시 한번 느끼네요
모르는 사람들은 저소녀의 저 액션이 대본이라고들 하던데 방탄팬들은 알죠
이미 해외아미들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이 있다는 거
그리고 저 소녀가 방탄광팬이라는 거
그렇다면 광주를 선택했다는거에 의문이 사라지죠
한마디로 문화의 힘이고 방탄의 힘입니다 ㅎ
와, 과감하게 국새를 인계한 폴란드 망명정부도 멋지네요.
폴란드 망명정부가 런던에 있었다는 건 처음 들었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엠넷도 좌편향으로 돌아섰네요 실망입니다
바웬사 엄청 유명하지 않나요..저때만 해도 대학다닐때 바웬사 관련 책 읽는 사람 좀 많았는데..
아 저런 내력과 닮은꼴이 있었군요 글 감사합니다
폴란드 2공화국이 나치독일에 멸망당할 때, 고립된 폴란드군 일부는 영국해군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합니다. 런던에 망명정부를 수립하고, 서방연합국이 전후 승리하면, 폴란드의 독립을 보장하기로 하죠. 그 후, 북아프리카 전선, 이탈리아 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에 투입되어 전과를 세우는데 스탈린이 얄타회담, 포츠담 회담때, 전 후 동유럽은 소련의 영향권으로 하겠다고 하죠. 처칠이 극렬반대했으나 독일 그리고 일본과 양면전을 하던 미국의 루즈벨트가 소련의 대일본전 참전을 유도하기 위해 수락합니다.
전 후, 소련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바르샤바 입성을 거부하고, 친소파로 이뤄진 폴란드 공산당을 내세워 정부를 수립해 버리죠. 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담에 망명정부의 입국을 허용하는데, 이미 공산당과 소련이 장악한 담에 들어가봐야 뭘 할 수 있나요? 결국 망명정부는 런던에 잔류하고, 폴란드에 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합니다. 이루에 바웬사가 집권하고 폴란드가 민주화되자 망명정부는 해체를 선언하고 바웬사가 폴란드 2공화국의 적통이라 선언하고 조국에 돌아갑니다
동구권이 소련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폴란드,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의 많은 정치 인사들이 암살 혹은 고문으로 사망하였고, 그나마 서구권에 알려진 네임드들은 다시는 조국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망명갑니다. 전전대 교황 요한바오로2세도 폴란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교황으로 선출되자 소련 KGB가 다시는 폴란드에 돌아오지 않는 조건으로 여권발급과 출국을 허용합니다. 나중에 동구권에 민주화 열풍이 불어 조국에 초청되어 바르샤바 공항에 내리자마자 땅에다 키스를 하는 사진이 찍혔죠
오오 폴란드도 그러한역사가있군요
어느국가던 권위주의체제는 민주화의바람앞에 무너지게되네요
졸리다노시치는 폴란드 그 자체.
바웬사....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바웬사가 대통령되고 나중엔 정치를 못했다고 하네요
어릴때 타임지 표지에 바웬사 얼굴이 나왔는데 손톱에 잔뜩 때가 꼈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네요
최근까지 폴란드에서 일하다 들어왔는데 몰랐던 내용이네요. 고맙습니다.
바웬사가 대통령이 된후 국정운영을 잘못해서 욕 많이 먹었지만 폴란드국민들이 바웬사의 민주화운동 시절은 다들 인정하죠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allgator//감사합니다 만델라도그렇고 역시 정치는 다른영역이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