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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입장 다 집어치우고 온전히 애입장에서만 봤을때의 미국이민 txt.

집값, 영주권, 일자리, 차, 의료보험을 상관안해도되는 애입장에서 적어봅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셔도돼요


인형뽑기 기계아시죠
누가 저를 한국에서 기계로 잡아다가 미국이라는 세계에 뚝 떨어뜨려놓은 기분이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정도갑니다

말만하면 입만떼면 친구들사이에서 발음 지적이 한 짧으면 6개월정도 쏟아집니다

자연스럽게 입이 다물어집니다
언어를 잘하려면 많이 연습해봐야된다는데 이나이때애들이란 그렇게 서슴없이 다가가는거 쉽지않습니다
더군다나 나는 눈치가 빠른아이입니다
친구들 표정, 눈짓하나에도 더 시무룩해집니다

말못해서 당하는 서러움은 진짜ㅋㅋㅋ
다시한번말하지만 중,고등학교 이나이때애들의 특징중하나가 친구들 무리짓기입니다
차라리 한국에서 한국어 편하게 하면서 살고싶다는 마음이 격렬하게 밀려옵니다

제가 그래도 한국에서 영어말하기대회 이런데 나가서 최우수상타면서
학교에서 영어로 이름 꽤나 날리던 애였는데
일단 초반 6개월은 닥치고 자신감 하락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만하면 좋은겁니다
이민 1세인 부모와는 다른점이 바로이거죠
실시간으로 언어실력, 문화를 흡수하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적응합니다 정신없이요

한국에서는 양 팔쪽에 친구를 끼고 다녔었는데 여기 오니 수업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나혼자입니다
눈치를 대충 보면 학교에 부유한 백인은 백인들끼리 빈곤층은 빈곤층끼리 몰려다니는게 눈에 들어옵니다

백인 부류에 끼고 싶다는 생각을 마냥 합니다

초반 1년?
택도 없습니다
그냥 3개월정도는 매일 매일 모르는 애들사이에서 밥먹고 
6개월정도는 눈치만 보며 살다가 겨우 말한마디 건낸다고 생각하세요

그들과 나는 얼굴도 피부색도 옷, 바지, 신발, 스타일조차 다릅니다
난 아직 한국에서 유행템을 버리지 못했거든요
과감히 버리세요

어른들 입장에서야 보면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은 내면이다하지만
언어도 문화도 안되는 이상황에서 겉모습까지 다른 나는 미치고 팔짝뜁니다

어른인 엄마아빠가 차라리 부럽습니다
나만 이 학교라는 사회에 어떻게든 끼려고 난리를 치는것같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동생도 부럽습니다

이렇게 또 1년이 지납니다

이제는 미국식 조크나 sarcasm도 받아들일수있습니다
어느때 웃어야하는지 왜 웃긴지 알아듣습니다
매일듣던 친구, 선생님이 아니더래도 초면인 사람과 말해도 정확하게 알아듣습니다

말문은 이미 트였습니다
다만 긴문장 구성은 잘 못합니다
어버버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감이 대충 옵니다
전화받을때 실수할까봐 조그만 단어도 미친듯이 연습합니다
이쯤되면 문장구성은 못해도 발음은 원어민이 되서 어디가서 짧게 말하면 Where are you from? 따위의 질문은 듣지 않게됩니다

또 다시 한 6개월 정도가 지납니다
문장이 점점 완벽해집니다
프로패셔널하게 말하진 못해도 회화가 여유롭습니다(제일중요)
최소한 저는 이민온지 2년정도 지났을때부터는
다들 여기서 태어난줄 알더라고요

문장구성이 안돼도 제스쳐나 표현력, 발음은 원어민이면 그때부터 친구도 늘면서 영어가 더 오릅니다
그렇게 놀고싶어하던 백인친구가 생깁니다

그런데

젠장

내 직업은 미국적응자가 아니라 학생인걸 잊었습니다
적응하고 언어쫓아가느라 도대체 학교에서 뭘배운건지 잘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더지납니다

한국어랑 영어랑 섞입니다 
한국어 실력이 영어실력에 맞춰서 낮아지게 됩니다
쓰거나 읽는건 당연히 존잘합니다 
회화수준이 낮아질뿐...
집에서 말하는거라고 해봤자 밥뭐먹을래? 가 다니까요

정신차려보면 나는 한국인에 한국어를 제일잘하지만 한국역사는 배우지 않았습니다
미국역사를 배우다보면 문득문득 나 이래도 되나 생각이듭니다
역사는 ㅈㄹ 짧은 국가인데 뭐이리 알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이쯤되면 약간 불공평하다는 생각이듭니다
나는 한국어도 완벽하게 못하고 영어는 더더욱 완벽하지 못하다는걸 알게됩니다
약간 짜증이 나지만
당신은 그래도 몇안되는 2개국어회화능력자라는걸 명심하십시요




는 사실 아닙니다
한국애들도 영어학원다니며 수능공부하며 회화정도는 당연히 한다며 엄마의 잔소리가 날라옵니다
더 짜증납니다
이도저도 아닌 기분입니다
한국에서 12년 초중고를 마친 엄마 아빠는 내기분이 어떤지 모르겠죠
주변에 2세 친구들도 나같은 1.5세와는 또 다릅니다

한국에 돌아가고싶을때도 있습니다
나는 분명히 한국에서 회장, 전교회장 도맡아하며 잘지냈었으니까요
가끔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면서 말이죠
나같은애는 오히려 한국교육, 한국사회에서 더 잘 적응하는게 아닌가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미국물이 들었습니다
이대로는 한국가서도 빠른시간에 적응이 안되겠다 생각이 들정도로요
가끔 집에서 엄마아빠가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미국 친구들, 친구들의 부모님이 생각하는 사고방식에서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큰 차이를 느낍니다

ㅅㅂ 이쯤되면 정체성 혼란은 교포 2세들이 아니라
교포 1.5세들이 맞닥뜨리는것같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글은 타자로밖에 못치고 종이로 쓰면 어색하고 덜덜떨려서 잘 못씁니다
내가 이러려고 영어를 배우나 자괴감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좋습니다
우와 넌 영어도 잘하네 소리 들으면 좋습니다
그래도 한국문화, 미국문화 두 문화에 흠뻑 적셔질수있는건 1.5세들밖에 못누린다는
나름의 팩트를 자부하며 삽니다
그래도 이런 경험은 1.5세들밖에 못하는거니까요

댓글
  • 호텔킹 2017/02/11 13:02

    17살 고1에 뉴질랜드로 늦은 유학이민가서 글쓴이분과 똑같은 경험하고.. 현재 한국나이 23살 미국에 3달전에 2차 이민와서 살고있네요.
    이민게시판 항상 눈팅만하다가 처음 댓글 남겨보네요! 글 쓰신것들 전부 너무 공감됩니다.
    "그래도 한국문화, 미국문화 두 문화에 흠뻑 적셔질수있는건 1.5세들밖에 못누린다는
    나름의 팩트를 자부하며 삽니다"  << 이 문장에 반했습니다ㅎㅎㅎㅎ 같이 힘내요!

    (EABXo9)

  • 그거랑그거 2017/02/11 17:12

    아이들 데리고 이민 온 부모 입장에서
    이렇게 1.5세 분들이 올려 주시는 글들,  우리 아이들 이해하는데ㅜ정말 도움됩니다.
    글쓴님 성격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ABXo9)

  • 자존감 2017/02/11 17:20

    참고로 이건 외향적 아이일 경우의 일입니다.
    저같이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경우에는 첫 일 이년으로는 택도 없으요

    (EABXo9)

  • 금연07132016 2017/02/11 17:31

    저도 내향적인데 12실때 와서 한국 친구들이랑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놀다가 대학교 들어가서 미국 친구들을 사겼다는... 물론 고딩때도 있었지만 몇명 안됬었구요..
    한글은 점점 까먹고 있고 영어 발음은 거의 그럴싸하고 미국 친구들도 말해주기 전까지는 거의 모르는데...
    문제가 슬랭 아는 양이 정말 부족해요. 대충 뭔말인지는 알겠는데 확실하게 모를때가 있음...
    근데 영어는 미국친구들이랑 놀아야 느는게 확실한거 같아요.. 고딩때 한국친구들이랑 놀때는 영어 진짜 안햇는데 대학에서 미국친구들이랑 영어 쓴지 4년만에 그전 8-9년보다 몇배는 더 잘함..

    (EABXo9)

  • senelion 2017/02/11 17:35

    아이들한테 맡기는 각종 서류 번역, 각종 오피스와의 대리통화.. 이런 얘기도 하고싶어요.
    물론 부모는 아이에게 그런 일들을 부탁은 할 수 있으나 당연히 시킬 수 있는 부모로서의 권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하기엔 애들은 그런 일을 해결할 능력이 아직 충분하지않아요.
    부모님들 생각엔 애들이 학교도 어느정도 다녔고 성적이 좋은걸 보니 영어실력도 괜찮은거같은데 우리 내외는 영어를 못하고 애들한테 책임감이랑 사회성을 길러줄겸 한번 시켜보자 싶어서 애들은 그런 일들을 떡하니 떠안게 되지만 끽해봐야 애들은 중고딩일 뿐이고 각종 전문 용어, 시스템, 부탁받은 일에 대한 자세한 내막, 앞으로 어떻게 일이 돌아가야하는지 등등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피가 마릅니다.
    물론 전부 제 개인적인 경험이고요. 저는 1.5세 자녀로서 너무 답답했고 전화기를 들어야할 때마다 혹은 서류를 읽을 때마다 불안해서 트라우마가 있네요. 물론 성인이 된 지금은 제 몫을 알아서 합니다만 그렇다고 편하게 하는 일이 아니죠. 그때 부모가 시킨게 도움이 됐으니 지금 잘하는거라는 말을 듣게된다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하고싶네요. 그렇다고 하기엔 그 당시 그런 일들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컸어요.

    (EABXo9)

  • DoubleKiss 2017/02/11 17:40

    핵공감.. 전 호주 13살에 와서 10년차 인데도 라이팅 리딩 기가막히게 해도, 스피킹 리쓰닝 원어민처럼 절대로 못해요. 뼈빠지는 노력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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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짤줍하는사람 2017/02/11 18:06

    호주이민온 또 다른 1.5세
    격공하고 갑니다 ㅎㅎ
    위에 댓글처럼
    14살 15살에 온 애들이
    집 관련 문서들, 차관련 보험/사고팔기 등을
    이해할꺼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전 은행관련은 20대 후반인 지금도 뭔말인지 당최 모르겟으니까요 .. 부모님들은 당신들이 힘드신거 당연히 알겟지만
    그래도 15살애들이 모르는건 모르는겁니다...
    저처럼 회화는 하는데 이거 이해못한다고 쥐잡히듯 잡히는 아이가 또 없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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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닭실종사건 2017/02/11 18:14

    그 아이입장에서 여쭤볼게 있는데
    만약 초등학교 입학 이상의 아이가 있는 사람이 이민을 간다면 언제쯤이 좋을까요? 아예 초등학교 저학년때 옮겨버리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영어로 최소의 대화가 가능해질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초반이 나을까요?
    어린게 좋긴하지만 너무 어릴때 가버리면 아예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직접 살아보신분들 경험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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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nderer 2017/02/11 18:21

    공감합니당.
    나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기반(?)이 없는 외국인 입니다. 친구도 많지 않고, 뭔가를 시작하려해도 인맥을 넓히기 시작할 기초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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