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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트와이스] 양콘을 뛰었지만 사실상 막콘 후기입니다.

 

0. 

집에 오는데 기분이 뭔가 싱숭생숭 멜랑꼴리 하네요. 그 동안 트와이스랜드 앙콘, 판타지파크, 아레나투어, 돔투어를 싹 봤는데도 오늘 같은 기분은 느껴본적이 없습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 한참 생각을 하며 집에 왔습니다. 


저는 식스틴부터 낰낰까지 매우 긴 입덕부정기를 거쳐서 핸드볼경기장에서 한 첫콘서트를 못갔습니다. 그때 가셨던 분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어서 궁금하긴 한데, 뭔가 뽕이 차서 고양되는 느낌보다는 훈훈함과 끝나서 아쉬운 마음...이런 멜랑꼴리함이 더 크네요. 


요즘 이래저래 바쁘기도하고, 제가 과몰입 상태가 심각한거 같아서 조금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JYP에 대한 불만, 성적에 대한 아쉬움, 어그로들의 까내리기...등등. 입 밖으로 내진 안았지만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꽤 있었습니다. 제가 걱정한다고 상황이 바뀌는것도 아니고, 팬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묵묵히 응원하는것밖에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쿨다운을 하려고 하던 요즘이었네요. 


실제로 현생이 엄청 바쁘기도 해서 첫콘은 시작 시간에 맞추질 못하고, 캔디봉도 없이 터치다운이 끝나고 나서야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현생으로 복귀를 해야해서 앙콜 무대가 시작할때쯤 빠져나와야 했죠. 


그리고 오늘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미리미리 일 다 정리해버리고, 1시간 일찍 올림픽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도착해서 느긋하게 커피한잔 마시며 체조 경기장 주변을 배회하니 참 좋더군요. 여자 아이돌에겐 꿈만 같은 체조 경기장 공연을 하는 트와이스를 보게 되다니...하며 새삼스레 감상에 젖었네요.ㅎㅎ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 동안 덕질로 받은 스트레스가 모두 녹아내리고(날아간게 아니라 녹아내렸습니다...ㅎㅎ) 틋뽕이 맥스로 찬 콘서트였습니다. 



1. 

솔직한 감상을 얘기하자면 첫날과 마지막날의 트와이스는 조금 과장해서 아예 다른팀이었습니다. 게다가 사운드와 무대연출을 포함한 공연 연출 팀도 어제의 이런 저런 문제들을 모두 피드백했는지, 첫날의 아쉬움을 모두 보완했더군요. 


특히 화이트 컨셉의 발라드 타임에서 어제 음향에 문제가 좀 있었고, 그 영향인지 멤버들의 가창까지 조금씩 아쉬웠는데 오늘은 여태까지 제가 본 트와이스 중에 노래를 가장 잘한 트와이스였습니다.ㅎ 특히 지효는 말 그대로 날아다니더군요. 지효의 무대 장악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도 어제보다 더 열렬해서 그런지, 멤버들의 에너지도 훨씬 강력해보였습니다. 어제만 보고 가신 분들은 진짜 좀 아쉬우실수 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공연장의 이런 저런 컨디션에 따라 콘서트의 퀄리티가 달라지는거야 늘 있는 일입니다만, 트둥이들이 좀 더 노련해지면 이런 부분들도 많이 보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정도로 오늘 공연은 첫날에 비해 매우 완성도 높은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2.

이번 공연은 컨셉마다 컬러를 정해 블랙-골드-화이트-레드-컬러풀로 바꿔가면서 다양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연출을 하려고 기획했습니다.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런닝타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꽉 찬 공연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본무대가 만족스러우니까 예전보다 짧아진(?) 앵콜 공연에도 불구하고 매우 만족스럽더군요. 


사실 트와이스의 댄스를 포함한 무대 완성도는 이제 흠잡을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댄스곡 위주로 활동하던 팀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느린 발라드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첫날과 둘째날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창 부분에서 훨씬 자신감있게 공연한다는 점이었고, 이게 공연의 완성도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것 같습니다. 


무대 연출에 있어서는 레드 컨셉일때 섹시를 강조했다고 하지만, 제가 볼땐 공연 전체적으로 성숙함을 많이 어필하는 기획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셋리스트에서도 나타나는데 수 많은 수록곡중에도 터치다운, 우후를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온리너, 날바라바라봐 같은 여자아이돌 전통을 잇는(?) 곡들은 전부 다 빠지고, 그나마 귀여움을 어필할 수 있는 딸기 조차도 섹시(?)한 방식으로 소화를 했지요. 


이건 아마 북미 투어를 의식한 행보인것 같은데요, 말이 안통하고 트둥이들 특유의 캐릭터를 어필하기 힘든 북미에서는 좀 더 퍼포먼스로 어필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한것 같습니다. 


첫날과 마지막날은 많은 것들이 차이가 났지만, 다른것보다  (NBA식으로 표현하자면) 에너지 레벨에서 차이가 난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북미(를 포함한 해외팬)를 의식한 셋리스트는 파워풀함과 섹시함을 어필하기 위한 셋리스트이고, 이는 퍼포머의 에너지가 중요하죠. 에너지 레벨이 높아지니까 자연스레 공연의 완성도도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사실 보는 저와 다른 원스들은 멤버들이 뭘 하든 오오오!! 하면서 좋아하는데 오히려 멤버들이 자신들의 모습에 조금 쑥스러워 하면서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는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 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오늘 공연을 계기로 멤버들이 퍼포먼스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월드 투어에서도 당당하고 에너지 넘치는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3. 

사실 첫날에 약간의 아쉬움을 가지고 집에 가면서, 월드투어를 앞둔 트와이스라는 팀에게 이런 저런 걱정이 들어군요. 그래서 오늘도 공연 보기 전엔 걱정이 꽤 많았습니다. 그런데 공연을 보면서 그런 걱정이 날아가더군요. 걱정이 날아가고 나니까 이렇게 노력하고 성장하고 꿋꿋한 멤버들이 장하고, 기특하고 그렇더군요. 최근 느낀 이런 저런 걱정과 스트레스도 싹 사라졌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멤버들의 소감을 들으니까 또 주책맞게 울컥하더군요. 


사실 판타지파크때부터 소감 길게 하는걸 의도적으로 줄이는게 보였는데, 오늘은 다들 좀 길게 하더군요. 아마 본인들도 걱정이 많았을거라고 짐작됩니다. 특히 사나는 때아닌 봉변을 당하기도 했구요. 


어느 시대에나 당대 최고의 유명인들은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온갖 구설수와 고난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안타깝지만요. 하지만 다행히도 트와이스 9명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잘 견뎌내고 있는것 같습니다. 소감이 끝난 전원이 부둥켜 안고 한참을 있는데 참 보기가 좋더라구요. 



4.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진 세상이라고들 합니다. 뭘 하든 서사가 있어야 한다고 하구요. 트와이스라는 팀은 이미 엄청난 스토리를 만들어왔고 아직 회수되지 못한 수 많은 떡밥이 넘쳐납니다. 채영이가 말하는 더 대단하고 멋진 트와이스라는 떡밥. 그 동안 뿌려온 수 많은 떡밥들과 이야기들이 모이면 더 멋있고 대단한 트와이스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일개 원스는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조바심내지 않고 조용히 응원하며 기다려보겠습니다.ㅎㅎ


얼마 전 채영이 생일 메시지북에 제가 쓴 글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늘 궁금한 트와이스가 되어주길 기대하겠습니다."



댓글
  • 조매력 2019/05/27 02:43

    캬~! 잘 읽었습니다.
    저는 앨범이 아닌 공원 1기로 입덕한 케이스라, 저도 첫 단콘을 못가봤네요.
    (저를 트와이스 덕질로 인도하신 회사 동료분이 중콘 가신다고 해서,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추운데 노가리한 생각이 납니다..ㅋㅋ)
    그리고 확실히 어제에 비해 가창이 흔들림 없이 잘 되어서, 참 고마웠네요..ㅎㅎ
    저는 오늘 소감 얘기할 때, 앙콘 때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앙콘 끝나고 곧 일본 데뷔 준비를 해야 했으니, 얼마나 불안하고 걱정됐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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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매력 2019/05/27 02:48

    요번엔 월드 투어를 여는 첫 무대로써, 항상 생각했던 컨셉 변화에 대한 걱정과 팬들에 대한 고마움 등이 소감에 잘 묻어났다고 봅니다.
    팬들이야 뭐 바랄 게 있겠습니까??ㅋㅋ
    내가 응원하는 사람이 잘 되고 오래오래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이건 원스나 트와이스에게도 같이 느꼈을 거라 보네요.
    저도 요새 현생이 힘들어서, 잠시 불펜을 못들어왔었는데..
    콘서트 틋뽕이 다시금 저를 여기로 인도하더라구요..ㅋㅋ
    늦은 시간 후기 잘 읽었고, 고맙습니다.
    알묘님도 걱정하는 것들 본문 얘기처럼 다 녹아버리셨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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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Фабиола 2019/05/27 03:11

    잘 읽었습니다. 저는 막콘만 봐서 군데군데 첫콘 반응들과 온도차가 느껴져서 읭 스러웠지만 암튼 틋뽕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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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앵자 2019/05/27 03:18

    [리플수정]잘읽었습니다. 첫콘만가고 막콘은 안방에서 음중으로 들은 입장이라 부럽고 차이가 났었다는거도 과연 어떤분위기였을까라는 궁금함도 생기네요 ㅎ.
    솔직하게 첫콘이랑 막콘이 너무 차이난다는 평에 괜히 첫콘갔나라는 섭섭함(?)도 살짝은 들었는데 다음엔 올콘 가서 더 즐기자라고 생각도 들게되네요.
    그래도 이번에 콘서트 덕분에 힘을얻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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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kdghk123 2019/05/27 03:25

    후기 잘 봤습니다 첫콘러인데 다들 막콘 평가가 좋네요 첫콘도 충분히 좋았어서 그저 다음 무대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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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효 2019/05/27 03:51

    항상 좋은 후기를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가 쓰고 싶은데 표현력이 모잘라서 못쓰는 내용들이 님의 후기로 대리만족하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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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스틴 2019/05/27 07:11

    포스터부터 성숙미를 강조했던 빛콘.. 구성도 연출도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있었죠 분명 월드투어도 의식했겠지만 월드투어가 아니였어도 이번에 콘서트를 했다면 비슷했을 거라고 봐요
    평소에 이런 걸 잘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어필을 꾸준히 해왔던 트와이스고 회사도 계속 간을 봐왔으니까요
    트와이스는 댄나를 기준으로 이미지 변화가 시작됐고 팬시로 못을 박으려 했지만 사실 팬시도 180도 변하기보단 120도 정도만 틀고 아직 여지를 많이 남겨뒀었죠
    아마 갑자기 변했을 때 대중들과 팬들이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걱정되는 것이 그 여지를 남겨둔 이유였을 거구요
    하지만 콘서트는 팬들 위주로 보는 거니까 팬들은 우리가 뭘해도 좋아할꺼야 라는 자신감이 어느정도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자신감의 출처는 단순히 팬들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그간 열심히 노력해 성장한 실력도 크다고 생각해요
    트와이스는 데뷔 때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팀인데 여전히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팀이죠
    적다보니 생각난 건데 유닛무대 회사가 태민노래에만 태클을 건 건 어쩌면 한국노래라 그랬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월드투어인 만큼 외국곡으로 해주길 바랐던 거 아닌가 싶은데 워낙 좋은 곡이니 반응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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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웅 2019/05/27 07:35

    좋은 후기네요.. ^^
    막콘만 경험했는데.. 무대장치, 퍼포먼스, 라이브 정말 흠잡을데 없는 공연이었습니다..
    저는 작은 함성만 외쳤는데도 초반부터 체력 떨어지는걸 느끼는데..
    애들은 체력과 열정이 넘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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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하후하허 2019/05/27 08:46

    좋은 후기 잘 봤습니다 ㅎ
    월드투어 자신감 갖고 잘 해내고 오길 멤버들 포함 스텝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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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크맨 2019/05/27 10:59

    참 원스의 좋은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이런 원스분들이 계셔서 든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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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론묘이 2019/05/28 21:20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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