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오막삼 + 오이 조합을 꽤나 오래 썼었습니다.
오이는 한 마디로 애증의 렌즈였습니다.
가끔은 정말 기가 막히는 결과물이 나오다가, 또 가끔은 10만원짜리 쩜팔로 찍은 것과 차이가 없을 만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
센터를 아무리 들락날락해도, DSLR의 위상차 AF + f1.2의 조리개 + 50mm의 초점 거리의 조합은 기가 막힐 뻔한 장면을 약간 어긋난 핀 때문에 날리는 경우가 대단히 많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논의 여러 렌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렌즈는 오이입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테크니컬한 리뷰에서는 오이가 그렇게 돈 값 못한다고 항상 까였지만,
실사용자들에게는 대단히 인기가 많아왔지요.
일단 오이의 광학적인 단점은 대단히 많습니다.
50mm 단렌즈 치고 배럴 디스토션도 꽤 많은 편이고,
근접 촬영에서 조리개를 조이면 초점면이 뒤로 이동하는 포커스 쉬프트 문제도 있고,
해상력도 좋지 않고,
수차 억제 측면에서도 결점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이가 인기가 많아왔던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봤습니다.
일단 사진 결과물에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생긴 거부터 예쁘고 빌드퀄리티가 참 좋아서 감성적인 만족감이 있습니다.
사실 필드에서 프로로 뛰는 사진가가 아니라면, 사진이란 취미 자체가 감성이 지배하는 취미 아니겠습니까?
오이만두는 참 예쁘고, 손에 쥐었을 때 느낌도 참 좋고, 그런 감성적인 만족감이 대단한 렌즈인 것 같습니다.
캐논 렌즈들 중에서 오이만두가 가장 예쁘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구요.
이제부터는 사진에 영향을 주는 '렌즈로서의' 요소입니다.
1) f1.2의 조리개
f1.2 / f1.4 조리개 차이가 거의 없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리고 그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듯한 테스트 결과도 꽤 있어 왔지만,
그런 테스트들은 대체로 비교적 가까운 피사체를 찍었던 것 같습니다.
가까이서 찍으면 f1.2로 찍으나 f1.4로 찍으나 배경이 잘 날아가기 때문에 차이가 잘 안 보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f1.2 / f1.4의 차이점은 피사체의 거리가 멀어질 때 더욱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이만두가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거리"라는 요소가 많이 논해져왔겠지요.
50mm의 초점거리와 f1.2의 조리개의 조합은 다른 렌즈로는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줄 때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2) 자연스러운 배경 흐림
캐논 뿐만이 아니라 고전적인 af 50mm 단렌즈들은 대체로 보케가 지저분했습니다. 하지만 오이만두는, f1.2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배경흐림이라는 요소에 더해서, 배경흐림 자체가 (당시까지 있던 50mm 렌즈들에 비교해서) 꽤나 부드럽습니다.
1), 2) 요소가 합쳐지면서 참 매력적인 배경 흐림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3) 최대개방에서의 컨트라스트
전통적인 50mm 단렌즈들은 최대개방에서 참 소프트합니다. 온갖 수차가 가득하고 해상력도 낮고 ...
캐논 50.4, 50.8 구형의 경우만 봐도 최대개방에서 컨트라스트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오이만두의 특징 중 하나는... 최대개방에서 (물론 해상력은 좋지 않지만) 컨트라스트가 대단히 좋습니다.
아주 가까이서 촬영하는 게 아니라면, 일반적인 인물 촬영을 할 만한 거리에서는 최대개방에서 haze가 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없습니다.
최대개방에서 인물 촬영을 한다고 했을 때, 해상력은 좋지 않지만 컨트라스트는 좋으니,
사실 패션 잡지에 올라갈 사진 아니면 대체로 인물 사진에서 엄청 날카로운 샤프니스는 필요하지 않으니까,
부드러운 묘사라고 표현할 수 있는 적당히 낮은 해상력에다가, 컨트라스트는 떨어지지 않으니,
부드러우면서 선명한 묘한 매력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전통적인 50mm 단렌즈들처럼 해상력과 컨트라스트가 함께 떨어진다면 그저 소프트한 사진이 나왔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제 생각에는
오이만두의 그 독특한 느낌은
1) f1.2의 조리개
2) 부드러운 보케
3) 최대개방에서 적당히 떨어지는 해상력과 최대개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컨스트라스트
이 세 요소의 조화에서 (전부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RF 오이 사고 싶네요....ㅎㅎㅎㅎ
https://cohabe.com/sisa/104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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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RF오이 사고 싶어요..
닉네임에서부터 그 마음이 느껴지네요..
둘다 있으면 오이 정리하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잘 안써도 EF소장용으로 놔두는게 좋을까요?
RF EF 오이가 다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ㅎㅎ
RF 오이가 무게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EF 오이를 압도하기 때문에,
DSLR도 같이 쓰시는 게 아니라면 굳이 EF를 소장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말씀하신 기술적인 부분은 거들 수 있는 내공이 전혀 되질않으나 무척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또한 풍경에서의 색감, 발색이라고도 표현하긴 하는데 제가 써본 렌즈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고, 특히 야경에서의 8갈래 빛갈라짐... 이 두가지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저도 RF오이 사고 싶어요..(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