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재의 군대 예상...

화재가 늦은 저녁쯤에 일어났으니까

석식 먹고 자율활동시간 가지면서

TV보고, 운동하고, PX가서 냉동 먹고 있는데

갑자기 대대에 비상 걸려서

"전원 전투복으로 환복할 것. 수건 적셔서 목에 둘러놓을 것" 같은 방송나오고

일이병 애들은 미친듯이 PX며 체력단련실이며로 뛰어가서

"산불 났다고 생활반으로 빨리 오라고 하십니다." 하고 전파하고

PX에서 뭐 먹던 애들은 먹던 거 놓고 후다닥 뛰어가서 정신없이 환복하고...

하사들은 중대창고에 있는 쇠스랑이랑 삽이랑 다 꺼내고,

생활반 하나 시켜서 대대창고에서 여분 더 챙겨오게 하고...

등짐펌프에 물 채우라고 해서 물 채우고

부소대장이며 소대장이며 퇴근한 간부들 전부 다시 영내로 들어오고,

분대장들이 인원체크하고

당직부관한테 보고하면 당직부관이 일단 공구랑 전부 연병장에 내려놓으라고 하고

연병장 가보면 트럭들 다 시동걸려있고...

 

아휴 뿅뿅 그래서 출동가면...

일이병 애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와락 겁 먹어서 동그랗게 토끼눈 뜨고 차량 밖만 쳐다보고

상병장들은 아무렇지 않은척 태평하게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똑같이 무서워하고

화재 현장 가까워질수록 연기 존나 자욱해져서,

다들 목에 건 젖은 수건 입과 코에 갖다대고 숨쉬고...그래도 존나 연기 매캐하고 따가워서 다들 기침하고

현장에 내리면 일단 한명씩

등짐펌프, 쇠스랑, 삽 하나씩 들고 산 타라하고...

산 타면 분명히 불이 꺼져있고 연기만 나는 곳인데도

뿅뿅 뜨거워서 열기가 군화 다 뜷고 올라와서 양말이 후끈후끈해질 지경이고...

등짐펌프 저 뿅뿅만한거 찍찍찍 몇번 싸면 물 바닥나서 다시 후다닥 산 밑 취수장으로 뛰어가고,

남은 애들은 산 위에서 쇠스랑이랑 삽 들고 잔불들 제거하는데,

뿅뿅 어둠속에서 실시간으로 흙 속에 파묻혀있던 잔불 불씨들이 불똥이 되어서 여기저기 날라다니다가 불 붙는 거 보고,...

갑자기 불씨 또 커지면 "야 야야 철수해 철수. 내려가."

하면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거 더듬더듬 짚어서 내려오고,

여기저기서 "1소대 2분대~" "2소대 3분대~" 따위 외치면서 서로 위치 확인하고,

어떻게든 혼자 안 떨어지려고 다들 뭉쳐다니고..

산 밑으로 내려오면 민가 건물이나 군 버스 안으로 들어가서 일단 다들 엉덩이 붙히고 대기하면서 "하...배고프다.."

하면서 수통에 채운 물 마시다가 졸리면 다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데,

그러다가 또 "6중대 집합!" 하고 호출하면 다들 우르르 나오고...다시 산 타고 올라가고..

 

이짓거리 하루 하고도 한나절 정도 하고 나면

몸은 녹초가 되어있고,

전투복이랑 얼굴에는 까맣게 잿가루들 묻어있고...

먹은 거는 부대에서 추진해온 주먹밥이랑 부식으로 나온 초코바-초코파이고...

그러다가 "6중대 일단 철수" 하고, 부대에 복귀하면 다들 피곤에 쩔어서 아무말없이 샤워실 들어가서 몸 씼고 침대에 누워서 한숨 자다가,

자고 일어나면 또 "6중대, 그저께 했던 것과 같은 준비해서 분대 단위로 연병장 집결할 것" 하면 또 나가고...

그리고 뿅뿅 똑같은 짓거리 하고...

탄약고 쪽에 산불 옮겨질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럼 탄약고 애들은

지금쯤 팔에 감각이 없다 싶을만큼 짊어지고 나르고 땅 파고 물 긷고 작업하고 있겠네

 

 

 

 

 

 

 

 

 

 

 

 

 

 

 

 

 

 

 

 

 

 

 

 

 

갸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