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 히히 모르겠다 오줌발싸! 하던 시절

 

 

2005년에 마블 코믹스가 내놓은 외전 시리즈 마블 좀비즈는 괜찮은 좀비물이었다

문제는 이게 너무 잘 팔리니까 2절 3절 뇌절까지 하면서 고어도만 높아지고 스토리퀄은 아작나고 있었다

 

그렇게 2009년에는 마블 좀비즈 리턴 이라는 기린까지 내놓고 있었는데

 

 

 

 

 

 

그 시기 DC에서도 마찬가지로 좀비물인 '블랙키스트 나이트'를 내놓았다

 

갑작스러운 기획이 아니라 여지껏 몇년에 걸쳐 쌓아놨던 떡밥을 풀어내는 것이며

 

흔히 본능에 따라 사람을 잡아먹기 위해 죽이는 좀비가 아니라

'감정에 가득찬 상태의 심장을 뽑아먹으려고 한다' 라는 독특하면서 그린 랜턴에 어울리는 설정을 도입한 덕분에

 

단순한 히어로 나오는 좀비물이 아니라 히어로물인 동시에 좀비물이라 할 수 있다

 

 

 

 

 

 

히어로는 다들 죽음의 시련과 함께 태어난다

우연으로 얻은 힘이더라도 초능력자에서 히어로로 거듭나는 시련에는 죽음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배트맨은 부모님이 총맞고 죽었고

로빈은 부모님이 서커스 중에 추락했으며

카일 레이너는 여자친구가 정부요원한테 죽고 시체는 협박용으로 냉장고에 구겨넣어졌다

 

 

 

 

 

그리고 부활하는 좀비들은 그러한 '히어로와 감정으로 엮인 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린랜턴과 비슷한 블랙랜턴이기에 원하는 물체를 창조할 수 있다

 

부모님의 시체가 좀비로 일어나 죽기 전의 사고를 거리/서커스장/냉장고째로 재현하고

반대로 가족을 죽였던 빌런이 좀비로 일어나 가족을 죽이며 느꼈던 희열을 읊기도 하고

심지어 공격 한번 않고 죽기 전의 못 다한 말을 나누며 친근하게 다가오기까지 하며

 

상대의 '감정'을 자극한다

좀비에 대한 '공포', 상대에 대한 '분노', '동정심', 어쩌면 마음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희망' 등등

 

 

 

 

 

 

그리고 이 모든 행동은 위선에 불과하며, 이들은 결국 기억과 몸만을 복제한 가짜이다

 

어떤 호소를 하고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건 간에 끌어낸 분노 등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감정으로 가득찬 심장을 뽑는 마법 의식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좀비들은 재가 되도록 태워대도 절대로 죽지 않는다

한번 눈 꼭 감고 주먹으로 머리를 날려도 재생해버리니 다시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든다

 

 

그냥 물어뜯는 좀비물이 아니라 히어로들의 트라우마를 끌어올리고 다루는 이야기이며

 

동시에 자기들이 요 몇년간 히어로와 악당들을 얼마나 많이 죽이고 살렸는지에 대한(...) 반성문이기도 한 이야기

 

 

 

 

 

해당 이벤트의 판매량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라서

본래 마블이 DC의 총판매량을 압도하긴 해도 유동층 독자 10% 가량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였는데

 

그 10%가 죄다 블랙키스트 나이트와 그 타이인(※) 사는데 집중되어서

마블의 2군급 만화 판매량이 갑자기 쭈구리가 되어버렸다

 

(※ 대형 이벤트 본편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히어로한테는 무슨 일이 있는지 보여주는 사이드 스토리)

 

 

DC 만화 환불하고 우리 만화 두 권 사가세요! 라던지 별의별 이벤트를 다 해봤지만

씨알도 안 먹혀서 마블이 정말로 기브업을 해버렸을 지경

 

 

 

 

 

 

그래서 자조적인 의미였는지

 

당시 마블 좀비스 리턴에서는 위의 블랙키스트 나이트의 표지를 패러디한 배리언트 커버(어나더 커버)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