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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간절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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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한달에 한 번 어린이 천문교실에서
딸내미가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늦은 시간 2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거라
운전기사는 오롯이 제 몫이 되었네요.
수업을 마치길 기다리는 동안,
저도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날씨가 좋지 않아 볼 수 있는게 거의 없었네요.
대신 코를 간질이는 밤바람에
어릴적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
시골 깡촌에서 태어나 자랐던 저에겐
가장 하고 싶었던게 3가지가 있었습니다.
놀이공원 가보는 것, 피자라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
그리고 비행기 타보는 것.
하지만 시골에서 힘들게 살았던 저희 가족에겐
그것들을 누릴만한 여유라는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국민학교 2학년 방학 어느 날,
저 혼자만 외가집에서 1주일 가량 보내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집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저녁밥도 먹지 못한채 마당 한쪽 평상에 앉아
몇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코끝을 간질이는 밤바람과 함께
오랫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던 밤하늘……
당시 처음으로 별들이 어느 한 쪽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천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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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년 정도 지난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 한가지를 접하게 됩니다.
2년 전 평상에서 홀로 늦은 밤까지 보냈던 그날…
그때 어머니와 누나들은 밤 늦게 집에 오셨고
직장 때문에 멀리 계신 아버지께 다녀온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나들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고,
저만 빼고 도시의 놀이공원에 다녀온 걸 알게 되었네요.
그 충격이 너무도 커서 어머니께 그 까닭을 여쭙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무얼 사달라 해달라 졸라 본적이 없었던것 같네요.
동네 친구들의 장난감이 마냥 부러워도…
학교 친구들의 우유 급식이 너무나 먹어보고 싶어도…
옆집 창식이가 비행기 타고 제주도 갔던걸 자랑해도…
피자가 뭔지도 모른다고 병철이가 놀려도…
심지어 누나들의 내복마저 저에게 물려 입히시던 그 순간에도
저는 그 상황을 묵묵히 받아 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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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벌써 3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생각나는 또 다른 기억들.
직장에 들어가 연수받을때 태어나 처음으로 가보았던 놀이공원.
세상 처음 맛보았던 회식 자리에서의 그 피자.
그리고 출장갈 때 처음으로 타보았던 비행기.
지금은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어릴적 그땐 왜 그리도 간절했는지~~!
요즘도 본가에서 어머니를 뵐 때면
제 아내인 며느리에게 가끔 이런 얘기를 하십니다.
누나들보다 저를 정말 편하게 키우셨다고…
뭐 좀 해달라 사달라 조르지도 않았고,
뭘 해주든 투정 한 번 안부리고 잘 먹고 잘 입어주고,
밖에서 사고 한 번 안치고 잘 자라주었다고~!
......
밤바람과 함께 찾아온 그날 평상 위에서의 기억.
그리고 무려 36년을 묻어두었던 그 질문을
또 다시 떠올려봅니다.
‘ 왜 누나들만 놀이공원에 데려 가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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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제 딸내미가 그때 저의 나이가 돼버린 지금.
애써 그 질문을 드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어머니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이젠 하고 싶으신거, 드시고 싶으신거 있으시면
‘ 됐다. 난 괜찮다 ‘는 말씀만 하지 마시고
꼭 좀 얘기해 달라고……
그때 그 일 가슴에 묻어두고 미안해 하실 필요 전혀 없으시다고……
덕분에 전 대자연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 기억 만큼은
그 누구 보다도 풍족했고 지금도 그 좋았던 기억만 남아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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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댓글
  • 나무손잡이 2019/03/12 18:59

    http://www.youtube.com/watch?v=90M60Pzmx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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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아들과주인님 2019/03/12 19:50

    사진 너무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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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3/12 21:28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찍은 것들은 아니지만 그시절 기억과 닮아 올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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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핼리7214 2019/03/12 19:54

    오늘을 좋은 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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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3/12 21:29

    부모 심정이 다 마찬가진거 같습니다. 자식 마음 아프게 한 거... 참 오래가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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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랄eral 2019/03/12 20:09

    글과 사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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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3/12 21:31

    감사합니다..^^ 저도 이랄님 올려주시는 선전 사진들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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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9무言 2019/03/12 21:31

    지난 옛일 모두 기쁨 이라고.. 하면서도 ^^
    남다른 추억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모습의 삶을 살고 계시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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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손잡이 2019/03/12 21:38

    엇~! 제가 좋아하는 분의 노래입니다~~^^
    네.. 맞습니다.. 어릴적 기억들이 너무나 좋아서 나이를 먹어갈 수록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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