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대 혹한기 훈련 2달 남았을 때부터, 내한훈련을 존나게 시켰다.
내한훈련이 뭐냐면, 혹한기때 얼어죽지 말라고 미리미리 추운 날씨와 친해지는 훈련이다.
방식은 간단하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애들 모아서 상의탈의시키고 뛰게 한다.
그 전 혹한기때 바로 윗부대에서 동상으로 발가락 잘린 애들이 몇 있어서 그런지, 대대장 지침으로 내한훈련을 미친듯이 시켰다.
영하 12도를 넘는 날씨에 윗퉁까고 3~4km를 뛰다보니 매우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유두가 쓰리고 허벅지가 땡겨서 잠을 못자겠더라고 개 십
몇일을 그렇게 뛰면서 내한훈련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우리팀 야스오 데스에 상대팀 스노우볼 굴러가듯 쌓여가고 있을 무렵,
대대장이 사병들을 격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내한훈련에 참여하기로 했다.
군필자들은 대충 이게 어떻게 돌아갈건지는 예상을 할 것이다.
레토나에 탑승한 채 구보뛰는 애들 옆에서 간지나게 지휘봉을 흔들며
"야! 잘한다! 잘뛰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대대장이 얼마나 존나게 얄밉던지
어떤놈이 소원수리를 긁었다.
대대장이 금요일 대대결산 때 그걸 직접 읽어주었다.
"아, 대대장이 소원수리를 받았는데 말야, '대대장님이 칭찬해주시니 힘이 납니다. 앞으로는 같이 뛰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하네?"
읽고 난 대대장이 씨익 웃더라.
상황을 파악 못한 대대원들은 '대대장을 엿먹인 용감한 십새기가 과연 누굴까?' 하는 의문을 품고있었을 것이다.
나를 비롯한 대대 인원 10명은 그 순간 '아뿔싸 시발'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아뿔싸 시발'이 왜 튀어나온 말이냐면,
대대장의 취미가 마라톤이었거든.
과거에 대대에서 착출당한 10명의 불쌍한 희생양들이 대대장이랑 아마추어 20km 마라톤 대회를 나가서 한동안 앓아누웠던 적이 있다.
그 중 나도 끼어있었고, 그래서 대대장이 레토나를 타고다니는 건 힘을 봉인중이라는것도 알고있었다.
하지만 소원수리에 봉인해제를 허가받아 신난 대대장은 바로 그 다음주 월요일 내한훈련 구보에 참가하여
상의를 탈의한 채 자신의 페이스로 선두에 서서 대대깃발을 들고 10km를 쉬지않고 뛰었다.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를 생각해보자.
40~50대 중령이 선수급 피지컬로 신이 나서 뛴다.
그 밑에는 소령대위중위소위중사하사사병이 있다.
대참사가 벌어졌다.
체대출신에 운동이 취미인 부사관 둘을 제외한 모든 부사관 낙오.
낙오한 부사관들 대부분이 했던 말: "야, 대대장님 뛰시는데 낙오하면 아주 뒤질줄 알어!"
장교급 전원 낙오.
대대장 바로 밑짬인 작전과장은 대대장 뒤에서 뛰다가 호흡곤란으로 기절. 앰뷸런스 옴.
사병들 반 이상 낙오.
남은 반은 대대장한테 적어도 두바퀴 이상 따라잡힘.
그정도 참사에 굴하지않고 대대장은 일주일간 사병들을 격려하며 함께 뛰었고
바로 다음 소원수리에서 '대대장님이 구보에 참여하시니 너무 힘듭니다'가 나왔다.
우리포대눈저정도까지는아니었어도 포대장이 존나 눈치없던게
병사출신이어서 일도존나열심히하고 병사편의도존나봐줬는데
너무열심히한게문제였음
제설하는데ㅜ병사들쉬라고해놓고 혼자서 각삽가지고 얼음까더라
병장부터시작해서 그 누구도 편히 쉬지 못하였다
너의 본모습으로 돌아갈것을 명한다 슈퍼솔저 카드!
어쨌든가 간부 엿먹였으니까
해피엔딩인가?
그래도 전에있던 포대장보다는 리얼 존나좋은포대장이엌ㅅ다 성격도좋고
하필마라톤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가 간부 엿먹였으니까
해피엔딩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봉인이네 ㄹㅇ
ㅋㅋ시발ㄲㅋ
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필마라톤ㅋㅋㅋ
이건......
답이없다!!!!!
우리포대눈저정도까지는아니었어도 포대장이 존나 눈치없던게
병사출신이어서 일도존나열심히하고 병사편의도존나봐줬는데
너무열심히한게문제였음
제설하는데ㅜ병사들쉬라고해놓고 혼자서 각삽가지고 얼음까더라
병장부터시작해서 그 누구도 편히 쉬지 못하였다
그래도 전에있던 포대장보다는 리얼 존나좋은포대장이엌ㅅ다 성격도좋고
놀아서 빡치게 만드는것보다 100배는 좋네
너의 본모습으로 돌아갈것을 명한다 슈퍼솔저 카드!
근데 혹한기에서 발가락 잘린애들이 나왔단거에서 충격인데
신체보면 견적 딱 나오지 않냐ㅋㅋㅋㅋ
의외로 배불뚝이 아저씨라 아무도 예상 못했음
지금 대대장이랑 같이 뛰었던 마라톤 완주메달 찾아가지고 기억이 좀 더 돌아왔는데, 우리 마라톤 나갈때도 대대장이 먼저 낙오할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대대장이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이였나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