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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시기


중학교 1학년.
IMF 때문에 아버지 회사 짤리고,
집 팔아서 전세로 이사감.
남은 돈으로 작은 가게 하나 열었음.
나랑 형은 가게 근처 학교로 전학 감.
전학간 첫 날.
우리반에 지체장애아가 한명 있었는데..
뒷자리 앉은 놈이 수업시간, 쉬는시간 할 것 없이 걔를 계속 괴롭힘.
점심시간에 뒷문으로 나가면서 봤는데,
이새끼가 딱밤으로 걔 귓볼을 때리고 있었음.
귀가 찢어져서 피가 나고 있는데도 웃으면서 계속 함.
도저히 못봐주겠어서 그만하라했음.
어디서 굴러먹던 새끼가 깝치느냐면서 바로 따귀 날아옴.
근데 이놈이 말만 거창한 그런 타입이라서 내가 일방적으로 때림.
자리로 돌아오니 짝이 나보고 '닌 좆됐다. 쟤 일진이다.'라고 함.
학교 끝나고 교문 나서는데 뒤에서 누가 부름.
걔임.
그리고 그 뒤에 7~8명 정도 더 있음..
아파트 주차장으로 끌려감.
무서웠음.
엎드려뻗치래서 엎드리니, 빠따로 허벅지 존나 팸.
(집에 와서 보니 피멍 수준이 아니라, 아예 살갗이 터져있었음..)
발길질도 당하고.. 주변에 있는 물건도 다 던지고..
여튼 얼굴 이외의 모든 곳을 맞았음.
다음 날.
맞고만 살 수는 없잖슴?
학교 가서 걔만 조용히 소각장으로 부름.
어제 내가 맞은 만큼 때렸음.
한참 그러던 중,
배를 한대 쳤는데
이새끼가 고꾸라져 쓰러짐.
쓰러지는 폼이 여간 이상했음..
돌려서 얼굴을 보니,
눈이 흰자밖에 안보이고, 혓바닥이 계속 돌아가고 있었음.
좆됐다 싶었음..
그놈은 구급차에 실려가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서를 가봄.
이자인지, 신장인지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여튼 그 장기가 평생 제기능을 못하게 됐다고 들었음.
합의금으로 2000만원이 나옴.
(내가 맞은거까지 뺀게 저정도.. 당시에는 상당히 큰 돈이었음.)
우리집에 돈이 있나..
전세금 빼고,
합의금 물어주고..
남은 돈으로 사글세로 이사감.
방 한칸 뿐인 작은 집이었음.
(원래 방 3칸짜리 집인데, 방 1칸을 사글세로 내놓은거.)
화장실도 밖에 있고,  
야외에 수도꼭지 하나 있는게 전부라 샤워도 못했음.
(겨울에 머리 감으면, 머리가 아플 정도였음 너무 차가워서)
일주일에 한번 목욕탕 가는게 전부였음.
그 좁은 방안에 머리 넷이 맞대고 자는데 너무 서러웠음.
하늘이 핑핑 돈다는 말 앎?
그냥 관용어구로만 생각했었는데,
그 좁은 방 안에 누워 있으니 정말 진짜로 (환상이 아니라 진짜로) 천장이 핑핑 돌았음..
어머니의 눈물은..
정말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 후로 학교에서 6개월간 왕따 생활 시작 됨.
이 중1 6개월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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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간 왕따 생활에서 벗어나게 된 건,
일진 vs 일진 대립 구도였던 우리학교의
다른 일진들과 친해진 덕분이었음.
여자 애들이랑 놀고,
담배 피고,
술 마시고..
나는 이 방탕한 생활이 아주 마음에 들었음.
그런 내 성적이 바닥을 기는건 당연했음.
중고등학교 6년간 전교 뒤에서 10등 밖을 벗어난 적이 없었음.
그리고 20살.
전문대라도 가라는 엄마 vs 일하면서 돈 벌고 싶다는 나
대판 싸우고 결국 내가 이김.
(진짜 이때는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음..)
내 뜻대로 알바 시작함.
카센타, 소세지 공장, 하림 닭 공장, 다이어리 공장 등등..
지칠 땐 상대적으로 좀 쉬운 맥도날드나 PC방 알바, 술집 서빙, 홈플러스 같은것도 짧게짧게 함.
2년간 일해보니.. '이래 살아가 뭐하겠노..' 싶었음.
학교가 다니고 싶었음.
공부 하겠다고 마음 먹음..
근데 공부에 대해 1도 몰랐던 나는 어찌할바를 몰라서 선생님을 찾아감.
(매번 말썽만 부리는데도 오직 사랑으로 대해주신 고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임.)
공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알려달라는 공부하는 법은 안 알려주고 책을 추천해주심.
그 중엔
자기 계발서도 있고, 자서전도 많았음.
교보문고 가서 그 책을 전부 샀음.
그리곤 몇일동안 하루종일 책만 읽었음.
난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줄 알았음.
근데 정말 나보다 몇백배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책 속에 있었음..
공부는 그냥 하면 되는거였음.
공군가면 공부할 수 있다는 말에 공군을 지원함.
막상 들어가보니 공부 못하게 함.. (상병 달아야 할 수 있음)
그래서 첫 휴가 때 문제집 한가득 사들고
놀 사람도, 놀 것도 없는 시골로 감.
(정말 첫휴가 너무너무 기다렸었는데.. 이 악물고 공부하기로 했음.)
수학이 제일 어려울 것 같아서 수학부터 시작함.
아직도 생각남.
중1 수학 첫 단원이 집합이었음.
근데 무슨 말인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는거임..
막막했음..
그렇게 알지도 못하는 용어들이랑 씨름을 해가며
시골에서 4박5일을 보내고 부대로 복귀함.
이후로 상병 달때까지 휴가때마다 시골 가서 공부함.
물론 상병 달고나서는 휴가때 놀았음.
대신 부대에서 매일 공부했었음.
그렇게 군대 2년 동안 중등과정 끝냄.
제대하고 나서
20, 21살 때 모아뒀던 돈으로 재수학원 1년 다니면서 고등과정 끝냄.
대망의 수능날.
살면서 그렇게 떨어본 날도 없는 것 같음.
시험 끝나고
고딩들이 끝났다! 자유다! 소리지르고..
다들 가방싸서 집에 가는데,
나는 엎드려 있었음.
시험을 너무 못 본거 같아서 속상했음.
잘 안우는데.. 괜시리 눈물이 나왔음.
쪽팔려서 엎드려 있었는데, 감독관님이 오셔서
아직 결과도 안나오지 않았느냐. 못봐도 괜찮다 내년이 있지 않느냐. 이런 말씀을 해주심.
쪽팔려서 엎드려 있는건데 빨리 좀 가시지..
여튼 한달?쯤 후 결과가 나옴.
언1 수1 외4 과112 받음.
정말 하늘이 도운게.. 시간이 없어서 언어 3문제짜리 한 지문 통째로 찍었음.
평소 같으면 333으로 찍었겠지만, 그날 따라 미쳤는지 다 다른 번호로 찍었는데 그게 다 맞음..;;
125명 중 가장 운이 좋은 사람 1명이 나였음..
그렇게 해서 언어 2등급 나올게 1등급 나와서 교대에 합격함.
(남들한테는 교대가 그저그런 대학일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정말 서울대 수준이었음..
나 같은놈은 아예 갈 수 없는 그런 곳이라 생각했었음.)
니가 무슨 공부냐 일 알아봐줄테니 기술이나 배우라던 고모부는
"나는 니 합격할 줄 알았다! 니는 아가 한다면 한다 아이가!"라며 다소 어정쩡한 표정으로 나를 축하해주셨고..
할머니는 동네 잔치 여심..ㅋㅋ
무뚝뚝한 아버지는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초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용돈 20만원을 쥐어주심.
(이게 아버지 딴에는 굉장히 감정 표현한거..)
그리고..
내가 늘 가슴에 대못만 박았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는 그날 또 눈물을 흘리심..
내가 속 썩여서 그런게 아니라,
내가 자랑스러워서..
그런적은 또 처음이라 머쓱해서 고개만 떨구고 있었음.
지금은.. 교사생활 잘 하고 있음.
음..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중1 때였다면,
두번째로 힘든 시기는 그 뒤늦게 공부 시작한 그 3년인 것 같음.
글 쓴다고 시간 잘 보냈음!
그럼 여기까지.
댓글
  • 행복한나윙 2017/01/31 00:51

    굿굿!!

    (puhce5)

  • *_*♥ 2017/01/31 00:53

    완전 멋있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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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하는남자 2017/01/31 05:18

    머야 형 좀 멋있잖아?

    (puhce5)

  • Em-eukal 2017/01/31 05:38

    고생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귀감 될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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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벌레손 2017/01/31 06:02

    예전 본 드라마 캐베스 "학교" 생각이 문득... ^^ 다그치기만 하는 교사가 아니라 한때나마 방황하고 반항하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다독이며 용기를 주실 참교사가 되실것 같습니다. 경의를 표하며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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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선껌종이 2017/01/31 06:21

    인간승리네요..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선생님이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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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셀핀 2017/01/31 06:24

    와 대단하십니당 추천을 안할수가 없군요

    (puhce5)

  • 씨레기국 2017/01/31 06:57

    오늘은 최선을 다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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