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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게 첫 글 써봅니다 포르쉐 계약 한지 한달반..

안녕하세요 수게 형님들


글 솜씨가 없지만 뭉클했던 작년 12월 파나메라 계약 이야기를 써봅니다.

글이 길어요.ㅠㅠ


아 물론... 제가 계약 한건 아닙니다.

아버지와 함께 부산 포르쉐 매장을 방문해서 계약 도와드렸습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제가 사드린 것도 아닙니다..(땡전 한푼 보태드리지도 못했어요.)


참고로 아버지 소개 한 줄 적자면

1980년도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오신 놀음(?) 빚 300만원으로 차디찬 인생을 시작하셨어요...  


다시 본론으로 와서..


제가 고등학생때 아버지께서는 s클래스를 타셨고 몇cc 짜리인지 몇기통 짜리 인지도 모르지만

자신감 넘쳐 보이는 그 당시 아버지 모습을 군대 전역하고 나서야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군대 말년쯤 차를 파셨다고 들었고 그 이후로 아반떼 를 구입하셔서 오래 타셨어요.

당시 사업상 문제가 있으신 것도 아니였고 

"이제 환갑이 다 되어가니 돈을 아끼는게 맞다" 라고 하시며

줄일 수 있는 모든 걸 확 줄이시더라구요.

전역후에 저는 공장에서 알바하듯 일을 하며 i30 중고차 할부로 구입을 하고 타고 다녔구요.


그 후로 친구들 만나면 집안이 몰락했냐니 사업이 망했냐니 그런 소리도 가끔 듣게 되었어요.

아마도 가끔 학교에 태워주시던 당시 아버지 차를 보며 친구들이 좀 보기 그랬나봐요.ㅎㅎㅎ


그리고 작년 11월쯤 아버지께서 

"내가 아반떼를 타고 다니니 이런 사람 저런사람들이 참 많이 무시를 하더라 세상이 참 재밋네"

"좀 아껴서 아들 번듯한 차 한대 사주고 싶고 번듯한 일도 하나 차려주고 싶었는데" 

라는 말씀들을 한숨을 푹 쉬시며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한숨 쉬는 분이 아닌데 무슨일이 있으셨나봐요.


제 차를 사주고 싶다는 아버지 말씀 들으며 사실 솔깃했어요 ㅎㅎㅎㅎㅎ 참 간사해요 저라는 인간

그래도 정신 차리자 라고 혼자 머릿속으로 몇번이고 말하고 나서

"나는 차 욕심이 별로 없어요 애초에 좋은차 타고 싶었다면 전역하고 사달라 했겠죠"

라고 말하며 축구 선수 캉테 사진들을 보여드렸어요

"이 축구 선수는 일주일에 2억씩 버는 축구 선수인데 차에 관심이 없어서 이렇게 다녀요 ㅋㅋㅋㅋㅋㅋ"

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했고 주말에 해운대 외제차 매장있는 곳으로 가지고 열심히 설득 했어요.


그리고 인터넷으로는 열심히 딜러 알아보고 차량 알아보고..

1주일 정말 금방가네요 차는 모르지만 차를 좋아하니깐요


차는 벤츠다 라는 인식을 너무 크게 가지고 계셔서 그런지 벤츠 매장부터 입장해서

이차 저차 보다가 바로 옆 포르쉐 매장의 마크를 보시며 저거는 무슨차냐고 물어보셨어요

잘은 모르지만 벤츠 보다는 한단계 높은 등급이라고 말씀드렸더니

페라리 말고 벤츠보다 좋은 차가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호기심이 생기셨는지 포르쉐 매장으로 홀려서 들어가시듯 들어가셨고

718 911 들 속 중간에 있었던 파나메라 하이브리드를 보시며

딜러분께 가격을 들으신 후 에 이게 진짜 벤츠보다 좋은거 맞냐? 라고 열번은 물어보셨던거 같아요.

솔직히 좀 부끄러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목소리가 워낙 크신 분이라 그때 오신분들 죄송합니다... 환갑 2년 지나신 아버지 목청이 아직 싱싱하셔요..


옵션표 구성을 위해 방같은 부스? 같은 곳으로 들어가서 이것 저것 상담하면서 차량 구성을 하는데

딜러 분이 이런건 젊은 분들이 많이 넣으시고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시더라구요.

"기왕이면 젊은 사람들이 넣는건 다 넣어주이소 야도 탈 꺼니까" 라는 말씀에 울컥했네요.


계약금은 예전엔 500 1000으로 나뉘었는데 요즘은 1000으로 한다고 하니..

지금 돈주고 사는게 아니냐며 황당해 하시던 아버지 모습 참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차는 5~6개월 지나야 받아보실 수 있다는 딜러분의 말씀에 더더욱 황당해 하셨구요.

그 때 한번더 저에게 물어 보시는게 "진짜 이게 벤츠보다 좋다고 차가?' 라고..ㅋㅋㅋㅋㅋ


그렇게 아버지도 저도 딜러 까지도 황당했던 계약을 무사히 끝내고

i30 타고 돌아오는 자리에서

"요즘 젊은 사람들도 외제차 많이 몰고 다니던데 한대 사고 싶으면 다시 돌아가서 한대더 계약하자"

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때 너무 감성에 젖어 있어서 그랬었는지

"전 진짜 차에 관심이 없어요 저도 아부지 처럼 나이 들어서 아반떼 타다가 한소리 들으면 그때 살게요ㅋㅋㅋ"

라고 하고 집에 왔는데 아 놔 진짜 그때 다시 그리로 갔어야 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는 간사한 나를 보며 다시 금 느꼈습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제가 1도 도와드리지 못했지만

계약일 만큼은 참으로 뭉클하고 기분 좋았었네요.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보배드림을 모르셔요


출고 되면 꼭 인증하겠습니다 

좋은 일만 있길 바래요 수게 형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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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P3X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