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간달프 때문에 손가락이 부러졌다

집이 4호선이라서 출퇴근할 때 명동 거리를 거쳐서 명동역으로 가는데 그 길을 다니다 보면 길막하고 전단지 배포하거나 뭐 팔아먹으려는 놈들이 있음.

보통 그런 놈들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특히 이어폰 끼고 핸드폰에 눈을 박고 있으면 포기하고 다른 사람한테 가던데

어제 이 한 놈은 뭔가 조낸 집요하게 길막을 하는 거야

직장인이냐고 물어보길래 당연히 뭐 팔아먹으려는 놈 같아서 그냥 쌩까고 지나가려는데 길막하고 오른 쪽으로 돌아가려니까 또 막고 왼쪽으로 피해 가려니까 또 내 앞으로 오면서 무슨 간달프처거럼 유 셸 낫 패스를 시전하면서 뿅뿅 조낸 끈질기게 달라붙는 거야

마치 시골에서 장례식 치르는 차량을 길막하고 돈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산적 놈들처럼 내 이야기를 듣고 상품 가입이든 뭐든 하지 않으면 이 길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객사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뿜뿜 전해져 오더라

열받아서 그냥 억지로 비집고 가려 했더니 그새끼가 밀쳐서 나는 바닥으로 넘어졌지

무릎은 옷이 찢어지고 멈어질 때 손으로 땅을 짚었는데 이게 조낸 아프고 ㄲㅂ 조낸 열받아서 분노 게이지가 최대치로 충전되더라

그래서 막 소리 지르고 욕하니까 은근슬쩍 도망치더라

아 진짜 손가락이 부러진 줄 알았으면 당장 경찰에 신고했을 텐데 워낙에 화딱지가 나서 그 생각도 못했다

근처에 백병원 있어서 응급실에서 엑스레이 찍었더니 새끼손가락 부러진 거 맞다더라.

그래서 뒤늦게 명동 파출소에 갔더니 ㅋㅋㅋㅋㅋ

문을 잠가놔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안에서 뭐라고 하는데 들리지도 않고 그래서 결국 한 놈 나왔는데 경찰서에 진정 넣어야 하고 잡는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조낸 일하기 싫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쫓아내더라

결국 수술하지 않으면 후유증 생길 수 있다고 해서 수술에 마취때문에 입원까지 해야 할 판이다

수술 전 검진이라고 CT스캔까지 했는데 엎드린 채로 손을 뻗어 넣으라고 해서 슈퍼맨 64에서 고리에 들어가듯이 CT스캔을 받았다

프로그래머가 일이라 손 잘못 다치면 ㅈ되는 직업인데 그나마 가장 안 쓰는 왼쪽 새끼를 다쳤고, 내가 타자를 제대로 안 배우고 사파스러운 습관이 들어서 반깁스를 해도 검지랑 중지만 움직이면 딱히 문제는 안 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

그것보다도 데레스테랑 밀리시타 이거 어떻게 하나 이게 걱정이 되더라. 가뜩이나 이벤트 기간인데

그래도 풀콤 생각은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하니까 어떻게든 클리어는 되더라 폰을 괴상하게 잡고 플레이해야 하지만. 그리고 소위 출장패턴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양심적인 스쿠페스가 얼마자 갓겜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손가락이 부러지고 붕대까지 감았으니 소녀전선에서 드디어 피구공을 먹을 수 있겠다는 행복회로가 돌았지만 일섭 유저인 나한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했다

태그는 일하길 싫은 민중의 지팡이 공무원들이 유머

그리고 손가락이 부러진 마당에 게임 걱정하는 나도 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