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으로 국내에도 알려지기 시작한 신선조
흑선 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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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본은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이끄는 흑선의 개항을 요구하는 무력 시위를 당한 뒤 압도적인 기술력 격차에 전 국가적인 충격에 빠져있던 시기였음
순식간에 수백년 동안 일본을 지배해 온 쇼군가의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했고 이 때를 틈타 쇼군가에게 반감을 지니고 있던 지방의 무사들이 들고 일어섬
오랜 세월 동안 일본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온 쇼군가를 밀어내고 천황을 다시 옹립해서 자기들이 주축이 된 정치 개혁을 단행하려고 함
이 과정에서 불길한 내전의 전운이 감돌게 됨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지키기 위해 두개의 조직이 창설되는데 하나는 진짜배기 고오급 무사 집안 자제들을 모아 만들어진 '미마와리구미'였고 다른 하나는 떨거지 무사들을 모아 만들어진 '신센구미'(이하 신선조)였음(창설 당시엔 로시구미라는 변변찮은 이름이었음. 로시=낭인)
당시 수도는 막부에 대한 역심을 품은 무사들이 몰래 만나 정치적인 밀담을 나누거나 천황을 빼돌리려는 테러 계획을 세우는 식으로 흉흉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음
미마와리구미와 신선조의 주역할은 막부의 편에서 수도를 순찰돌며 이런 역모를 적발하고 도시의 치안을 지키는 일
원래 미마와리구미에 비해 신선조는 애물단지같은 취급이었으나 존황양이파 지사들이 수도에 불을 지르고 천황을 납치해 모시려던 계획을 사전에 알아내 지사들이 모여있던 여인숙을 급습해 8명을 죽이고 23명을 체포한 이케다야 사건 이후 급속도로 명성을 떨치게 됨
그러나 최종적으로 개혁은 통과되고, 존황양이 지사들은 역사의 승리자가 되고, 신선조는 마지막까지 막부의 편을 들어 내전에 참가하다 전멸한 걸로 최후를 장식함
주먹이 입에 다 들어갔다던 고릴라곤도 이사미
1.농민 출신이 주축이 된 집단
의외로 신선조는 진퉁 사무라이 집단이 아니었음
신선조의 중핵은 천연이심류를 가르치던 도장 시위관의 관장인 곤도 이사미와 그의 제자들이었음
그런데 이 천연이심류라는게 원래 타마의 농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상부상조하는 문파였음
주로 농민들에게 싸우는 방법을 가르치며 빌어먹었고 대련에 유리하기보다 실전성이 높았다고 함
곤도 이사미 본인도 타마의 농민의 자식이었으나 곤도 가문에 양자로 들여져 후계자가 되었으며
그런 곤도 이사미를 양자로 들인 양부 또한 원래 농민 출신이었다가 곤도가에 양자로 들여진 케이스였다고 함
귀신부장으로 유명한 히지가타 토시조 또한 아무 근본도 없는 농민으로 주로 약을 팔고 다녔으며 무사 가문의 자제로 사기를 치며 도장깨기를 하며 다녔다고 함
이렇듯이 기존의 고귀한 무사 계급과는 근본이 다른 조직이었기 때문에 신문물과 신병법의 도입에 편견이 없어서 후기에 가서는 적극적으로 총을 도입해 전투에 활용했다고 함
진짜로 막판까지 칼 한자루만 믿고 장렬히 적진으로 반자이 돌격을 하다 산화한건 신선조가 아닌 무사 자제들로 구성된 미마와리구미
서양 군복을 즐겨입으며 여자 여럿 울렸다던 귀신 부장 히시카타 토시조
만화 골든 카무이에서 사실 살아있었다는 설정으로 늙어서 등장함
2.vs정한론자
신선조의 주적은 쇼군과 막부를 끌어내리고 천황을 옹립해 새로운 체제를 마련해 부국강병을 주장하던 존황양이 지사들이었음
여기까지 들으면 알수있겠지만 이들은 메이지 유신의 주역이며 일본 제국의 아버지이며 대부분 정한론자였음
그에 반해 도쿠가와 막부는 임진왜란 이후 정권을 잡자마자 곧바로 도요토미 정권과는 다름을 주장하기 위해 조선에 사절단을 요청해 평화 교류를 맺기 시작했으며 그건 막부가 무너지기까지 수세기 동안 이어져 왔음
일본의 신정부 설립의 마지막 적이었던 신선조는 한동안 일본 국내에서 안좋은 소리만 들어야 했으며 곤도 이사미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귀 취급을 받아오다 나중에야 재평가를 받게 됨
덕분에 조선 내에서도 일본의 복잡한 내부 정치 사정을 파악했던 극소수의 지식인들은 신선조를 주군에 대한 충절을 지키며 나쁜 일본제국놈들과 끝까지 맞서 싸우다 죽은 우리편으로 인식하고 호의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고 함
ps1 시절에도 코에이에서 출시된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인 '유신의 폭풍 막말지사전'에서는 굳이 신선조 진영을 선택해 이토 히로부미 처단에 도전하는 한국인 유저들이 많았다고 함
3.코스프레 조직
신선조를 대표하는 복장인 소매에 톱니바퀴 문양이 들어간 푸른색 겉옷
이건 사실 당시에 인기있었던 가부키인 '츄신구라'에 나오는 무대의상이었음
츄신구라는 억울하게 모함받아 죽은 주군을 기리며 바보 흉내나 내며 거지처럼 지내다 원수가 방심하는 순간을 노려 한날한시에 모여 주군의 원수를 갚고 처형당한 무사들의 실화를 담아낸 연극이었음
원래 곤도 이사미가 매우 좋아하는 극이었다고 하며 그래서 곤도는 츄신구라의 무대의상을 본떠서 신선조 의상을 만들었음
한마디로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경찰들이 홍길동이나 전우치, 임꺽정 코스프레같은걸 하고서 서울에서 순찰을 돌고 다녔다고나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에 와서는 신선조와 그 복장이 당시의 츄신구라만큼이나 서브컬쳐에서 인기있는 소재가 되었다는 점
재밌는 정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