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하나도 모르는데 일본회사 입싸한 썰.ssul

난 히라가나 가타카나만 겨우 외웠고 일본어 시험 같은거도 쳐본적 없음.

당시 대학 졸업반이라 일본이 요즘 취직하기 쉽다길래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적당한 회사 여기저기 찔러봤었는데

K머시기 피규어 회사에서 입사설명회 한다고 관심 있음 참석하라고 메일 오더라

보니까 아키바하라 무슨건물 세미나실 넓다란 데서 입사 설명회 오전 9시에 한시간 정도 하는데

입사 희망자에 한해서 오후 3시에 곧바로 인적성 테스트랑 입사 테스트 뭐 한다고 했음

그래서 일본행 티켓 끊고 일주일 정도 관광 체류하면서 그날 오전에 가서 한시간 정도 설명회 듣고 나와서 아키바 피규어 관광하다가 점심 먹고 오후3시에 다시 와서 테스트 봄

그때 내가 지원한 부문은 피규어 촬영(피규어 만지고 보고 하는걸 직업으로 해보고 싶어서) MD랑 프로그래머 쪽이었음

근데 인적성 테스트는 듣기/쓰기가 있었는데 듣기는 애니메이션 청해 정도라 전문적인 용어 나오면 하나도 이해 못하고 넘겼고

인적성이랑 필기로 무슨 사고력 문제? 도 50문항 정도 푸는거 있었는데 지문 일본어 해석이 안되서 그림만 보고 얼추 예상해서 대충 때려맞췄음

일본어를 모르니 결국 테스트는 망쳤구나 하고 10점이나 나올까 싶어서 맘편히 포기하고 아키바 온거 그후 피규어 구경하고 점보 츠케멘이랑 무한리필 가라아케 집 가서 먹고 놀다 돌아왔는데

다음날인가 오후에 메일로 연락 오더니 오후 3시인가 다시 아키바로 2차 면접 보러 오라는겨

근데 그때 뷰잉 예약된게 있어서 오후 6시 이후로 미룰수 있냐니까 기다리겠다고 6시에라도 오래

그런데 일정이 좀 늦게 끝나서 6시반쯤 도착했는데 무슨 안경쓴 지적 아줌마랑 덩치 큰 양복 아죠씨 하나랑 면접 봄

내 이력 보더니 피규어 촬영 MD쪽 채용하기엔 전공이 아깝다고 프로그래머 쪽 괜찮겠냐고 해서 하이도죠 했는데(이때 도중에 못 알아듣겠어서 양해 구하고 파파고 청해 번역기로 다시 말해달라 함)

시스템부가 니혼바시에 있다고 괜찮으면 거기서 3차 실기 면접 봐달라는겨

그래서 며칠 뒤에 다시 니혼바시 가서 실기인지 머시긴지 봤는데

본사 건물 넓직한 사무실에서 거기 우락부락한 털복숭이 아죠씨 하나랑 햄버거 패티 짜부한거 같은 아줌마랑 마주않고 다시 면접 봄(이때도 내 폰으로 통역기 씀)

몇가지 질문하고는 한시간 시간 내에 뭐 짜봐라 php코드 던져주고 갔는데 별거 아니라서 십분만에 다 짜고 멀뚱멀뚱 있었더니

잠시 뒤에 와서 보고는 넷으로 덤프 검색한거 아니냐고 하길래 아니라고 하니까

그 자리에서 또 비슷한거 짜보라고 던져주길래 노트북으로 앞에서 실시간으로 코드 짬

이번에도 한 10분 정도 걸려서 짜고 나니까 그 무서븐 아죠씨가 흠... 하고 보더니 다른 언어 또 머 짤수 있냐고 하길래

파이썬이랑 자바 다룰줄 안다니까 짜본거 혹시 있냐고 해서 내가 히토미 쩡 수집하려고 만들었던 웹파싱 어플 프리뷰로 보여줌(물론 쩡은 안 보여줌)

그거 보고 나더니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냐고 묻길래 지금 대학 졸업반이고 이것저것 하는 일이 있어서 6월쯤 정리될거 같다고 하니까(당시 1월)

그럼 그떄 입사해도 된다고 그러더라

그후 돌아가서 얼마 뒤에 메일로 계약서 날라오고 연봉 협상하고 6월에 입싸함

그렇게 6개월간 회사 블로그 디자인이랑 신상 피규어 업데이트하는 일 하는데 업무시간에 신작 피규어 정보 매일 볼수 있어서 조음

야근 강요도 없고(그냥 자기가 업무량 조율해서 필요하면 야근하는 식) 거의 칼퇴근이고

다만 퇴근길에 아키바하라에서 피규어 뽐뿌가 너무 자주 와서 이것저것 지르다보니 저축이 안됨...

첫 입사할땐 신입 초급 정도로 계약했는데 3개월 지나고 그 털복숭이 아죠씨(알고보니 마케팅 팀장) 다시 면담하고 정직원 되면서 월급 6만엔 정도 늘어남

상여금 연2회라 이번달 말에 목돈 들어올 예정이라 그걸로 이번에 나온 1:1 등신대 렘 피규어 살까 고민중

근데 지금도 히라가나만 읽을줄 알고 福島 말고는 한자 아는거 거의 없다

살아남으려고 저 한자만은 꼭 기억하고 다님

여튼 말하고 싶은건 일본어 전혀 몰라도 실력만 되면 가까운 일본으로 탈한국도 가능하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