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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사랑없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50)

 


  6



 욕실안의 시원한 공기에 정신이 들었다. 당장 유성현을 밀치고 차가운 샤워기 물줄기 아래로 들어가고 싶었다. 발가벗은 유성현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딱히 놀랍거나 하진 않았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부끄러워하던 유성현이 메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크흠! 뭐야?”


 “창피하냐?”



 난 해진이 오빠가 아닌 다른 남자애의 것을 만져줬다. 그래서 벌을 받고 있다. 지금 난 벌을 받고 있는 거다. 유성현이 내게 나가라고 한 것 같은데, 부끄러워하는 남자애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내리고 좌변기위에 앉았다.



 “소! 송! 송민아? 뭐하는 거야?”


 “왜? 넌 내 방에서 ja위까지 했으면서 소변 좀 보는 게 이상해?”



 소변을 봤다. 샤워기 물줄기 소리를 뚫고 내가 소변보는 소리가 욕실에 울리는 것 같다. 시원했다. 욕실의 공기도 시원했고 뱃속과 함께 머릿속도 시원해졌다. 


 유성현이 나를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도 유성현을 볼 수 없다. 휴지로 정리하고 일어나 팬티를 올려 입으며 말했다. 



 “빨리해. 나도 샤워하고 싶어. 아니다. 같이 할래?”


 “아이씨. 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릴 지르는 유성현을 비웃어주며 욕실을 나왔다. 잠깐 시원했지만 땀은 전혀 식지 않았고 방안에는 아직도 열기로 가득했다. 멍하니 열기를 느끼다가, 조금 전에 유성현이 ja위했을 자리에 앉았다. 유성현은 내가 나가고 다시 했을까? 


 궁금했다. 해진이 오빠는 나랑 오래 사귀면서 야한 얘기들을 엄청 많이 했었다. 그런 대화들과 해진이 오빠와의 경험들을 통해서 알게 된 확실한 진실은, 남자들은 참기 어려워 한다는 것이다. 아니, 언제나 참고 있다는 것이다. 때때로 야한 것을 떠올리고 있는 게 아니라, 항상 떠오르는 야한 생각을 잊으려 애쓰며 산다.


 당연히 해진이 오빠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고, 존경받을만한 많은 분들과 또 우리 아빠를 떠올리면 믿기 불편해지는 진실이 된다. 


 유성현은 어떨까?


 아직 한여름도 아닌데, 여태 땀이 식지 않았다. 아직도 덥고 답답하고 끈적거려서 일어나 옷을 벗었다. 창문이 열려 있었고 성현이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데 나는 금방 알몸이 되었다. 어차피 걸친 옷도 별로 없었다. 


 좀 시원해진 거 같다. 혼자 살고 있을 때도 이렇게 알몸인 상태로 가만히 서 있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아주 조금의 바람도 불지 않았지만, 내피부의 솜털들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타월을 들어 몸에 감았다가 다시 풀어 앞만 가리고 들었다. 나오는 성현이를 스칠 듯 지나 욕실에 들어갔다. 성현의 커다래진 눈과 마주치긴 했는데, 알몸의 내 뒷모습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볼 수 없는 건 아쉬웠다.


 차가운 샤워기 물줄기 아래로 몸을 넣었지만, 열기가 식지 않았다. 아직 냉수로 샤워해도 될 만큼 더운 날씨는 아니다. 금방 손이 떨리고 입술이 파래지는 것 같은데 몸의 열기가 식지 않았다. 차가워져 떨리는 손을 지금 가장 따뜻한 곳으로 가져갔다. 뜨거웠다. 차가운 샤워기 물줄기로 식혀주고 싶었다.



 욕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난 욕실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고, 유성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쏭! 괜찮아? 울어?”



 내가 울었던가. 모르겠다. 문을 좀 더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유성현이 나를 보고 있었다. 유성현은 다시 걱정스런 목소리로 괜찮은지 물었고, 난 그제야 부끄러움에 알몸의 몸을 손으로 가렸다.


 잠시 샤워기 물줄기 소리가 욕실을 채우고 있었다. 알몸의 나를 보고 있을 게 분명한 유성현의 시간이 길게 이어지는 것 같다. 이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욕실의 문이 다시 닫혔다. 


 내가 타월을 두르고 욕실을 나왔을 때, 유성현은 방에 없었다. 



 멍하니 tv를 보다말고 알바사이트를 뒤적거리고 있는데, 유성현이 돌아왔다. 유성현의 왼손에는 봉투가 들려있었다. 유성현은 마치 좀 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



 “우리 룸메이트기념 파티 해야지?”


 “뭐 사왔어?”


 “응~ 맥주랑 소주랑 튀김이랑~ 떡볶이”


 “야채튀김 많이 섞었어?”


 “설마 내가 그걸 모르겠냐?”


 “하긴”



 튀김은 오로지 야채튀김만 있었다. 작은 탁자에 안주들을 펼치며 종이컵에 맥주를 따르다 말고 유성현에게 물었다.



 “소맥으로 마실까?”


 “그럴래?”



 맥주를 반쯤 채운 종이컵에 나머지 반을 소주로 채우고 엉성하게 섞어 유성현에게 건넸다. 내 잔도 엉성하게 말아서 유성현과 건배를 했다. 비어있던 속을 알코올이 긁고 지나는 기분이 들었다. 튀김이나 떡볶이는 건들지도 않고 다시 서로의 잔을 채웠다. 이번엔 소주가 더 많이 섞인 것 같지만 상관없다. 내 몸이 술에 취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잔을 비우고 유성현에게 물었다.



 “그때 강릉에서 만난 여자. 선생님이라고 했지? 만나?”


 “아니.”



 다시 내 잔을 채우고 유성현의 잔도 채웠다. 그리고 또 물었다.



 “민효정. 걔하고는 어때?”


 “.......같은 학교니까 자주 만나지”



 세 번째 잔을 비웠다. 내가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던 유성현도 잔을 비웠다. 또 질문했다.



 “걔랑 했어?”


 “.......아니.”


 “그 선생님이랑은.......”


 “.......”


 “튀김 먹어”

 


 tv를 틀어 채널을 돌리다 영화채널에서 멈췄다. 오래된 영화 ‘비포 선라이즈’가 중간쯤 진행되고 있었다. 전에도 tv에서 해주는 걸 중간쯤부터 봤었는데 끝까지 본 적은 없다. 그래도 내용은 대강 알고 있었다. 멍하니 보고 있으니까 성현이 말했다.



 “이 영화 본 적 있어?”


 “응. 조금. 넌?”


 “봤어.”


 “우연히 만난 남녀가 사랑하게 되는 내용이지?”


 “뭐. 꼭 그런 건 아니야.”



 이미 취해버려서 술을 더 마시긴 어려웠다. 술에서 물맛이 조금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는 어느새 끝나고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난 여전히 tv를 보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우린 매트리스에 등을 기대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유성현이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렸고, 동물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멈췄다. 내가 콧방귀를 끼며 유성현을 돌아봤더니, 유성현이 내 뺨을 만졌다. 그런 유성현을 바라보다 말했다.



 “하고 싶어?”



 솔직히 대답하면 어땠을까? 성현이는 대답하는 대신 일어나 욕실에 들어가 소변을 봤다. tv에선 사자들이 커다란 물소를 사냥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욕실에서 나온 유성현이 술자릴 치우기 시작했다. 한손으로 치우는 게 불편해 보여서 나도 같이 치워야 했다. 술자리를 다 치우고 나면 우리가 뭘 하게 될지 궁금했는데 유성현이 양치질을 하기에 나도 양치를 했다. 토할 것 같은 기분과 술이 깨는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내가 양치를 마치고 돌아왔더니, 유성현이 내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다가 말했다.



 “나 오늘 여기서 잘래.”


 “나는?”


 “알아서해”



 유성현이 옆에 가서 누웠다. 유성현의 팔을 당겨 팔베개를 하고 다시 물었다.



 “하고 싶지?”


 “송민아.”


 “응”


 “내가 지금 얼마나 하고 싶은지 모를걸? 지금하면 수능 다시 봐야 한다고 해도 하고 싶어.”


 “.......너 수시잖아.”


 “.......그런데. 우리가 그래도 괜찮을까? 우리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아? 넌 남자친구도 있잖아.”


 “........”


 “내가 그래도 괜찮아?”


 “......아 취한다.”


 “자라. 송민아.”


 “잘 참내 유성현.”


 “힘들어”


 “유성현 파이팅.”



 잠결에 그 선생님이랑은 그때 사귄 거냐고 물었던 것 같다. 잠결이었는지 꿈속이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유성현이 뭔가 대답하긴 했었다. 어떻게 잠을 자긴 했는지 모르겠다. 잔 것 같기도 하고 꿈을 꾼 거 같기도 하고 자다 깨다 반복했다.


 더워서 깼다. 내가 이불을 돌돌 말고 바닥에 있었다. 이불에서 빠져나와 보니까 유성현은 매트리스를 혼자 차지하고 대자로 뻗어있었다. 덥고 답답하고 머리도 아픈 와중에 대자로 뻗은 유성현의 가운데 솟은 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 오래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대자로 뻗어있는 유성현의 다리사이에 내가 어느새 앉아 있었다. 별로 오래 고민하지도 않고 유성현의 반바지 아래쪽 틈으로 손을 넣어 만졌다. 처음엔 가만히 쥐고만 있다가 해진이 오빠에게 해주던 것처럼 이리저리 주물렀다. 



 “으.......뭐해?”


 “싫어?”


 “아니. 계속. 계속 좀”



 성현이의 반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벗기고 꺼내서 만졌다. 유성현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베개를 들어 자기 얼굴을 덮고 말했다.



 “으으~ 왜 이러는 거야”


 “잘 참아서 상 주는 거야. 난 벌을 받고.......”


 “무.......무슨 소리. 야.......으”



 그래 난 벌을 받는 거다. 


 해진이 오빠가 군대 간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서 남자를 찾았다. 난 그러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저지른 일들은 결과적으로 그랬다. 내가 왜 그 뚱뚱한 녀석에게 그렇게까지 그랬을까. 내가 어쩌다 유성현과 같이 살 생각을 했을까. 내가 왜 그 선배와 밥 먹으려 했을까.


 내가 해진이 오빠를 사랑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해진이 오빠와 헤어지면 항상 그리워지는 이유가 사랑이라 믿었다. 해진이 오빠에게 사랑받는 게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렇게나 많이 헤어지고도 또 해진이 오빠를 그리워하는 이유를 그런 식으로 합리화했다.


 해진이 오빠하고만 만나면 다른 남자들을 만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난 그런 애였다. 내가 얼마나 밝히는지 감추고 싶어 해진이 오빠만 만났던 모양이다. 내가 어떤 여자인지 부정하려고 해진이 오빠만 만났다.



 “으윽”



 유성현이 ㅅㅇ을 뱉으며 내 손안의 것이 부풀었다. 난 이걸 너무 잘 안다. 해진이 오빠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손으로 덮어 다른 곳으로 튀지 않게 막았다. 덮고 있는 손바닥에 뜨거운 게 쏟아졌고 잡고 있는 손에도 잔뜩 흘러내렸지만, 잡고 있는 손아귀에 더 힘을 줘서 뽑아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ㅅㅇ을 흘리는 유성현의 몸이 늘어질 때까지 놓지 않았다. 잔뜩 흘러내린 것이 내 손을 타고 흘러 이불에도 떨어졌다. 그제야 놓고 휴지를 가져와 닦았다.


 평생을 알아온 유성현의 저런 표정은 처음 보았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눈빛으로 멍하니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말 많은 유성현이 내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끄덩거리고 휴지조각이 달라붙은 유성현의 그것을 세심히 닦아냈다. 유성현의 그것은 여전히 처음과 같은 그 상태로 보였다. 아니 더 딱딱해진 것 같다. 



 하고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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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과하죠? 반응이 좋으니까 좀 심해지네요.

댓글
  • NO3민병헌 2018/12/11 13:19

    헐 뭐야 북풍님 연재중이셧네요 ㅋㅋㅋ 정주행 하러 갑니다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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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rthWind 2018/12/11 13:21

    NO3민병헌// 무려 50편을 연재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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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우리플레이 2018/12/11 14:04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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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니유니31 2018/12/11 14:05

    추천 꾸욱~! ^^
    오늘도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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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Justice 2018/12/11 14:58

    송민아나 한수진 샘이나 케릭터의 대반전이네요 ㅎㅎㅎ 제가 보수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지는 몰라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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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rthWind 2018/12/11 15:26

    4Justice// 여기에 평범한 사람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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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량 2018/12/11 16:01

    다시 갓성현인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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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thsizz 2018/12/11 17:46

    와... 오늘도 충격적이굿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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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타Genie 2018/12/11 18:47

    50부작 기념으로 댓글 남깁니다.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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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lersN 2018/12/11 19:34

    50부작을 꾸준히 매일 본 보람이 있네요~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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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거리 2018/12/11 21:50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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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살 2018/12/12 10:10

    결국 선을 넘는군요~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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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케이 2018/12/12 10:38

    갬성 자극 잘보고 있습니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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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르륵~ 2018/12/12 13:21

    아... 몰입감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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