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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 방문기]젠더이슈 문제로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모 의원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제가 만나본 의원님이 누구인지는 성함을 알려드리기가 좀 곤란합니다.
의원님 입장에서도 아무래도 여성들이나 그런쪽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혹시나 부작용이 있을수도 있으니 저도 의원님을 위해서 성함은 알리지 않아야 할 것 같고요.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제가 사흘인가 나흘전에 답답한마음에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2분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서
현재 남성들이 어떤 면에서 답답해하는지 등을 써서 문자로 전송했는데,
놀랍게도 의원님이 직접 전화를 주시더군요. 
그래서 한 십여분 통화했습니다.
대략 저나 이곳 불펜의 다수여론과 같이 그 의원님은 저희가 가진 불만 등에 대해 모두 공감을 하고 계셨고
특히 놀라웠던건
제가 의원님에게
"우리 남성들이 여성들과 충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젊은 남성들은 더이상 여성들을 약자로 생각하지 않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여성을 약자로 보며 무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게 너무 이해가 안되고 답답합니다"
이렇게 말하자 의원님이
"저도 여자가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인데요?" 
라고 하시더군요. ㅋㅋ 
깜짝 놀랐습니다.
이후에 더 강한 발언도 하셨습니다만, 혹시 누가 될 수 있으니 그건 노코멘트..
그렇게 한 십여분 하소연을 한 뒤에 전화를 끊고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오늘 의원님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오셔서
"아 잘 지내셨어요 xxx선생님?  다름이 아니라...오늘이 그..여성폭력 방지법? 그게 국회에서 의결을 앞두고 있어서..
대충 제가 법안을 보니까...이게 독소조항이 너무 많고..막아야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심사 전에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연락드렸습니다. 오늘 시간 되시나요?"
이렇게 말씀하셔서 급히 국회로 출동했습니다. 마침 쉬는날이었구요.
가는 길에 조응천 의원님 식사하러 가시는것도 보고 신기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의원회관에 가서 출입증 받고, 몸수색 하고, 그리고 들어가서 의원님을 만났죠.
이게 전화로 이야기 듣기로는 저 말고도, 어제였나?
어떤 20대 여성분에게서 이 여성폭력방지법을 꼭좀 막아달라고..
본인은 여성이지만 이법은 문제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절대 막아야한다고 전화가 와서 
그제서야 이 법에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셨다고 합니다.
사실 국회에서 한해에 올라가는 법안만 4천개정도 되는데, 의원들이 모든 법을 알기에는 힘이 부친다고 하더군요.
제가 갔을 때도 그 여자분이랑 통화를 하고 계시더군요.
암튼 그렇게 해서 안쪽에서 의원님과 보좌관 한분이랑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대충 의원님이나 보좌관님의 생각은저나 불펜의 여러분의 생각과 거의 같습니다.
제가 나름 준비한 젠더이슈에 관한 자료를 한 10여쪽 출력해서 갔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최근 20대 남녀의 지지율이 20%이상 벌어진 그 도표를 뚫어지게 보시더군요..
그 부분만 핸드폰으로 찍으셨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보여줘야할 것 같다면서요.
그러면서 보좌관을 부르시더니 그 도표를 보여주시며 
"이걸 한번 봐라..이게 20대 남녀의 요새 지지율이라고 하는데.꽤 크게 벌어진건 맞긴 맞는거 같은데..어떻게 생각하냐?"
라고 보좌관님에게 물으시더군요. 
그렇게 좀 두분이 이야기를 하시고 나서, 
의원님은 드디어 저에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지금 대통령이나 여당이 이 문제에서 잘못하고 있는건 맞는 것 같고..
오늘 여성폭력방지법도 잘못된 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xxx씨가 제 입장에서, 의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시라.
저도 물론 마음같아서는 당장 기자들 부르고, 기자회견장에서이 법이 어디가 잘못된건지 까고싶다. 하지만 그렇게 할경우.. 
이 법에 찬성하는 측에서 나를 어떻게 보겠느냐?
의원은 표를 받아서 정치하는 사람이고. 그런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이 표를 보면 20대 남자 지지율이 여자보다 많이 낮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자가 한 70퍼센트인데 남자가 여기서 좀 더 떨어져서 30퍼센트정도라면 
나도 자신있게 총대메고 치고나가겠지만..지금정도의 지지율로는..좀 부담되는게 사실이다."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를 하시더군요.솔직히 맞는 이야기죠.
저는 그래서 이렇게 말했죠.
"이 문제는 이제 시작이고..앞으로 젠더이슈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며,
어차피 여성들은 자유한국당을 좋아하지 않으니 반작용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민주당과 정의당이라는 매우 친여성적인 정당이 두개가 있고
이 젠더이슈에 민감한 층이라면 20대 30대 여성들인데
어차피 그 여성들은 자유한국당이 여성정책에 찬성한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을 찍을 사람들도 아닙니다."
이 말에는 어느정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셨지만
그래도 여전히 현실적인 면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이야기를 좀 하다가, 다른 손님이 오셔서 
그분과 이야기를 하러 가시고
저에게는 보좌관을 붙여주며 보좌관과 좀 더 심도있게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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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님과는 훨씬 긴시간동안거의 한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대략 하시는 말씀은 의원님과 거의 같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젠더이슈에서 민주당에 비해 좀 더 남성쪽에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여성정책에 반대를 내놓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의원들이 정책을 입안하고 찬성 반대를 하는것은 철저히 여론과 표심에 의해 움직인다.
오늘의 이 여성폭력 방지법만 해도 지금정도의 여론으로는 부족하다.
확실하게 남성들쪽에서 이 법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보여준다면 모를까
솔직히 국회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여기있으면 그냥 여성들, 특히 여성단체들 목소리만 들린다.
예를들어 우리 의원님이 여기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다면 당장 어떻게 되겠나...
여성단체에서 항의전화가 올수도 있고, 자유한국당 전체에서 당론으로 이걸 반대한다면
여성단체 모두가 들고 일어날 것이다.
남성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여성들은 이 법안에 격하게 찬성하고 있는데
왜 우리가 남성들의 편에 서야 하나? 
왜 반대하는 것인지, 하는말 모두에 공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의원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해주길 원한다면
무엇에 무슨 이유로 반대를 하는지 직접 의사표시를 해달라.
남성들이 여성단체들처럼 나가서 조직적으로 집회를 하고 하기엔 남성들은 너무 바쁘고 시간없는거 안다.
꼭 그런게 아니라도 방법은 많지 않냐?
요새 의원들 전화번호도 공개되어있고 의원실 전화번호도 공개되어있다.
직접 전화를 하든 팩스를 보내든, 항의전화를 하든, 메일을 보내든간에 방법은 많은데
왜 그런걸 안하냐?
그런 의사표시도 하지않으면서 우리가 자신들을 지지해달라고 하기엔
우리도 여러가지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고, 
물론 우리가 먼저 나서서 남성들의 여론을 살피면 좋겠지만,
솔직히 우리가 그걸 반대쪽으로 치고나간다 해도 남성들이 우릴 지지해줄지가 확실하지 않은데
어떻게 우리가 나서서 반대할 수 있겠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왜 그렇게 여성들편에서 이런 말도안되는 법안을 남발할 수 있겠나?
찍어주니까 그런거다. 남자들은 뭘 해도 찍어주니까.
솔직히 말해서, 남자들보다 여자들쪽이 더 표가 되는게 사실이다.
그들은 잘 뭉치고 목소리도 크고, 표심도 확실하니까.
커뮤니티나 이런데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건 그냥 푸념을 공유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우리가 들을 수 있게 직접 의사표현을 해 주고,우리가 치고나갈 수 있게 여론을 형성해달라."
이 이야기를 듣고 제가 물었죠.
"만약에 그렇게 저희가 행동한다면 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보세요?
우리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의원실이나 이런데 우리 입장을 전한다 해도 그냥 무시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당연하다. 정치는 표로 하는거다. 왜 바뀌지 않겠나. 
예를 들면 이 법안에 반대한다면서 여기저기 의원실이나 의원들에게 전화폭탄을 돌리고
팩스보내고, 하면 왜 우리가 들어주지 않겠나.  
여기 전화오는거나 팩스오는거 그런거 우리 보좌진들이 다 검토한다. 
다 본다.의사 표시를 해야 바뀐다."
뭐 이런식의 이야기가 오고가고
마지막으로 가기전에 의원님이 다시 오셔서
한 5분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기서 의원님이 또 한마디 하셨죠.'
"이런 남녀문제같은건..정치인들이 나서서 막 이렇게 하면 안되는건데..
왜 이렇게 하는지..이해가 안되네..특히 대통령은 참... 
대통령은 누굴 편들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라 
그걸 중재하고 조정을 해야하는건데..
근데 이건 솔직히 말해서 젊은 남자분들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지금의 대통령을 뽑았으니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한다."
이때 보좌관님이 옆에서 거들더군요.
"이거...다 공약에 있었던 거에요. 
대선때 이미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오늘 이 법안, 여성폭력 방지법도..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있었어요. 왜 뽑으셨습니까."
하....ㅋㅋㅋㅋ할말이 없었습니다. 
저도 문재인 뽑았지만 그냥 정치적 수사일 줄 알았지..
이 정도일줄은 몰랐고우리도 크게 놀라고 있는 중이다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의원님이 마지막으로 보좌관님과 이야기하시면서
"이거.. 어떻게하면 좋을까? 오늘? 반대표 던지기엔 좀 리스크가 크지?기권이 나을까?"
보좌관님 : "그렇겠죠."
"그래.. 기권으로 가자"
라고 결정하시고서는 4시가 거의 다 되어서 본회의장으로 가셨습니다.저도 인사를 하고 나왔죠.
느낀게 많았습니다. 
첫번째 느낀것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그냥 마냥 고고한 위치에서 시민들 의견을 다 개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거..
특히 이 의원분은 평소에도 시민들과 소통을 꽤 열심히 하는 분 같았습니다.아! 친박은 아닙니다. 
그리고 두번째는행동해야 바뀐다. 굳이 집회 시위 이런데 나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표심으로라도 보여야 한다는거.그래야 바뀐다는 거죠. 
오늘 여성폭력방지법은 자유한국당 전원이 반대한다해도 막기는 힘들며,
특히 여성이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좀 리스크가 있기때문에
거의 통과가 될거라고 합니다.너무 기대하고 실망하지들 마시구요
이제 시작이니까.
다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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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hsR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