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S R+알오이 후기 및 질문

연주사진/스냅촬영을 주로 하는 사람인데, 오막포+사무엘2 조합에서 알+알오이 조합으로 넘어가는 게 오바냐고 질문을 남겼었습니다.
결국 넘어가서 시험삼아 두대를 다 들고 어제 실전에 바로 투입해 봤습니다.
1. 촬영 과정에 있어서는 물론 손에 익고 안익고의 문제도 있겠습니다만은 확실히 오막포가 모든 필요한 기능이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특히 화밸 바꾸는 게 굉장히 복잡하네요.(혹시 이거 관련 팁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2. 오막포는 찍다가 중간에 대기할 때 그냥 켜둬도 별로 신경 안 쓰였는데 얘는 상시 라이브뷰 상태라 그런지 꺼놔야 안심이 됩니다. 후지 사용할 때도 물론 꺼놓는 게 버릇이긴 했는데, 알은 전원버튼 위치가 굉장히 불편하게 돼 있어서 번거롭네요. 실 사용자분들 이 부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3. 샷 후 딜레이가 굉~장히 거슬립니다. 촬영 자체는 끊김 없이 계속 가능하니 샷투샷딜레이는 아니고, 촬영을 멈추고 나면 액정이 아주 잠깐 프리징되는 게 있는데 알에서 가장 빠르다는 렉사 UHS-II 2000x 메모리를 써도 이러면 이건 좀 심각한 게 아닌가 싶은 정도입니다.
4. DSLR같이 뷰파인더로 촬영하고, 촬영 이미지 리뷰는 액정에서만 보이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딜레이때문에 이미지 리뷰를 꺼놨는데 습관처럼 찍고 나서 액정을 보려고 하네요;
5. 터치로 포커스 포인트만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 있나요? 전 못찾았는데, 뷰파인더를 볼 땐 터치로 포커스 포인트만 이동할 수 있어서 조그스틱 부재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데, 라이브뷰로 촬영할 때 같은 식으로 하려다가 혼란을 느낀 적이 꽤 많습니다.
6. 셔터감도 확실히 오막포가 좋습니다. 그래도 이 부분은 점점 적응은 되는 것 같네요.
전반적으로 미완성이라는 느낌이 강한 바디였습니다. 인터페이스도 라이브뷰와 뷰파인더때가 미묘하게 달라서 혼란스럽고(미러리스 사용이 처음은 아닙니다. 후지필름때는 이런 혼란을 한번도 느껴본 적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딜레이라든지.. 뭐 원슬롯같은 기계적인 부분은 이젠 언급할 필요도 없고요.
그런데... 알오이와 함께한 결과물이 모든 걸 용서하네요. 오막포랑 동일한 세팅으로 찍었는데도 색감이 렌즈 탓인지 디직 버전업 탓인지 기분 탓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훨씬 제 마음에 들게 나오고, 핀은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오막포로 찍은 거 싹 다 날리고 알로 찍은 것만 클라이언트한테 보내줘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제가 썼던 카메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제품인 오막포, X-T2와 비교하자면 오막포는 찍는 과정과 결과물 모두 안정적인 카메라였고 X-T2는 결과물도 물론 마음에 들었지만 찍는 과정, 조작하는 재미가 극대화된 카메라였다면 알은 결과물에 몰빵한 느낌입니다.
R은 완성된 바디가 아니지만, RF시스템에 캐논의 미래가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후회되지는 않네요. 얼른 RF로 85나 135짜리 망원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