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805862

예전부터 방진방적이니 방진방습이니 하는 단어 자체가 좀 웃긴 개념이었죠

"물에 대한 저항" 은 외국에서도 한창 뜨거운 이슈입니다.
전자제품들의 성능이 갈수록 고성능화되면서 흔히 "Rugged"모델들이 판매에 유리하게 된것은 최근 일이죠
Rugged 제품은 한마디로 "외부의 환경에 강한" 튼튼한 설계를 가집니다.
그 외부 환경은 크게 "충격, 온도, 진동, 물, 먼지" 등 5가지가 고려됩니다.
여기는 카메라 장비 사이트니까 "충격"이나 "진동"보다는 (어짜피 렌즈는 충격받으면 다 깨지니까요)
"물", "먼지", "온도"에 대한 저항이 강한 제품이 회사별로 나오겠죠.
그 중에서도 현재 게시판을 달구는 것은 "물"과 "먼지"에 대한 저항인것 같고, 특히 "물"에 대한 저항때문에 게시판이 "불"처럼 달아오르는거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적" "방수" "방습" 이라는 이 단어들이 한국에서 임의로 정한 것이고, 이 방적/방수/방습이라는 단어에 집착해서 뭔가를 풀어나간다면 그 자체가 오류입니다. 명백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방적은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 제품은 어떻다... 라고 한다는거 자체가 오류인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상태의 "물"에 대해 저항을 가지느냐가 핵심이고, 이 "물"에 대한 저항은 외국에서도 꽤나 정교하게 기준으로 만든것이 많습니다.
1. 밀리터리 스탠다드: 흔히 "밀스펙"이라고도 불리는 미군의 기준입니다. 밀스펙을 문서로 규정한 것은 수십개가 넘지만 흔히 consumer electronics 라는 가전제품에 많이 인용되는 밀스펙은 MIL-STD-810 기준으로써, 이 기준에서 "방수"는 수심 1M에서 30분동안 버티고, 초속 18M의 비바람에도 30분간 작동해야 하고, 1M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대해서 15분간 버티는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습도의 경우 95% 습도에서 10일간 작동해야 합니다. 아마 일부 액션카메라나, 방수에 특화된 제품으로 제외하고는 이 밀스펙을 충족시키는 일반 카메라는 없을것으로 생각됩니다.
좀 더 완화된 밀스펙을 적용하면 해당 제품군은 많아지겠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크게 부각시키지는 못할것 같네요
2. IP 코드 : 흔히 "IP기준"이라고 불리는 산업용의 기준입니다. IP코드도 세분화하면 수십종에 달하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혼잡하게 느껴지지만, 밀스펙과 마찬가지로 가전제품에 적용되는 (그것도 카메라에) 기준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IP코드는 두자리 숫자를 조합해서 나타내는데 중요한 것은 뒷자리 숫자입니다. 0부터8까지의 기준이 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높은 방수 기준이므로 카메라에 해당될만한 숫자는 6이나 7 정도가 될 것입니다. (7은 15cm에서 1m사이의 수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정함), 그리고 앞자리 숫자는 "먼지"에 대한 저항힙니다. 0부터6까지의 숫자가 있으며 카메라는 대략 5나 6에 해당할것입니다. (6은 먼지로부터 완벽한 차단)
따라서 IP56 이라고 써놓으면 "먼지는 들어가나 작동에 이상없는 수준 + 강한 수압의 흐르는 물에 저항하면서 작동에 이상이 없음" 이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죠. 굳이 카메라에 "방진 방적" 혹은 "방진 방수"라는 말을 쓰자면 IP 코드의 어느 수준에 도달하는지를 표기하면 끝입니다. 방습은 해당사항이 없죠
3. NEMA 스탠다드 : 이건 의료 및 기타 정밀기기에 해당하므로 컨슈머 일렉트로닉스에는 잘 안쓰니까 논외로 하겠습니다.
지금 게시판에서 문제시 되는 것은, "방적/방수/방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이 임의적으로 (소니를 포함해서 각 회사들의 자의적 판단 및 임의 기준) 광고나 자료가 뿌려지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방적/방수/방습"에 대해 각 유저들이 개인적이 경험과 상식으로 기준을 임의로 만들어서 서로 의견이 통하지 않는게 문제입니다.
특히 "방습" 이라는 말은 밀스펙에서나 쓰이는 말로써 이걸 대체 일반 가전제품에 어떤 기준으로 쓰려고 말을 갖다 붙이는지 저는 감조차 오지 않습니다.
"방적"도 마찬가지로 정확한 의미는 밀스펙에서나 나옵니다 (비바람의 속도, 빗물이 떨어지는 높이, 빗물의 온도 등등)
"방수"는 주로 액션카메라에 쓰이는 말이지만 IP코드로 대충 퉁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 IP코드도 기준 범위가 매우 넓어서 "이 카메라는 방수카메라인데 왜 물이 들어오나요" 라고 하는 불만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회사측에서도 매우 유토리 있게 마케팅을 할 수도 있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밀스펙을 정확히 인용하지 않은 그 어떠한 "각 회사별 카메라"의 "방적/방진/방한/방습" 능력을 아예 한귀로 흘려듣고 말아버립니다. IP코드는 어느정도 신뢰는 하는 편이긴 합니다 ㅎㅎ. IP코드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IP코드 자체에 헛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고등급의 IP코드 인증인 IP68을 받으면 8이라는 숫자는 1M 이상의 물에서도 작동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그보다 등급이 낮은 IP66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IP66의 뒷자리 6은 360도 방향에서 강한 물줄기에 저항한다는 의미인데 방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강한 물줄기에는 속절없이 침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IP코드도 신뢰성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죠
올림퍼스는 어떻고, 캐논은 어떻고, 소니는 어떻다는 개인적 유저들의 경험은 소중한(?) 시도에서 나온 정보니까 귀담아 듣지만, 회사측에서 이야기하는 "Rugged Standard"는 일단 신뢰를 하지 않죠...

댓글
  • 해피스냅퍼 2018/11/07 16:47

    우리에게는 그 모든 정의와 규정에 앞서 "상식"이라는게 있습니다.
    험난한 환경에서 찍을수 있다고 제조사에서 말했으면
    실내가 더워서 턱으로 땀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환경 정도가 험난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해요.
    유저들이 무슨, 카메라를 들고 진흙탕을 달리다가 엎어져서 나뒹구는 상황을 기대하는게 아닙니다.
    언어란 무엇인가의 규정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상식의 집약체이기도 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그보다 골때리는것이
    다같은 소비자들인지라 소비자들의 권리와 상식을 주장해야 할텐데
    자기가 산 제품을 모욕하면 본인이 모욕당하는 느낌을 받는지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이 우습습니다.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는 잘도 까대면서 고작 2~300만원짜리 카메라에 자신의 열과 성을 기울이는 모습도 안타깝구요.

    (ku3fs4)

  • 군사잡지 2018/11/07 16:50

    산업용 기준에 "일반인들의 상식"은 소용 없습니다.
    내가 이정도 돈을 내고 샀으니 내가 생각하는 수준은 되어야한다... 는게 "상식"인 것 같은데
    그 "상식"은 일방적인 소비자의 희망이고, 돈을 받아가는 회사는 그 "희망"을 어떻게 하면 잘 이용해서 더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집단이지요
    산업용 어휘를 쓸때는 반드시 회사든 소비자든 정확한 기준으로 말해야 서로간의 끊이지 않는 분쟁이 그나마 사라집니다.

    (ku3fs4)

  • 해피스냅퍼 2018/11/07 17:01

    그렇다면 흔히 쓰이는 "동체추적"이라는 말의 산업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꼼짝도 안하고 완전히 멈춰있는 대상이 아니라면 다 동체인 것인가요?
    갑자기 이런 뜬금없는 질문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어느 블로거가 제품을 소개하면서 사뿐사뿐 웃으며 다가오는 공주님을 찍어놓고 동체추적을 했다길래 그것도 산업적으로는 맞는 말인가 싶어서 여쭤봄니다.

    (ku3fs4)

  • 군사잡지 2018/11/07 17:03

    그건 무슨 등급과 관계된 말이 아닌데요? 다른 개념을 끌어와서 산업용 기준에 대입하는건 논리적 오류인거 아시죠?

    (ku3fs4)

  • 해피스냅퍼 2018/11/07 17:10

    산업적 기준을 말씀하시길래 혹시 이런것도 있나 해서 여쭤본것입니다. 산업적 기준을 잘 아시는것 같아서요..
    동체라는 기준은 산업적으로는 없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는거 맞죠?

    (ku3fs4)

  • 군사잡지 2018/11/07 17:14

    그런게 있을 리가 없죠.... 산업기준은 의외로 명확합니다. "제품이 부서지거나, 작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기준"이 산업기준이거든요

    (ku3fs4)

  • 군사잡지 2018/11/07 17:00

    본문에 이어 한마디 덧붙이자면
    외국의 경우 한국처럼 "방진방적" 이니 "방진방습"이니 이런말을 안하고 더욱 더 애매하게 "Weather Sealing"이라는 개념으로 퉁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ku3fs4)

(ku3f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