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경향에 따라 다르지만, 여행에서 사진을 찍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중에 요행히도 기막힌 스토리텔링과 절정의 순간, 혹은 기가막힌 명암 대비와 구성 대비를 갖춘 사진을 찍기란 쉽지 않습니다.
보통은 스트릿 포토 혹은 스냅이라고 부르지만, 구성과 이야기가 담겨진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 오래기다려 가면서 때를 맞춰 잘 찍어야 합니다.
뉴욕은 그런 의미에서 사진찍기 좋은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길거리에 사람은 많지만 많아도 너무 많아서 심플하게 배경과 이중 대비를 단순히 만들기란 정말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호텔 근처의 아침 저녁 풍경이 좋아서 뉴욕의 번화한 모습도 찍고, 뉴욕의 편안한 모습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가족과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으시려고 하신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사진을 찍다보면 가족들 돌볼 틈도 없고, 한참 지나쳐간 가족들이 기다리다가 지쳐서 짜증내기 일쑤입니다.
배경에 사람이 적절히 들어가는 사진이어야해서 좋은 배경과 구성을 만나면 한참을 기다려서 절정의 순간(?)에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중의 사진이라면 눈치봐가면서 절대로 처지지 않고 알게 모르게 잘 찍어야 합니다.
우리 가족들은 여행에서는 제가 들고 있는 사진기로 사진을 찍을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대신 휴대폰으로 몇장 찍어주는 것이 고작...
여행하면 먼저.. 사진 찍을꺼야? 하고 질문부터 받게 됩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 새벽에 일찍 여행지 주변에서 사진을 주로 찍고, 가족들이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하면... 사진을 위한 여행에서 여행중의 사진으로 태세를 전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는 비교적 아빠를 잘 이해하는 아들만 함께여서 편하게 사진을 위한 여행까지 겸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많지 않을테니.. 작심하고 찍은 것이 7통.. 이틀만에 꽤나 많이 찍었습니다. ㅋㅋ
1) 통을 필름을 피커로 꺼내고 ( 여행에서는 필름을 많이 사용해서 끝까지 쏙 들어가기 되감지 않으면 아무래도 쓴것 안쓴것 구분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 완전히 감습니다)
2) 스텐통과 스텐릴에 필름을 감아 넣고.
3 차례로 현상하고 말리다보니 서너시간이 훌쩍 지납니다.
동시에 이것 저것 해보려고 하면 자칫 열심히 찍은 사진을 몽땅 망칠 수 있으니... 절대로 동시에 작업하는 것은 비추입니다.
4) 세통 혹은 네통짜리 스텐통도 있어서 두번에 나눠하면 좋을 것을 비율 맞추기도 복잡하고... 기존대로 두통씩 스텐통과 스텐릴로 작업하다보니 총 4번의 현상을 진행합니다.
델타100은 14분,
티멕스100은 12분
필름 감을 때 서로 구분하지 않으면 또 망칠 수 있으니... 따로 따로 구분해놓고, 통에다 스티커 붙여가면서 잘 해야 합니다. ^^
에고... 현상만 했을 뿐인데.. 현상은 역시 노가다야 라는 ㅅㅇ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아직... 스캔도 해야 하는데... 쩝
그래도 현상 해놓은 사진을 보니 뿌듯 합니다.
말라논 거 방치해 놓으면 컬링이 진행되기 때문에 마르자 마자 잘라서 중성지 필름 보관지에 집어 넣고 두꺼운 사진집에 껴서 눌러 둡니다.
며칠 지나서 스캔하면 별도의 기교 없이도 비교적 평평하게 잘 스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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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 가족과 여행- 어느것 하나 놓칠수 없는 지점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ㅎㅎ 생각할 거리를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ㅎ
댓글 감사합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싸움은 피하고, 자존심은 세우고 싶어서 미리 조심하게 됩니다. ^^
동감합니다. 그리고 사진 현상에 관한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가족과의 여행에서 사진을 찍다가 와이프가 눈쌀을 찌푸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여행가면 가족 사진 먼저 찍고 와이프가 먼저 차로 가는 사이 10-20분 동안 제 사진을 찍습니다.
와이프가 허락해준 시간입니다. 30분을 넘기면 와이프가 호랑이로 변신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
그래서,, 제가 여기 올리는 500CM으로 찍은 사진들은 30분 동안 제가 만나는 풍경을 찍는 것들이예요...
30분이 되면 가방 챙기고 차로 가야합니다^^;;;
ㅋㅋ 대단 하십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에 정말 기막힌 순간들이 많이 나타나거든요
잘 참았다가, 허락된 30분에 폭팔시키는 내공... 멋지시네요
예전 파나동에 계셨었죠?
폰으로 찍은 사진들이 어찌 이리 고울수가..ㄷㄷ
파나동에는 가본적이 없는데요 ^^
라이카동에 잠시 머물렀고, 그뒤론 쭉 필름동에 정착하고 있습니다. ㅎㅎ
어디로 여행을 가셨을까 궁금했는데 Kenr님 계시는 뉴욕이었네요^^
뉴욕은 몇년전 출장으로 스쳐 지난 곳이어서 아쉬움이 있는 곳인데 언젠가 느긋하게 한번 가보고 싶네요.
예전 출장 많이 다니던 시절에 사진은 찍고 싶은데 시간이 없고 눈치도 보여서
매일 새벽 미명에 호텔 주변을 숨차게 다녔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ㅎ
요즘은 조보 cpp2를 쓰면서 조보 현상통을 쓰고 있지만
저도 처음 현상을 스텐통으로 배웠는데 필름 넣는 것이 그렇게 힘들더라고요,,,
뱀도 잡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ㅎㅎ
뉴욕 사진 기대됩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둘째날 호텔에서는 피곤하기도 하고 전날 많이 찍기도 해서 포기했었는데, 아침에 나오면서보니
안개에 쌓인 맨하탄이 배경이 되어 있더군요 ^^
땅을치며 후회 했었습니다. 필름 한통 남겨왔는데...
스텐통은 저도 첨에 어려웠는데 암백에서 처음을 끼우지 않고, 처음을 끼워놓고 암백에 넣으니 세상 쉬워졌습니다.
갑자기 대도시에 가서 사진 찍으려고 하니 시선 둘데가 없더군요.
큰 기대는 안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