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을 말살시켰습니다.

지난주에, 옥상에서 신원미상의 벌에 뒷통수를 쏘여서 응급실을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어릴적엔 꿀벌을 갖고 놀다가 여러번 쏘여서 꿀벌정도는 쏘여도 별 탈 없는데,
몇년전 수박만한 말벌집을 드라이버로 쑤셔서 떼어낸다고 까불다가 팔뚝을 쏘여서
살이 움푹 패였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이번에 쏘인 자리는, 그렇지는 않더군요.
약간의 안면마비? 만 있었는데,
몇일전에, 옥상쪽에 말벌 한마리가 보이길래, 쫓아내느라 나가서 보니, 옥상문 안쪽에 잘 안보이는
위치에, 큰 포도송이 만하게 말벌집이 생겨있더군요. 날씨도 무척 더운날이고,
곤충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아서, 바퀴벌레 잡는 스프레이를 갖고 말살을 시작했습니다.
문 안쪽에서, 스프레이 대롱만 밖으로 내놓고, 좌악 뿌렸더니, 수십마리가
바닥으로 투두둑 떨어지는데, 엄지손가락 만한 놈들이라 소리도 큽니다.
그리곤 다시 모자도 쓰고 마스크도 쓰고 ... 장갑도 끼고, 옥상으로 나와 쇼를 했습니다.
이놈들이 지능이 있는건지, 하늘 이곳 저곳에서 달려듭니다. 하늘에다가 스프레이를
쏘고, 틈나면, 벌집에 듬뿍 뿌리고 ..... 그러다보니, 스프레이가 모자라서
동네 슈퍼에 사러 갔습니다. 사용하던건 레이드 제품인데, 동네엔 없더군요. 그래서,
콤벳..이란 제품으로 사왔습니다. 바퀴벌레 살충제를...
뿌리면 도망갔다가 다시오고 .... 한참을 씨름하다가, 말벌집을 떼어냈는데,
어린 애벌레들이 벌집에 빼곡히 박혀있더군요. 꿈틀 꿈틀하는 애벌레가 덩치도 큽니다.
웬지 불쌍하단 생각도 들고, .... 자식들 살릴려고 그랬구나....
벌집이 붙어있던 뿌리는 잘 안떨어져서, 펜치로 뜯어냈습니다. 무슨 본드로 붙힌것 마냥
강하게 붙어서 안떨어지더군요.
벌집과 바닥에 떨어진 수십마리의 말벌들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밖에 갔다 버리고,
저녁식사를 하고서 다시 살피러 왔더니, 대여섯마리가 벌집이 달렸던 곳을 선회비행하는것을 보고,
스프레이를 다시 뿌렸더니 하늘로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안심을 했다가, 30분쯤 있다가
다시 와서보니, 말벌집 달려있던곳에서 1미터 정도 떨어진곳에 다시 집을 지으려, 십여마리가
꿈틀대는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시, 스프레이로 그곳을 흠뻑 적시고 ...
하늘과 구석구석 흠뻑 뿌려두었습니다.
오늘아침 보니, 최후의 말벌인듯 두마리가 보였습니다. 제법 덩치도 큰 놈들인데...
어째, 우리동네는 말벌이 이리도 많을까요?
말벌이 영원히 못오도록 하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