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유행하는 사진들을 보면 사진가가 기본적으로 화이트밸런스와 노출을
잘 맞춰서, 업계에서 하는 이야기로 말랑말랑한 사진을 일차적으로 뺀 후에
사진가가 본인의 스타일로 색감을 틀어서 만드는 사진이 대 유행하는 시대입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이제는 하드웨어적인, 각 제조사별 센서의
컬러 수광 능력(RAW에도 해당) 이나 렌즈 특유의 발색보다는
다이나믹레인지가 높아서 하이라이트를 줄이고 쉐도우를 올려 전체 그레이톤이
다소 밋밋하고 컨트라스트가 낮아서 최대한 우리의 시선과 비슷한 사진을
얼마나 잘 뽑는가가 관건인 듯 합니다.
그런 유행에서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소니라고 봅니다.
과거 캐논에서 1D 시리즈 특유의 화이트톤은 어떤 카메라도 따라가질 못했는데
라이트룸과 포토샵에서 컬러그레이딩을 본격적으로 쉽게 지원을 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지금에 와서 1D 시리즈 특유의 화이트는 사실 그린과 옐로우로 쉽게 맞춰갈 수 있게 되었죠.
또 캐논의 영광을 이끌었던 5D 는 기존 20D, 350D 등 캐논의 히트작 제품들과는 다르게
풀프레임이 주는 심도에서 배경의 흐림을, 또 그 배경의 흐림은 디테일이 아닌
파스텔톤의 다소 채도가 높으면서도 진득거리지 않는 색을 보여주니 유래없는 히트를 치게 됩니다.
당시에도 색을 트는, 요즘 하는 말로 컬러그레이딩된 사진들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레이소다의 일면 인물사진가들이 주로 하는 보정법이었고 소위 '떡보정' 이라는
불명예를 안았으며 지금은 대중화된 RAW 촬영 자체도 적었고 포토샵의 ACR 에서
기본적인 노출과 채도, 톤커브, 그레인, 비네팅 정도가 대부분이었죠.
셀렉티브 컬러로 들어가서 색을 만지는 사진은 거의 볼 수가 없었습니다.
시대가 점점 지나다보니 촬영기술과 노하우, 장비의 눈부신 개선으로 인하여
사진가들이 개인의 스타일을 갖기 시작했고 여기에 선구자들이 컬러그레이딩된
사진을 대 유행시킨데다가 VSCO 를 기점으로 여러 손쉬운 보정툴의 출시로
이제는 누구나 쉽게 사진의 색감을 조절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엄청난 히트곡이었던 the chainsmoker 의 필름을 담당했던
sam kolder (https://www.instagram.com/sam_kolder/) 가 서양인들의 피부톤이
투명하고 채도가 낮아 '구릿빛피부' 느낌으로 보정하는 틸오렌지를 들고 오면서
인스타의 유명 인사들은 십중팔구 틸오렌지를 쓰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필름 시절 아스티아가 포트레이트는 아주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것은 옐로우의 발색을 보다 뚜렷하게 해주고 채도가 높다보니 백인에게는 잘 맞는데
한국인에게는 어떠한 가를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동양인의 인물사진에서는 HSL 단계에서 오렌지톤을 오히려 줄여야 피부톤이 밝게 올라옵니다.
sam kolder 의 틸오렌지를 동양인에게 적용시키면 구릿빛피부가 아닌 간염 걸린 노란색이 됩니다.
물론 HSL 단계에서 블루를 올려 오렌지를 줄일 수 있겠지만 톤 자체가 블루톤이 되어버려서
따뜻한 틸오렌지의 느낌은 사라지고 맙니다.
다시 소니 이야기로 돌아가면,
소니가 색을 만지는 시대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니 소니 유저로서 이보다 더 반가울 일은
없습니다. 사실 수많은 라이카유저들이 '필름라이크' 에 빠져 VSCO 프리셋을 입히니
아주 잘 만든 공예품으로서의 가치를 라이카로부터 받는다면 기쁜 일이지만
색감을 위해서 라이카를 찾는다면 차라리 반값도 하지 않는 소니를 구매하고 세이브된 돈으로
즈미룩스 렌즈를 맞추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물론 이런 대 유행도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색에 대한 이해, gamut 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여전히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gamut 이 제조사를 선택하는 주요 기제이자, 제조사에 귀속된 사진가의 업이라고
좀 오바해서 말할 수 있었던 시대를 지나 사진가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운명공동체적인
시대가 아닐까 합니다.
두서 없는 글 죄송합니다.
https://cohabe.com/sisa/65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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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작가 인스타도 알게되고 간만에 좋은 글이네여
맞는말씀이시네요
좋은 글인데, 90%는 jpg로 찍고는 색감운운하는게 현실이죠.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머리속에 흩어져서 뭐라 표현할 길이 없던 사실들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좋은 글입니다.
맞아요 맞아
맞습니다 다시 카메라는 필름 시절처럼 빛을 담는 용도로에 충실해지는 방향으로 가는거지요
오히려 필름과 현상소가 해주던 일을 고스란히 사용자가 다 감당해야 하는 역설적으로 더 어려운 성황이된거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장비 교체에만 몰두한 제게 울림을 주시는 글이네요~~
이렇게 좋은 글이 올라오다니...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