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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었습니다

 몇 달 전에 한 여자분에게 선물을 한 책이었어요. 


 그러다 그분과 대화가 끊겼고 몇 달 만에 다시 연락이 닿았는데 그 책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잊었어요. 


 제가 왜 그분에게 그 책을 선물했는지. 





 그래서 어제 중고 서점에서 구입을 하고 오늘 다시 읽었는데 이제 기억이 났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여자분을 떠올려서 선물한 거였네요. 





 아주 멋진 책은 아니지만 읽을 만한 단편집입니다. 


 특히 첫 번째 단편이 아주 좋아요.  


 짧게 설명하자면 


 (스포가 있습니다. 대단치는 않지만.)








 조연 급의 50대 남자 배우가 술을 조금 마시고 운전을 하다 사고를 일으키고 면허 취소 처분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김에 병원 검사를 받았는데 녹내장 진단을 받게 돼요. 


 소속사에서 운전을 만류하고 기사를 찾으라는 명령을 하게 되고 


 이 배우는 단골 카센터 사장에게 그런 이야기를 털어 놓았는데 사장이 한 20대 여자를 추천합니다. 


 과묵하고 예쁘지 않고 담배를 즐겨 피지만 운전을 제법 잘하는 친구라고. 




 다음 날 배우는 이 여자를 만나 시운전을 시키고 마음에 들어서 전속 기사로 고용하게 됩니다. 


 이 과묵한 기사가 마음에 들게 된 이 까다로운 배우는 뒷 자리에서 항상 대본 연습을 합니다.  




 그런데 이 배우에게는 같은 동료 배우 출신의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어요. 


 아름답고 재치 있고 사이도 좋고 정말 사랑하는 아내였는데 


 그녀가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다른 동료 남자 배우와 잠자리를 함께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남자는 부족함이 없이 화목한 결혼 생활을 하던 그녀가 왜 다른 남자들과 자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아내가 자궁암으로 갑자기 떠나기 전까지 계속 이해할 수 없었고 


 계속 묻고 싶었지만 병 때문에 약해지는 아내를 보고 그냥 마음에 담아 둡니다. 


 이 남자에게 가장 괴로운 건 아내가 품고 있는 비밀을 알면서도 아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티 내지 않고 잘 버텨냅니다. 


 그는 배우니깐요. 




 두 달 여 전혀 사적인 질문이 없던 여자 기사가 어느 날 배우에게 조심스레 물어봐요.


 왜 배우가 됐는지. 


 그리고 왜 친구가 없는지. 


 배우는 움찔했지만 두 달 동안 매일 운전 기사를 하면 그 정도는 알 수 있는 거니깐요. 





 그래서 배우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다 마지막으로 친구를 만들었던 이야기를 해요. 


 그 친구라는 사람은 아내와 마지막으로 잤던 다른 남자 배우였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배우는 의도적으로 접근해요. 


 물론 자기가 알고 있다는 사실은 숨기고. 




 결국 두 사람은 친구가 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됩니다.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역시 두 명이 동시에 사랑한 여자에 대한 것이었죠. 






 뭐랄까 단편에서 이것 말고 더 크게 이야기가 나아가진 않습니다. 


 



 몇 번 글에서 썼지만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소설에서 철학과 문학성과 작품성을 그리 크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다만 하루키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만든 이야기를,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하루키 소설을 즐겨 선물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몇 권을 소개할게요. 


 일단 저는 하루키 소설 중에 환타지 성격이 있는, 가령 양사나이가 나온다던지 하는, 그런 소설은 절대 좋아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양을 쫓는 모험, 1Q84, 태엽감는 새 등등 이런 환타지적 소설들은 전혀 안 좋아합니다. 





 


 일단 그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을 추천합니다. 


 처음에 문학사상사에서 같이 묶어서 나왔어요. 


 중고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5권 정도 구입한 다음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 권 한 권 선물했네요. 


 제 인생 최고의 책이에요. 


 왜냐하면 이 책은 제게 "다시는 오지 않을 청춘과 젊음"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추천해요. 


 이 책도 양장본 신간 버젼보다 구 버젼을 더 좋아합니다. 


 하루키 소설 중에 여성이 전면적인 주인공으로 나오는 흔치 않은 소설이에요.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를 추천하고 싶어요. 


 수많은 단편집 중에 이 단편집을 가장 좋아합니다. 


 버닝의 원작도 실려 있고 루시드폴의 "너는 내 마음에 남아" 곡에 영감을 준 단편도 실려 있어요. 


 정말 멋진 단편집이에요. 














 그리고 


 애프터 다크 (어둠의 저편), 여자 없는 남자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를 추천합니다. 





 이 책들이 제가 하루키 소설 중에서 정말 좋아하는 책들입니다. 


 상실의 시대도 좋아하지만 너무 유명해서 뺐어요. 







 당신에게 감성이 필요하다면 


 여자에게 감성을 선물하고 싶다면 


 이 책들을 권유하고 싶어요. 








(추가)



 아 최다 추천에 올라갈 줄 알았으면 제대로 쓸 걸 대충 써서 아쉽네요. 





 하나 추가하자면 


 많은 독자들이 하루키의 장편 보다 오히려 단편집이나 에세이가 더 좋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에세이 세트를 추천할까 합니다. 


 디자인도 이쁘고 내용도 좋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마지막은 


 역시 이 곡입니다. 


 (이상하게 동영상이 안 먹히네요.)



https://youtu.be/dH3GSrCmzC8

댓글
  • Gold 2018/06/07 01:25

    오.. 근례보기 드문 불펜 문학 분석글. 더군다나 하루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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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리스mk2 2018/06/07 01:25

    하루키의 진가는 표현력이라고 봄 그게 단편에서 가장 빛나고
    최근 읽은 장편들중 제일 지루하게 읽은게 기사단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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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meeeee 2018/06/07 01:27

    어 저랑 취향이 많이 비슷하시네요.
    스푸트니크의 연인들,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1973년의 핀볼..,그리고 회전목마의 데드히트같은 단편들 정말 좋아합니다.
    장편 태엽감는 새나 댄스댄스댄스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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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정없는세상 2018/06/07 01:28

    ㅎㅎ
    저도 옛날 버전이 좋아서 중고서점을 뒤지고 다녔던 추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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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pros 2018/06/07 01:28

    오, '문학사상사 저 표지는 일본 문고판 1973년의 핀볼' 표지 그대로 가져와 썼나보네요.
    판타지가 없다해도 좋을 책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정도 아닌가요. 스푸트니크의 연인이나 어둠의 저편이 판타지 요소가 없다 하긴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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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네리페 2018/06/07 01:31

    감사하다는 말부터 먼저 나오네요
    버닝 보고나서 단편집 반딧불이 읽고
    있는데 Hiroshige 님이 추천하신
    하루키 작품들 중에 안읽어본것이 많아서
    하나하나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스크랩해서 하나하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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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meeeee 2018/06/07 01:31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양을 쫓는 모험을 엄청 좋아한다는ㅎㅎ
    판타지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하루키 특유의 감성이 묻은 돌핀호텔, 양사나이 얘기는 좀 이상하게 끌리는 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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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키호테 2018/06/07 01:31

    잘 읽었습니다. 모바일이라 추천은 나중에 할께요.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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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meeeee 2018/06/07 01:33

    제일 좋아하는 책 세권이 일치하시는 분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길게 댓글 남겨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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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roshige 2018/06/07 01:36

    아 맞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빼먹었네요.
    이 소설은 "초속 5cm"와 너무 비슷한 내용이에요.
    신카이 마코토가 하루키 책에서 영감을 따오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너무 닮았어요.
    이 책도 좋습니다.
    댓글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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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시민 2018/06/07 23:24

    ㄳ합니다~스크랩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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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iteCrow 2018/06/07 23:31

    그래서 그 여자분이 과묵하고 예쁘지 않고 담배를 즐겨 피지만 운전을 제법 잘하는 친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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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hakd 2018/06/07 23:34

    좋은 글이네요 근데 저도 판타지 좋아하지 않는데 양을 쫒는 모험은 정말 재밌게 봤어요
    그냥 웃겨요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추천해주신것중 못읽은거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신기한게 얼마간 책을 놓고있다가도 이런글이 올라오면 당장이라도 읽고싶은 충동이 생긴다는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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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psroman 2018/06/08 00:44

    [리플수정]색채가없는쓰쿠루 마침 어제 다 읽었는데 하루키도 슬슬 글빨이 가는구나 그냥 쉽게가는구나 싶었는데 ㅎㅎ 본문의 여자없는남자들 첫번째 단편 그것만 딱 읽고 하루키는 지금도 똑같은 얘기만 하고 있구만하고 접었는데 저랑 딱 취향이 정반대신듯
    세월이 갈수록 하루키는 소설보단 수필이란 생각이네요 물론 초기작 소설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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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크볼러 2018/06/08 00:59

    다읽었던책들 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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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캡틴슬로우 2018/06/08 01:05

    저는 하루키 소설보다 수필집 그중에서도 여행에세이를 좋아합니다.
    먼북소리는 몇번을 읽어도 새로운 글귀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만 윗분도 쓰셨듯이 최근 작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을 읽으니 필력이 다되어 가는게 느껴저서 조금 아쉽습니다.
    아니면 제 감수성이 예전만 못해졌던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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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곰 2018/06/08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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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저 하루키 좋아합니다, 내용 참고해서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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