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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대 걸그룹의 부진과 3대 기획사

모든 것이 결과론일 수 있습니다.


어떤 그룹이 흥하고, 부진하고 이런 결과들이 각종 챠트를 통해서 나오고 회자됩니다.

단순히 결과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게 향후를 예측하는 것보다 쉬울 수 있겠죠.


하지만, 모든 결과에는 분명히 원인이 있습니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소위 2.5세대 걸그룹의 부진에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선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주 단순한 이유죠. 기획사의 경영철학과 역량 차이입니다.



SM,YG,JYP가 가요계에서 3대 기획사인 이유는 단순히 그동안의 업력과 역사, 매출액, 시가총액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가요계의 3대 기획사답게 자신들의 본질을 잊지 않고, 늘 본업에 충실한 경영을 하기 때문입니다.


FNC, 큐브같이 한때, 3대 기획사네, 5대 기획사네 언플을 했던 2.5세대 걸그룹들 회사들의 특징은 본업보다는 주가부양,투자유치,보통의 홍보가 아닌 기획 언플에 집중했던 경영을 한 회사들입니다.


한마디로 본질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흔한 관행처럼 Money Game에 집중했던 회사들이란 겁니다.


그들에게 음악은 그저 돈으로 살 수 있는 외주입니다.

또, 회사 내부의 시스템이란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채용할 수 있는 리소스의 집합이구요.




3대 기획사의 성과가 좋은 이유는 각기 특성이 너무 달라서 한마디로 재단하기 힘들지만, 


대중적인 촉이 있고,본질에 집중하는 총괄 프로듀서+각각 작은 소기획사를 차릴 수 있는 수준의 In-House PD들+우수한 결과물을 산출하는 내재화된 A&R시스템을 오랫동안 경영의 핵심과제로 키워온 결과입니다.



흔히들 이야기로 SM은 팬덤장사를 위한 상술에만 집중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이미 2000년대초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A&R시스템을 시작하고 정착시킨 곳이 SM입니다.


SM은 대중적인 한방은 세지 않지만, 소속가수의 비인기 멤버들의 뮤비까지 찍으면서, 1주일에 한곡씩 곡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SM이라면 엑소를 1년에 5번,6번도 컴백시킬 수 있는 수준입니다. 가수들이 버텨준다면 말이죠.


아주 강력한 1위곡은 쉽게 못 만들어도 그 많은 소속가수 전원을 6개월안에 모두 컴백시켜 앨범을 발매할 수 있는 Music Factory시스템을 만든 상태죠.



조금 더 살펴보면, 


SM,YG,JYP 모두 아주 유명한 In-House PD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그들은 여태까지 아주 좋은 상업적인 결과를 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JYP를 예로 들어서 살펴보겠습니다.


JYP의 경우, 2000년대 후반 업계 최고 프로듀서들의 모임이라고 할만큼 강력한 In-House PD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지금의 방탄의 아버지인 방시혁, 슈스케부터 다양한 음악감독을 하고 있는 권태은부터 현재의 홍지상,이우석,이우민,심은지 외에도 수십여명의 프로듀서들을 픽업하고 키워온 게 JYP입니다. 지금도 꾸준히 작곡가,PD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구요.


이미 JYP퍼블리싱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도 유명한 일입니다.


거기에 2000년대후반부부터 구축하기 시작한 A&R시스템이 이제 완전히 내재화되어 그 결과물이 제대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 트와이스입니다.


연습생의 캐스팅→트레이닝→그룹구성→기획+선곡+녹음과 후반작업+컨셉 디테일 구성→앨범자켓부터 제작까지 가장 중요한 핵심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A&R시스템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여기에 최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영진들의 경험과 촉이 더해지면, 지금과 같은 결과물들이 나오는 겁니다.


흔히들 똑같이 용감한 형제, 똑같이 블랙 아이드 필승 외주 아니냐. 같은 외주인데, A&R이 뭐가 중요하냐고 할 겁니다.


이건 음악에서의 외주가 아니라 일반 기획 업무할 때, 외주를 안 써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기획 외주는 그냥 주는 게 아닙니다.


기획외주는 주문자의 주문이 구체적이고 선명하며 지향하는 컨셉이 뚜렷할수록 또, 외주를 준 사람과 유기적으로 협업이 될수록 매우 다른 결과물을 뽑아내게 되어 있죠. 


외주를 주는 사람의 컨셉이 모호하거나, 애시당초 기획 자체가 별로인 상태에서 그냥 떠맡길수록 결과물이 좋을 이유가 없어지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같은 작곡가에게 타이틀 곡을 맡긴 에이핑크와 트와이스의 차이도 드러나고, EXID나 AOA의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도 설명이 됩니다.


가만히 보면, JYP 걸그룹의 경우에는 걸그룹의 본업인 음원이 망한 적이 없습니다. 원더걸스,미쓰에이의 경우도 여태까지 발매한 타이틀곡들의 음원챠트에서의 성적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타이틀곡이 1위를 하는 어떻게 보면 놀라운 챠트성적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이건 검색만 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자료입니다. 


결국, 2.5세대 걸그룹의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본업에 충실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차이이며, 단순히 섹시컨셉의 퇴조, 그룹의 라이프 사이클 종료 혹은 각각의 그룹에게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로 인한 것으로 보는 것은 너무 작은 시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댓글
  • MoonDancer 2017/01/02 16:05

    적절합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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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봉이 2017/01/02 16:08

    님 글은 확실히 몰입도가 높고 공감이 라네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분석후 쓰셔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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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피 2017/01/02 16:28

    좋은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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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루밍 2017/01/02 16:32

    상당히 설득력있네요,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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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오지오 2017/01/02 16:33

    좋은글 잘 봤습니다. 트와이스로 처음 가요판 접한 저도 쉽게 이해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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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ldrizzt 2017/01/02 16:41

    좋은 글이네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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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yD 2017/01/02 16:50

    좋은글 감사합니다. 마스터님은 향후에도 이 3대기획사가 주도하고 결국은 이 시장을 이들이 독식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혹은 이 시장에 방시혁의 빅히트처럼 중소기획사들이 치고 올라갈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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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속왕다리 2017/01/02 16:50

    가끔 써주시는 글이나 댓글에서 항상 고수의 포스가 가득하신분... 좋은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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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sterHS™ 2017/01/02 16:59

    joyD// 독식이라기 보다 꾸준히 해왔던 것을 할겁니다.
    그리고, 어차피 3대의 유산으로 꾸준히 공급되는 업계의 인재풀이 있기 때문에(퇴사자들, 이직자들, 독립자들) 이들의 업계 영향력은 상당 기간 오래갈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 2.5세대를 주도했던 걸그룹들의 소속사인 큐브,스타십은 설립당시 JYP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회사이고, 지금 남돌 대세인 방탄의 빅히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가수지망생들이 여전히 3대에 우선적으로 지망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3대 기획사의 궁극적인 방점이 해외에 찍혀있다는 점인데요, 이들이 국내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팬덤을 장악하는 방법은 이미 잘 알고 있고, 실행하고 있지만, 시장에 한계가 있다보니, 해외를 언제 어떻게 나가느냐 그게 관건으로 보입니다.
    최근의 여자친구,방탄과 같은 케이스는 계속 되겠지만, 3대 기획사 역시 그에 걸맞는 성과를 꾸준히 보여줄 것으로 예상할 수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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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NA]린벨 2017/01/02 17:02

    백번 공감합니다. 이런 글 자주 부탁드려요~~ 요즘 왜이리 뜸하신가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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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사이스 2017/01/02 17:05

    좋은글이고 알찬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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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황제 2017/01/02 17:08

    구체적으로 이해가 되는 좋은글이네요. 이런저런 글들 자주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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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yD 2017/01/02 17:23

    답글 감사합니다. sm의 nct 프로젝트가 아직 안착하지 못하고
    있기에 의구심을 갖고 있던 차였습니다. 저는 불펜평과는 달리 nct의 음악은 좋아합니다. 정말 흠잡을데 없이 미끈하더군요. 개인적으론 엑소보다 듣기 좋았습니다. 허나 연예인으로서 상품성을 포함 역량있는 플레이어들을 물화해서 완전히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키다보니, 총체로서의 팀은 보이나 개인은 보이지 않고 sm 레이블에 대한 믿음은 키워도 정작 nct의 팬이 되지는 않는다고 할까요? 이런 sm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요. 종국엔 막강한 자금력과 기획력으로 nct 플젝을 성공시킨다고 해도 그 사이 치고 올라갈 플레이어들은 존재할 것이고...
    아이돌 음악의 범주내에서도이런 저런 다양한 음악을 취사선택할수 있는 저같은 팬들은 좋지만, 연습생의 입장에선 좀 고민이 될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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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sterHS™ 2017/01/02 17:50

    joyD// 답글은 별도 글로 써보겠습니다. 내용이 많아지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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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룡의가을 2017/01/02 17:54

    자주 쓰지시는 않으셔도 글 쓰시면 항상 찾아보려고 합니다 식견도 글실력도 부럽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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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이어 2017/01/02 18:06

    이 맛에 불펜을 하지요..
    오랜만에 보는 날카롭고 전문적인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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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장꼬무신 2017/01/02 18:32

    거의 논문 수준..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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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oonful 2017/01/02 19:15

    잘 읽었습니다.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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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ST 2017/01/02 20:16

    [리플수정]joyD// NCT는.. 곡이나 그룹의 완성도 자체는 절대 폄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시스템이나 SM의 운영 방식이 최근 팬덤에게는 영 맞지 않는다는게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나 싶네요. 도시팀은 고정팀이라고 말해놓고 뻔뻔하게 다시 멤버를 추가해서 집어넣거나 이미 데뷔한 멤버보다 인기가 많은 멤버가 있음에도 데뷔시키지 않는 SM의 불통이 NCT에 악성 개인팬덤을 기존 신인들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자리잡게 만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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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롬느밴너 2017/01/03 12:55

    글 올라올때마다 정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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