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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고민해 봅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9자리 수 연봉을 받는 프로그래머(라기 보다는 이제 관리자)이면서, 사진이나 집필도 겸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교보문고에도 제 이름 검색하면 나옵니다 ㅎㅎ) 사진게시판에 사진을 올리고 싶어도 대부분 대가를 받고 찍어 드리는 사진이다 보니 어디 올리기도 참 어렵고 매번 한 10년쯤 전에 똑딱이로 찍은 사진이나 올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답글이라도 달아드리려고 노력하지만, 뭐 가끔 틀릴 때도 있고... 그래서 죄송하기도 합니다. 사실 사이트 활동에 전념할 입장도 못 되고요.
그래도 가끔 정말 이게 안 되어서 사진 못 찍겠어... 기변할 거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그게 안 되어서 사진을 못 찍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도 필름 카메라를 쓰다가 15년 전에 처음으로 Canon 20D로 DSLR을 만지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좋다고 가지고 다니던 몇 백 주고 샀던 그 카메라가, 스펙으로만 보면 완전히 쓰레기라는 소리까지 듣더라구요.
하지만 그 녀석으로도 좋은 사진을 많이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부사장님(이 분도 지금은 스키와 포르쉐로 유명하신 분이죠.)은 1Ds를 들고 다니셨는데, 저를 데리고 매번 근처 공원 가서 사진 찍고, 음식 사진 찍는 법도 가르쳐 주시고 그러셨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20대 중반이어서 뭐가 좋은 건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막 셔터 누르면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장비 스펙 물론 중요하긴 합니다만... ㅠㅠ 저도 제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는 소리 들으면 이래저래 심란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사진이라고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건 특정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아니더라구요. 제가 얼마나 마음을 쏟아서 열심히 그리고 많이 찍었느냐가 결과로 오더라구요 저한테는.
물론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더 좋은 녀석이 있으면 뭐 더 좋겠지만, 살 돈도 충분히 있지만, 저는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의 성능을 절반이라도 발휘하게 해 주고 있는지 좀 미안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좀 더 잘 찍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모르는 다른 기능이 있지 않을까... 이런 거죠.
이 시간까지 잠을 설치는 바람에 넋두리나 하고 갑니다. 제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시더라도 욕은 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그러고 보니 곧 벚꽃으로 눈이 호강하겠군요.

댓글
  • [D810]부산독립군 2018/03/25 05:02

    누가 어떤 장비를 쓰고 어떤 모델과 작업 했으며
    어떤 유명하고 멋진 장소가 중요한거는 아닌거 같습니다.
    내가 들고 있는 장비로 찰나의 영원히 기억될 추억을 담고
    기억하고 좋아하는게 먼저가 아닐까 혼자 생각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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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노이 2018/03/25 07:31

    좋은글이네요^^

    (BHYyR5)

  • 최종병기하나 2018/03/25 08:02

    옳은 말씀이십니다
    근데 사진보다 장비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처럼;
    장비도 취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사진은 그냥 뭐,,,ㄷ

    (BHYyR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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