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가 각광을 받거나 사회 현상이 되는 걸
한 가지 시선만으로 볼 수는 없음.
이 글에서 설명하는 건 하나의 시각일 뿐이지, 전부 설명하는 건 아님.
80년대 신군부 독재 때는
그 안티테제로서 학생 운동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었음
반 독재, 반 기성을 기치로 내걸고
대안 문화를 발굴해내는데
그 중 한 흐름이 세시문화, 풍속 등을 위시로 한 민족 문화였음
오늘날 대학마다 하나 씩은 있는 풍물패 동아리는 대부분 이 때 만들어졌다고 보면 됨.
대안 문화로서의 민족주의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오해의 여지를 줄이자면
민족주의 자체가 이때 대안 문화로서 등장했다, 가 아니고
민족주의의 흐름 중 일부가 대안 문화로서 작용했다가 맞을 거임. 그래서 대안 문화로서의 민족주의.
이 흐름은 80년대 후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90년대에는 고도 성장의 결과물을 맛보게 되면서
우리 민족은 원래 위대한 민족이었다, 라는 자부심과 결합됨.
여기서 독재 세력도 민족주의를 이용했는데, 학생 문화가 대안으로서의 민족주의를 가져갔다면
독재 세력은 국민 동원과 체제 안정을 위해 민족주의를 이용했음.
이들에게 딱히 학문적 엄격함보다는 화려한 상고사가 더 써먹기 좋았음.
이런 이유 등으로 80년대 후반~90년대 초중반까지 각종 환단고기 판본이 잔뜩 나왔고
독재가 끝나고 민주화가 됐지만, 과장된 민족주의적 감성은 관성을 타고 이어졌고
90년대 중반부터 PC통신이 활성화되면서 그곳에서도 환단고기를 논하는 장소가 생김
앞서 대안문화로서의 민족주의가 반 독재, 반 기성에서 생겨났다고 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대안문화로서의 민족주의를 타당화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성 강단, 학계를 폄하하는 것임. 다시 말해 이들이 식민사관을 따르는 자들이라는 것.
이 논리가 대중들에게 먹힌 이유는
일제 시대를 겪으면서 실제로 문화 개조를 당했던 역사에 대한 보상심리가 있었기 때문임.
이렇게 만들어진 음모론적 서사는
00년 전후로 폭발적으로 터짐. 공영 방송 역사 다큐에서도 진위를 운운하며 호의적으로 다룰 정도였으니까.
80~90년대 만들어진 문화가 변화하는 00년대 중후반부터는 점차 사그라들면서
지금이야 당연히 이런 사회적 배경이 사라졌으니 환단고기에 빠지는 젊은 세대는 거의 없지만
이런 맥락을 보면 왜 유독 특정 세대에서 환단고기를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지 이해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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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나 중딩 때 환단고기 얘기 처음으로 떠벌리던 강사도 딱 X세대더라
어쩐지 나 중딩 때 환단고기 얘기 처음으로 떠벌리던 강사도 딱 X세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