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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 빌런과 레이스 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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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일하기 싫어 딴 생각을 하다 보면,

아련히 떠오르는 전동 킥보드의 추억이 있다.



경기도 한구석, 시내에서 떨어진 곳.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려 해도,
 돌아올 때는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차가 없던 시절엔 영화 한 편 보고자 자전거를 타곤 했다.



때는 아직 날씨가 좋은 봄.

시내까지 가볍게 달리던 나를 누군가가 추월했다.

휘날리는 옷자락. 꼿꼿한 허리. 안전 장구 하나 없이 가벼운 차림새.

전동 킥보드다.





공유 킥보드가 서울을 점령한 지 5년이 넘은 이 때,

서울에서 떨어진 이 곳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인가?

아니, 저 검은 도장은 공유 킥보드가 아니다.

필시 개인이 구매해서 사용하는 킥보드이리라.



페달에 힘을 실었지만 차이는 점점 벌어졌다.

그래, 거북이는 토끼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는 킥보드를 보며

나는 다시 홀로 달리기 시작했다.



정녕 인간은 모터를 이길 수 없는 것인가?

아니, 포기하기엔 이르다.

다시 킥보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 이 곳엔 나무가 있다.

토끼가 멈춰 쉴 나무가!



속도를 줄였다.

그러나 킥보드는 가까워진다.

킥보드는 멈춰서 경찰과 이야기 하고 있다.

헬멧 미착용으로 범칙금 딱지를 떼고 있을 것이다.

그야 당연하지. 이 길엔 파출소가 있으니까.



나는 내 붉은 헬멧이 보이도록 속도를 줄여 지나갔다.

댓글
  • 녹슨덩어리 2025/11/27 11:14

    거목이 자리하고 있었구나..!

  • 녹슨덩어리 2025/11/27 11:14

    거목이 자리하고 있었구나..!

    (ULYeTJ)

(ULYeT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