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린치(컬트 영화의 거장, 꼰대):
요즘 수사물들은 말이야, 너무 살인을 가볍게 다뤄. 에피소드 하나당 살인 하나가 뭐야? 에잉.. 내가 한번 제대로 된 수사물을 보여줘야겠구만.

그렇게 데이비드 린치는 전설의 미드, '트윈 픽스'를 만든다.
시즌 2개에 걸쳐서 여고생 살인사건 하나를 수사해가는 새로운 수사물의 시작이었다.

시청자(성급함):
와! 쩐다! 수사물+코메디+스릴러+초자연물이라니!
이런거 처음이야!
그런데 누가 범인이야? 짐작도 못하겠어.

제작사 높으신 분:
아이고.. 감독님. 요즘 트윈 픽스가 너무 잘나가긴 하는데, 시청자들이 제작사에 범인 좀 알려달라고 전화를 너무 거네요. 이제 슬슬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요?

데이비드 린치(반골):
내가 왜?

제작사 높으신 분:
예?

데이비드 린치:
범인을 알려주면 미스터리가 끝나잖아.
그럼 재미없지.
나는 최고의 미스터리 수사물을 만들거라고.
난 떡밥만 잔뜩 뿌리고 범인은 안알려줄건데?

제작사 높으신 분:
...안되겠네요.

천하의 데이비드 린치도 시청자와 제작사의 압박을 이기지는 못했고, 결국 시즌2 중반에 범인을 알려주고는 데이비드 린치는 감독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천재 감독의 부재로 인해 스토리는 산으로 가고..
시즌2는 꼬여만 가는데...

제작사 높으신 분:
아이고.. 감독님. 트윈 픽스가 영 엉망입니다.
한번 살려주십쇼.

데이비드 린치:
야 이 ㅅㅂ 범인도 밝혀졌는데 뭘 어떻게 해?
...그래도 일단 내 작품이니까 한번 마무리는 해준다.

그렇게 데이비드 린치가 시즌 2 마지막에 복귀,
주인공인 FBI요원을 이세계에 가둬버리고 FBI요원의 사악한 도플갱어가 현실에서 FBI요원의 자리를 차지해버리는 개찝집한 결말을 만들고 끝낸다.

시청자:
이게 뭐야!
주인공을 이세계에 던지고 끝내는게 어디있어!
제대로 된 결말을 줘요!

데이비드 린치:
그래? 좋아. 기다려봐. 니들이 원하는 데로 시즌3 만들어줄께.

시청자: 와! 언제 나오는데요?

데이비드 린치:
25년 뒤.

시청자:
?

그렇게 후속작을 기다리던 시청자를 25년간 고문하던 데이비드 린치는 2017년에 시즌3를 공개한다.

시청자:
25년간 시즌3를 기다렸다.. 흑흑.
그런데... 이게 뭐야?
감독님!

데이비드 린치:
왜?

시청자:
왜 우리의 주인공, FBI주인공이 이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온 뒤부터 멍청해졌죠?
그냥 저능아잖아요! 나는 이런 주인공을 원하지 않았어요!

데이비드 린치:
니들이 원해서 범인이 밝혀졌으니까.
이제 미스터리는 없는거지?
그럼 똑똑한 FBI요원도 필요없는거지.

시청자:
그럼 왜 이 저능아 주인공이 우연히 계속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렸다가 행운으로 플려나는 스토리만 반복되는 거죠?

데이비드 린치:
일단 니들이 후속작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들었으니 스토리는 있어야 될거 아니야? 그런데 주인공이 아무것도 못하니 주위에서 스토리를 끌어줘야지 뭐.

시청자:
그럼 시즌3 거의 끝에서 주인공이 갑자기 코마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거는요?

데이비드 린치:
니들이 이런 저능아 주인공 싫다며?
그래서 정신차리게 했는데?

시청지:
그럼 주인공이 정신을 차린 뒤에 찾아낸 이 여자는 누구에요?
왜 시즌1의 희생자와 닮았죠?

데이비드 린치:
시즌2의 결말이 찝찝하다며?
내가 제대로 된 결말을 보여주지.

시청자:
아니 이 집은...
시즌1,2에 나왔던 희생자의 집 아니에요?

데이비드 린치:
맞아. 주인공과 희생자를 닮은 여자.
둘이서 진정한 결말을 맺으러 온거지.

시청자:
엥? 그런데 이 집에 살고 있는 여자는 누구에요?
못보던 캐릭터인데.

데이비드 린치:
진짜 집에서 살고있는 집주인.

시청자:
그런데 왜 주인공한테 희생자를 모른다고 하고 문전박대하죠?

데이비드 린치:
진짜로 모르니까.
현실에서 이미 25년 전에 끝난 미스터리 따위 알리가 없잖아?

시청자:
예? 그럼 피해자 닮은 여자가 문전박대 당하고 비명지르는게 진짜 시즌3 끝이에요?

데이비드 린치:
ㅇㅇ 그 여자는 피해자 닮은 여자지, 피해자가 아니야.
즉 아무 상관없는 여자고, 그래서 비명을 지른거지.
존재의 필요가 없으니까.

시청자:
... 이런 걸 왜 만든거에요?

데이비드 린치:
니들이 후속작 만들어달라매?
그래서 미스터리가 끝난 미스터리를 보여준 거 뿐이야.
꼽냐?

시청자:
이...

시청자:
이야호! 너무 좋아요! 시즌4도 만들어주세요! 헉헉

데이비드 린치:
ㅁㅊㄴ들.. 배운게 없구만.

트윈 픽스 시즌3가 워낙 난해해서 제대로 된 해설이 없기는 하지만
메타적 해석에 따르면 데이비드 린치는 '시청자에게 시달려 미스터리가 끝난 시시한 수사물의 결말'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 하다.
...
심지어 시즌4도 만들고 싶어했지만 결국 만들기 전에 사망하고 만다.
트윈픽스 진짜 명작이였는데
엥? 이 아저씨 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