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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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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가 있는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디귿자 형태의 건물이 있었고, 안방에 두개의 아궁이와 두개의 가마솥이 있던곳은 부엌으로 사용되고,
안방옆 작은방에 아궁이 하나와 가마솥하나, 그리고 아버지가 주무시던 사랑채에 아궁이 하나에 가마솥이 하나가 있었다.
나머지 하나의 건물은 화장실이 있었고, 누렁이와 누렁이 음식을 저장하는 공간이라 아궁이가 없다.
집은 가마솥 부자였다.
마당한켠, 안방입구 세면장앞에 아궁이가 하나 더 있다.
안채에 있던 세개의 가마솥은 엄마가 사용했고, 사랑채의 가마솥은 아버지가 소죽을 끓이던 용도로 사용한다.
세면장 앞 아궁이는 아버지 전용의 놀이터였다.
평소에는 엄마의 부탁으로 석쇠에 올린 고등어와 갈치를 굽기도 했었고, 때로 고구마와 감자, 또는 달디 단 밤을 굽기도 했다.
어릴적, 아버지의 끔찍한 음식이 가끔 가마솥에 들어가곤 했다.
아궁이 옆, 평상에 거대한 덩어리가 올려지면, 법석을 떨곤 했다.
"으악!
아빠~ 이런거 싫어!
돼지가 불쌍해!"
그럴때면 아빠는 웃으시며 우릴 불러모은다.
"잘봐!
이넘이 얼마나 행복한지, 한번볼까?
이것봐라~
우리 민기, 이넘먹고 키가 쑥쑥 크는게 기쁘다고 웃고있잖냐?"
정말, 단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돼지를 본적이 없었다.
무어그리 기쁘고 행복한지, 녀석들은 얼굴가득 미소를 담고있다.
그럼에도 매번 볼때마다 징그러운 음식이고, 아빠의 손을 거쳐 잘게잘게 분해되기 전까지는 가까이하기 힘든 음식이 분명했다.
"으악!
코좀봐!
징그러....
코는 절대로 안먹을거야!
더러워!"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술안주, 징그럽다며 호들갑 떨다가도 살코기부터 시작해서 귓볼을 지나 포슬한 녀석의 혀를 만나곤 한다.
아버지가 여행을 떠나신지 몇해가 지났지만, 고향집을 처분하지 못하고 아이들과 여행삼아 찾곤한다.
고향에 친구들은 단 하나도 남지 않았고, 인사하던 사람들은 다들 여행을 떠났고, 몇해 아래의 사람들은 이름도 기억도 없다.
아버지가 가졌던 인연의 끈이 떨어진 후로, 오직 이 집만이 고향이란 느낌을 주고있다.
신기할 만큼, 아버지의 끈이 찐득했던 모양이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누구나 담너머 인사를 건내고 나물과 음식들을 전하기도 했었는데, 아버지가 떠난 이후로 마당에서 무엇을하건 누구하나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
찾는기간도 길어지고 서먹함이 늘기 시작하던 하루, 아이들을 데리고 찾았다.
평상에 올려진 돼지머리를 보고, 아이들이 부산스럽다.
"으악!
아빠! 이거 뭐에요?
이거, 먹는건 아니지?"
"으악, 야만인!
난 절대로 안먹을거야!"
멀리, 저 멀리쯤 가물거리는 시간속에 내가 외치던 소리를 아이들이 따라한다.
보글보글, 잘익어서 풀어지기 시작하는 머리를 꺼내 평상에 올리자, 아이들이 신났다.
"으아!
정말로 먹을건가봐!"
"이런걸 어떻게 먹어요?"
아버지의 술안주가 그리워 시작했지만, 아버지가 가장 맛나다던 코 부위는 여전히 두렵다.
잘게잘게......
너무 맛있다는 표정으로 먹으며, 낚시를 시작한다.
"작은걸로 하나만 줘보세요.
이건 어디있던 살이에요?"
"응, 그긴 제일 맛있는 살!"
나만큼의 시간이 지난 어느날, 나만큼 애틋한 기억은 무었이 될는지 궁금하다.
아직은 어색함에 먹을수 없는 부위가 더 많은 돼지머리......
댓글
  • 재욱 2025/11/16 18:17

    거 남의 초상화 올릴때는 본인인
    저에게 귀뜸이라도 부탁드립니다ㅋ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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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정하늘 2025/11/16 18:20

    지.... 진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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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리:] 2025/11/16 18:23

    마을에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간건지 그분들과 함께 했던 추억은 어디로 사라진건지 너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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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정하늘 2025/11/16 18:27

    원주민들은 도시로 나가고,
    외지인들이 별장삼아 들어오는 모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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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ter 2025/11/16 18:23

    저도 편육 못먹어요 초딩입이라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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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정하늘 2025/11/16 18:28

    편육보다 이렇게
    허물거리는 대가리 수육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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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ter 2025/11/16 18:29

    돼지머리고기 자체를 못먹어요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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