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5129550

첫잔에는…….

IMG_9734.jpegIMG_9735.jpeg
십수년을 거슬러 지금같은 가을날 이었다.
가로수로 심어진 백정화들이 앙증맞게 피어있는 쌀쌀맞은 그날에 아버지를 만났다.
“호야, 커피나 한잔할까?”
“어떤커피 말인가요?”
“커피라카머, 그래도 달달해야 맛이제?
다방에 가자!”
삼천포 다방에 들어가 쌍화차와 커피 한잔을 두고 자잔한 이야기가 지나간다.
“호야, 벌초는 빠지지말고 꼭 가야된다.
니 하나라도 도움이 되야, 형아들이 덜 힘들지…..
꼭 가서 돕도록 해라!
그건 그렇고, 호야~
만일, 내가 죽어서 선선에 가게되머……
니는 내한테 올끼가?”
“아버지가 계신다면 당연히 한번이라도 더 갈겁니다.
당연하죠.”
“호야, 잘 들어라~
오지 말거래이~
벌초나 차례는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때문에 선산까지 찾는일은 절대로 없어야 된다.
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죽으면……
나는 정말로 거기 안있을거 같다.
가고싶은데 가야지, 미쳤나?“
“정말로 그런건 있는거 같아요.
홍동백서나 좌포우해 같은건 왜 해야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람마다 다 입맛이 다른데, 귀신들은 입맛도 통일된거 같아서요.“
“나느 달달한기 조타!
찹쌀 도나스 하고 팥 들어간 송편도 좋다!
아니!
아니다!
니가 내 무덤에 온다면 말이다.
내가 니 보고싶어서 찾아갈수는 있겠지만, 굳이 갈라고 하지마라!
내가 가는게 편하지, 머할라고 힘들게 니가 갈라카나?
평상시에 니 술한잔 할일 있거들랑, 첫잔 들기전에 내생각 한번씩만 해주라~
나는 그이상이 없다!”
“아버지는 아직 젊으신데, 이런 이야기는 다음에 하시죠~”
그런 시간이 찰라처럼 지나쳤다.
시간이란, 차례와 순서대로 대응하도록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늘, 오늘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오늘이 마지막인듯 사랑해야 후회를 줄일 수 있다.
아버지가 보고싶다는 핑계로 운문산을 찾았다.
좋아하시던 떡이랑, 끊으셨던 술한잔 올려본다.
좋은곳에 계시다가도, 아들 소식에 찾으셨겠지……
첫잔에는 아버지를 불러본다…….
IMG_9736.jpegIMG_6956.jpegIMG_7003.jpeg
댓글
  • 주황도야지 2025/11/16 06:16

    글만봐도 멋진 아버지네요

    (z2tOkI)

(z2tO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