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따라 유독 피곤해 보이는 모습의 함장을 향해, 레노아는 그가 지난 밤에 몇 시에 잠들었는지를 추궁한다. 함장은 쭈뼛쭈뼛 새벽 2시에 잠들었다고 대답한다.
그 대답을 듣자마자 레노아는 눈썹을 찌뿌리며 자신의 눈을 질끈 감는다. 이게 말인가.
"전투 보고서 작성 때문이었겠지?"
"...응."
어느새 레노아의 손이 조용히 뻗어져 함장의 손등 위에 포개진다.
"뭐 부탁할 거 없어? 커피라도 타줄까?"
함장은 그래주면 고맙겠다고 대답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침저되고 마모되고 고생한 무의식은 전혀 다른 대답을 내뱉는다. 아주 짧게. 그러면서도 진심으로.
"...위로해 줘."
그 말에 레노아는 한숨을 푹 내쉰다. 레이의 말마따나 함장은 레노아의 한숨을 부르는 존재다.
"함장.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위로를 바라는 거야? 휴, 함장은 그 성격부터 어떻게 해야 해..."
말끝이 늘어지다가, 결국 레노아는 못 이기겠다는 듯 함장의 손을 잡고 그를 일으켜 세워 그를 이끈다.
"따라와."
그리고서는 함장실의 침대에 그를 밀어 눕히고서는, 자신의 무릎으로 그의 머리를 지탱한다. 전형적인 무릎베개다.
레노아는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누운 함장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오웬을 그와 함께 막 입양했을 적, 그 아이에게 자주 불러주던 자장가이다.
감미로운 선율의 그녀의 목소리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자장가가 만나니, 억지로 깨어 있던 함장은 금새 잠에 든다.
또 다시 요원들이 자신의 잘못으로 죽는 광경을 꿈에서도 보기 싫어서 전투 보고서를 핑계로 억지로 깨어 있으면서 잠을 미루었던 그였기에, 레노아의 조용한 위로에 금새 잠들어 버린다.
잠들면서도 그는 생각한다.
수억번을 반복하더라도, 너와 오웬과 모두를 지키겠다고.
그것이, 깨어나지 않는 악몽을 영원히 헤매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런 함장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노아는 금새 골아떨어진 함장을 향해 은은한 미소를 짓는다.
흑장미는 부끄러움이 많아, 자신의 꽃잎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한다.
특히나, 자신을 가꾸어 주는 정원사에게는 더더욱.
그래도 지금은 그가 눈을 감고 있기에, 그를 향해 마음껏 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다.
너희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기억을 보여줄게.
너... 레노아가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