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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미스테리한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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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웨일즈에서 결성한, 정치적 가사로 유명한 밴드

매닉 스트리스 프리쳐스.(Manic Street Preachers)



그 중 기타를 맡고 있었던 리치 제임스는 똘끼와 천재적인 작사 능력을 지닌


밴드의 핵심 멤버이자 정신적인 지주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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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항상 정신적으로 불안했다.


"당신들의 저항 정신이 진짜인가? 어그로 끄는 거 아님?"


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개빡친 나머지 칼을 꺼내들었고,



이어 자신의 손목을 베어 '4 REAL'(진짜로) 이라는 글씨를 적는 기행을 저지른 적도 있다.


(구글로 ‘Richey James 4 real’이라 검색하면 나오는데 혐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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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행과 우울증, 불안 증세는 영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괴물 명반을 낳았는데,


그것이 바로 1993년 발매된 3집 이다.






‘She Is Suffering’


괴상한 커버만큼이나 위험한 가사들로 가득했던 이 음반은


영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어두운 음반 중 하나로 손꼽히고는 한다. 



음반은 성공을 거두었고, 밴드는 승승장구했지만 리치는 여전히 불안했다.

우울 증세가 심각해져 거식증까지 앓았으며, 늘 술을 입에 달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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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2월 1일 매닉 스트릭트 프리처스가 미국 프로모션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날,


리치는 갑자기 사라졌다.


런던의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빠져나가는 모습이 사람들이 본 리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멤버들은 화들짝 놀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영국 전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리치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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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후, 자살 명소로 유명한 사우스 글로스터셔의 절벽 근처에서 리치 소유의 차량이 발견된다.


차 안에는 먹고 남겨진 햄버거 용지와 한 달 전 찍은 가족사진 뿐이었다.



또한 사람이 최소 일주일 정도 생활한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분명 그의 모습이나 혹은 시신이 그 주변에 있을 거란 판단을 한 경찰은 장소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놀랍게도 정말, 아무런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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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제임스 딘 브래드필드, 베이스 니키 와이어, 드러머 션 무어


남은 멤버 셋은 밴드의 근간이었던 리치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인해 거대한 슬픔과 함께 고민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멤버들은 패닉에 빠진 채 6개월 간 서로 연락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


과연 리치 없이 이 밴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또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나 슬픔이 계속되던 도중, 베이시스트 니키가 보컬 제임스에게 새로운 가사를 보냈다. 








그리고 완성된 곡은 바로 영국의 노동 계급을 찬양하며


브릿팝 시대 최고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A Design For Life’.



그리고 이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밴드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정한다.

절망 속에서도 계속 이어가야 할 무언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리치가 실종되고 난 지 불과 1년 후, 4번째 정규 앨범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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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떠나보내야 해’




팬들은 이 앨범 발매 소식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밴드의 주축이었던 멤버가 실종되고 불과 1년 만에 새 음반을 발매했다는 점.


그런데 그 앨범이 전작과 견줄 만한 엄청난 명반이었다는 점.



이 앨범을 기점으로 밴드의 스타일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어둠의 끝을 달렸던 리치가 사라졌기에

멤버들은 당시 브릿팝 시대의 슬픈 서정성을 받아들여

좀 더 말랑말랑한 스타일의 곡을 쓰기 시작했다.


특유의 사회 비판적인 가사는 리치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여전했다.

위의 ‘A Design For Life’도 그러하고, ‘Kevin Carter’라는 곡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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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적응하는 기간 중 잡음도 많았으나

결국 팬들은 바뀐 음악 스타일에도 환호하게 되었고


마침내 이 음반은 1997년 브릿 어워즈에서 최고의 앨범상을 받게 된다.



음반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200만 장이 팔렸다.

밴드의 근간이 되었던 리치 없이도 90년대를 대표하는 브릿팝 명반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앨범의 전체적인 밝은 이미지 속 곳곳에는 여전히 리치를 향한 그리움과


힘들더라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


언론들의 추측과 세간의 루머로 인해 받은 상처의 흔적들이 가득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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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고, 2008년 영국 경찰은


리치를 법적 사망 처리하며 공식적으로 사건은 종료되었다.



록 음악 역사상 가장 미스테리한 사건은 이렇게 미제사건으로 끝을 맺게 된다.



자살의 정황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고,

또한 실종 전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사실도 있어


멤버들은 지금도 여전히 리치가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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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지금도 공연을 할 때 무대 한 켠 자리를 비워둔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리치 얘기를 꺼내기만 해도 바로 눈물을 쏟을 정도로, 리치는 남은 멤버들에겐 애절한 존재이다.


남은 세 멤버는 리치 실종 이후 그 긴 시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의 1/4을 꼬박꼬박 리치의 계좌에 입금한다고 한다.


리치가 언제라도 다시 밴드로 돌아와 같이 공연을 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It was no surface but all feeling

Maybe at the time it felt like dreaming

실체는 없지만 느껴지는 게 있어

그럴 때마다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아


- 마지막 트랙인 ‘No Surface All Feeling’ 가사 중




And I just hope that you can forgive us,

But everything must go

네가 우릴 용서해주길 바래.

하지만 모든 건 떠나보내야 해


- 5번 트랙 ‘Everything Must Go’ 가사 중

댓글
  • 타츠마키=사이타마 2025/10/31 04:26

    오호 이런 사정이 있었구나
    많이 듣지는 않은 밴드였지만

    (kV614m)

(kV614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