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우 유명한 이 짤
시대는 계속해서 돌고 돌며
오늘의 기성은 과거의 신세대였다- 라는 흐름을 설명하는
일종의 유머짤인데

오늘날의, 더 엄밀히 말해 20세기 초중반부터의 '요즘 것들' 과
그 이전, 전근대의 '요즘 것들' 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음.
그 차이가 뭐냐면, sns.... 더 근본적으로 '미디어' 임


즉 1920-30년대에 라디오 상용화와 함께 운송기술이 발전되며, 의견이 공명되는 시공간적 조건이 극도로 줄어들었던 게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임

조선시대의 흔한 평민을 예시로 들어보자
이 농민 아들 김개똥은 세상에 불만이 많음
마을의 유명한 말썽꾸러기였단 말임
그런데 이 김개똥의 불만은 마을 밖으로 못나감
왜?

마을 밖으로 나가면 냥냥펀치가 대기중이거든
그렇다고 어른들에게 이미 개겼던 자기 이야기를 어른들이 싣어다 날라주기도 불확실하고

그래도 이 고얀놈이 어떻게든 자신의 가슴뜨거운 반항정신을 가슴에 품고
내 반항정신을 외부로 알려야겠다! 그 때까지 나는 숨어서 힘을 죽이겠다!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먹고 살았다고 치자
드디어 기성이 되었다! 나는 권력을 가졌다!

기성이 되었단 건 뭐다?
기성으로 있을 만한 맥락에 묶인다는 것이다
그렇게 김개똥의 젊은 시절 반항은 스스로 기성의 문화로 되돌아오면서
지역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그라듬
물론 이러한 축적이 의미가 없진 않았고, 우연, 기성이 됨에도 남아있는 사유, 지역에 축적되는 발전과 변화가 외부로 유통되는 등 점진적으로 발전되지만
결국 대다수의 반항적 감각은 지역, 시대에 묶인 채 기성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음

시간과 장소를 바꿔 1940년대의 미국 뉴욕의 젊은이 샘을 예로 들어보자
샘은 조선시대의 개똥이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반항정신을 가지고 있는 신세대 젊은이임
샘의 뜨거운 반항정신과 그 불만점은 과연 조선시대 개똥이처럼 뉴욕을 나가지 못하고 사라질까?

미디어: ㅎㅇㅎㅇ 야 너 그 반항정신 대단히 돈이 되겠ㄷ 아니 멋지다!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은 샘의 의견을
개똥이의 반항정신처럼 생존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시키는 대신
시공간의 제약을 해제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퍼트리는데 성공함

???: 끼얏호!
그러므로 뉴욕의 샘은 기성이 되지 않고도, 비주류인 신세대의 입장에서...

???: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구나!
샌프란시스코의 다른 젊은이인 앨런에게 가닿고, 공명할 수 있게 됨.

신세대 문화는 이를 통해, 역사상 최초로
생존의 문제에 의해 좌초되지 않고
현실의 벽에 의해 기성으로 귀환되지 않은 채
'신세대 문화' 로써 자립함
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들도 기성이 된다는 거임
개똥이는 '기성으로 흡수되면서' 기성이 됬는데
샘은 '신세대로 자립하면서' 기성이 되어 버림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 아부지... 저 이거 싫은데요...
개똥이: 아들아 내가 너만할때 말이다 이러쿵저러쿵
???: (우씨)
김개똥이라는 기성은 기성으로 회귀한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들의 반란을 제압할 맥락이 매우 매우 많음
즉 김개똥이 '요즘 것들은' 이라고 말할 때
김개똥이 대변하는 기성은 '지난 기성의 역사적 축적물' 임
그리고 김개똥의 아들이 가진 반항의 맥락은 김개똥이 한 때 가졌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
왜냐면 기성으로써 김개똥은 자신이 겪었던 자기 시대의 기성과 크게 다르진 않기 때문임

그런데 샘의 아들이 샘에게 '아부지, 저 이거 하고 싶은데요, 이게 좋대요' 라고 할 때
샘에게는 그것을 말릴 맥락은, 기성으로써 샘이 가진 맥락은
신세대로써 샘이 앨런과 같은 인물들과 공명한, 그 세대의 맥락 뿐임
동시에 샘의 아들이 반항하는 맥락은
샘이 반항했던 맥락과 다를 수 밖에 없음
샘이 반항했던 기성과, 샘의 아들이 반항하는 기성은 다르니까
만일 샘이 샘의 아들을 말리려 한다면 그 맥락은 가장 간단하게 하나로 수렴됨

폭력
그리고 폭력을 동반하는 억압

???: 아니 저런 위선적인 기성세대 같으니...
그 결과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더욱 큰 반감을 가지고, 그 반감은 다시 미디어와 운송기구를 가지고 실시간으로 공명함
그래서 김개똥의 아들처럼 온전히 반항과 기성으로의 수렴이 회전하며 안정화되지 않고
신세대는 아버지 세대를 부정하고, 다시 자신의 아들 세대에게 부정당하는 특정 경향으로 기울어져버림

그래서 과거의 '요즘 것들은' 은, 가르치는 입장에서, 가르침을 받는 개인이나 특정 몇 명, 특정 집단(예를 들어 대학생 등)을 가르키는 경우에 한정되는 반면

현대의 '요즘 것들은' 은 세대로, 집단으로, 문화 경향으로 묶이는 거임
정반합
미디어 이전까진 세대의 흐름에 따른 정반합이 회전하며 굴러갔는데
미디어 이후로 신세대라는 반이 합 없이 서로 공명하면서 그대로 정으로 독립해 나와버린 셈임
별로 공감은 안간다
모든 케이스에 통하는 경우는 또 아니니까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닌데, 나는 아버지 말은 듣고 살려고 노력함. 당장 본인이
그런 부모 세대에 대한 반항 할 시간에 먹고 살려고 고생하던 사람이라 아들 하고
싶어하는 건 대부분 별 말 안 하시고 이건 진짜 아니다 싶을 때에만 지적하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