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피임.
얘는 기본적으로 딱히 해군이나 정부를 싫어하지 않음.
물론 '천룡인'은 싫다고 못박았지만, 세계정부라는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려야 할 적폐로 보는 그런 비판의식은 없음.
당장 할아버지와의 사이도 사적으로는 나쁘지 않고, 친구인 코비가 해군에서 출세하는 것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응원해주고.
아오키지 첫등장 당시 '해군이 좋은 편이고 우리가 나쁜 놈들이지' 라고 인정한 것처럼, 루피는 해군이 자기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고 정당한 조직이라는 걸 인정하고 들어감.
단지 그게 자기 성미에 안맞아서 자기가 군인이 되는 걸 싫어하는 거지, '해군은 남 도와주는 좋은 녀석들'이라는 게 기본 인식임.
이건 CP9나 임펠다운에서 싸울 때도 마찬가지.
임펠다운은 빼박 루피가 가해자 쪽이라 뭐 건덕지도 없고,
사법의 섬을 습격해 CP9과 싸울 때도 루피는, '너희의 방식은 잘못됐다'거나 하는 이념적 비판은 전혀 안 함. 공리주의의 폭거라거나, 오하라의 멸망이 정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도 전혀 없음. 그냥 로빈이 죽게 생겼으니까 구하는 거임. 로빈이 정말로 전세계 인류를 위험에 몰아넣으면 어떡하냐고? 알바임? 로빈의 목숨 > 내가 모르는 불특정 세계 만민의 평화인데.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루피의 해군과 정부에 대한 스탠스는 '너희가 더 옳겠지만, 어쨌든 그 정의가 내 동료들 앞길을 막으면 싸운다' 정도.
도황이나 카이도 상대로는 '이게 지금 나라꼴이냐 ㅅㅂ?' 하고 화냈던 걸 생각하면 세계정부의 전모를 다 알게 되면 비슷하게 화내겠지만, 루피 성격상 눈앞에 들이밀어지지 않은 참상에 구태여 관심가지지 않는지라 현재로선 루피가 진지하게 세계정부에 적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듦.
굳이 말하자면 '안 건드리면 관심 없다' 정도겠지.
최근 에그 헤드 사건만 봐도 루피는 베가펑크가 불의하게 정부에 탄압받고 정부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므로 잘못되었다! 맞서겠다! 이런 식으로 키자루 + 오로성과 맞장뜬 게 아님. 걍 재밌는 메롱사과 할아버지랑 친해졌는데 그 할배가 자기 좀 구해달라니까 그러마고 약속해서 싸운 거지.
톡까놓고 말해 운좋게 베가펑크랑 안 친해졌으면 루피네는 해군 온다는 소리 듣자마자 에그헤드 신경 안쓰고 날랐을거임.
독자들은 이미 오로성이 루루시아를 날려버리는 장면을 봤으니까 루피 쪽이 차라리 더 정의라는 걸 알지만, 정작 루피는 베가펑크의 도주가 윤리적으로 정당하다거나 세계정부의 높은 녀석(오로성)이 뭔가 나쁜 짓을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음. 귀책사유를 찬찬히 따진 결과 오로성 쪽이 더 정의롭더라도, 루피는 신경 안 쓰고 베가펑크를 위해 오로성을 팼을 거란 얘기.
'세계정부가 자유와 인류애를 실현하고 해군이 진정한 정의의 군대였다면 루피도 해군에 들어와 가프의 꿈이 이뤄졌을거다!' 라는 얘기가 많은데, 드래곤은 물론 해군에 남겠지만 루피는 불가능함. 얜 애초에 해군이 싫어서 해적이 된 게 아니거든.
이런 가정은 '루피가 해군이 되지 않은 건 해군이 부패하고 부자유한 조직이기 때문이다'라는 명제가 대전제인데, 그게 아니란 얘기. 루피는 해군과 정부의 부정부패나 구조적 부조리에 대해 딱히 아는 것도 없고 별 관심도 없음.
결국 루피가 해군이 되기 싫은 건 해군이 억압적이고 부조리해서가 아니라 그냥 지 성깔에 안맞아서고, 정부랑 싸우는 건 지 성깔대로 사는 걸 자꾸 방해하기 때문 사실 지가 정부를 방해하는 거지만이지 얘네가 나쁜 놈들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란거지.
왕피스는 선과 악의 싸움이라기보단 자유와 질서의 대결이니까
세상에 대한 불만과 반항이 아닌 남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들에 대한 분노로 세상을 바꾸는 놈
왕피스는 선과 악의 싸움이라기보단 자유와 질서의 대결이니까
세상에 대한 불만과 반항이 아닌 남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들에 대한 분노로 세상을 바꾸는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