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환상과 환상 문학, 판타지 등의 이론에 있어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겨지는
로즈메리 잭슨과 톨킨의 이론을 통해 카제나를 분석해보자.
먼저 로즈메리 잭슨의 이론을 단순하게 요약해 말하자면
환상은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며,
현실의 억압된 욕망을 드러내고 사회를 드러내, 전복하려는 시도이다.
즉 판타지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가장 밀접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해리 포터로 예시를 들어보자
해리 포터는 고아이며, 더들리 가족에게서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해리는 현실의 결핍을 채워주는 마법사들의 세계로 이동하며,
사악한 볼드모트에게서 살아남은 특별한 존재가 되어, 부활하려는 볼드모트와 싸운다.
그런데, 마법사들의 세계가 현실의 문제가 전혀 없는 별세계인가? 그렇지 않다.
마법사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순혈주의는 명백히 현실의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다.
환상은 현실의 복제이기에 현실의 부조리가 환상 속에서 그대로 드러나며
해리 포터가 마법사들의 세계로 가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억압과 불평등, 금기, 이데올로기를 드러내 현실을 전복하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남미에서 마술적 사실주의 사조가 등장했던 것이다.
억압된 현실을 얘기하기 위해서, 그들은 환상의 힘을 빌어야 했다.

이 이론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왜 검과 마법, 드래곤이 나오지 않는 소설들
예를 들어 직장인이 과거로 돌아가 요리사로 성공하는 웹소설들이
어째서 '판타지'로 분류되는지 알 수 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현실의 욕망과 부조리를 비틀어 재현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한 성공'을 바라는 한국 사회의 요구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으로 대표되는 회한과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환상이라는 것은 현실을 전복하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그러면 볼드모트를 쓰러뜨리거나, 요리사로 대성공한다거나,
아니면 추방당한 S급 힐러가 오순도순 하렘을 만들어 치야호야 받는 것들은 뭔가 싶을 수 있는데
이것들은 전복된 현실을 새로운 질서로 봉합하여,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행동이다.

이것의 대가가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이다.
톨킨은 아예 유카타스트로피라는 개념까지 만들어냈다.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결국 반지를 버리지 못했지만, 결국 골룸의 탐욕으로 세계가 구원되었듯
모든 것이 구원되며, 절망 속에서 기쁨이 찾아오는 결말에서의 기쁨.
이는 독자에게 궁극적으로 세계는 선하다는 믿음을 회복시켜주며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선이 결국 악을 이기고, 나에게도 기회만 주어졌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며,
나를 헌신짝처럼 버린 곳은 언젠가 후회할 거라는 그 기쁨이, 장르적인 판타지의 상업적 공식이다.
이건 아까까지 설명하던 로즈메리 잭슨 선생님은 되게 경계하던 것이긴 한데...
뭐 어쩌겠는가 상업적인 것은 일단 재미가 미덕이다.

카제나의 문제는 굉장히 많지만
이야기 구조적인 부분에서는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부조리하고 망해버린 세계, 너 없어도 일할 함장 많아, 나는 함장인데 다들 내 권위 인정 안 해줘 등
카제나의 배경 속 이러한 부조리는 현실의 억압, 불평등 등을 비추는 거울이다.
문제는 카제나에서 이러한 부조리는, 어떤 새로운 질서로 봉합되지 않는다.
독자에게 현실의 부조리를 비추고는, 그것을 다시 어떤 새로운 질서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한다.
상업적인 서사라면, 당연히 이야기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떤 부분에서 독자가 갈등을 느끼고, 어떤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

상업적인 서사라고 나쁜 건 아니니까,
돈 벌 생각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