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모일, 번화가이면서 유흥가에 가까운 도쿄 아카사카에서
하타노 유이와 오츠키 히비키 공동 주연의 '기가 히로인 쇼'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행사에 빠질 수가 없어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레이블 '기가'는 전대물 패러디로 유명한데, 물론 제 취향과는 100만광년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무슨 기대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하타노 유이인데 빠질 수가 없었죠.
화려한 유흥가인 아카사카 골목길을 헤쳐가면서 저는 목적지인 '아카사카 찬스 시어터'를 찾았는데
정말 이곳은 구글 맵이 없었다면 도저히 찾을 수 없었을 겁니다.
화려한 골목 사이에 보호색처럼 보이지도 않는 계단을 타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곳에 있었죠.
하긴 AV쪽도 어지간히 가성비와 원가절감을 우선시 하다보니 이해가 갔습니다.
쇼가 시작하자 스크린에 포켓몬스터의 '고오스' 닮은 무언가가 뭐라뭐라 말을 하는데
딱 보니 빌런이었지만, NHK 아나운서 일본어 발음도 못 알아듣는 제가
온갖 이펙터에 노래방 에코 사운드를 덕지 덕지 쳐바른 발음 따위 모르니 그냥 '이게 뭔 짓인가' 하고 봤습니다.
다만, 프로젝터와 스크린 위치가 안 맞아서 중간에 스탭이 급하게 위치를 조정했던 기억만 납니다.
아, 이건 영화 시사회같은 건가? 스크린으로 기가의 영상을 보겠군.
보나마나 히로인이 좀 놀다가 납치 되어서 고문받다가 끝나겠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방가르드한 스크린 쇼가 끝나자 갑자기 전대물 빌런 같은 애가 무대 위로 나오더라구요.
딱 봐도 파워레인저나 전대물에 나오는 악당 분장을 한 캐릭터가 나오는데
대사는 사전에 녹음한 음성을 음향 시스템이 틀어주더라구요.
어디 컨벤션 센터나 방송국 공연장에서 하는 번개맨이나 파워레인저 쇼가 이런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지 딴에는 진지하게 악당 연기를 하지만, 말하는 거 하나도 못알아듣는 나에게는 저게 뭔 조화인가.
내가 돈 8천엔을 내고 코흘리던 초딩 시절에도 안본 파워레인저 쇼를 보러 온 것인가 하는 현자타임이 왔습니다.
일본인들은 근데 열심히 보더라구요. 허허.
그리고 드디어 슈퍼 히로인인 세일러 프레야(하타노 유이)와 세실 핑크(오츠키 히비키)가 나왔습니다.
하타노 유이는 세일러문 분장 흉내고, 오츠키 히비키는 전대물 핑크 복장이었구요.
저는 아까의 충격으로 현자타임에 빠졌다가 하타노 유이가 나오니까 일단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제가 일본어가 안되는 관계로 설명하지 못합니다만 대략적인 것만 이야기하면
1. 악당이 음모를 꾸미고 하타노 유이를 납치한다.
2. 악당이 고문으로 하타노 유이를 세뇌한다.
3. 세뇌된 하타노 유이가 오츠키 히비키를 만나고 다시 오츠키 히비키를 공격한다.
4. 하타노 유이가 붙잡힌 오츠키 히비키를 야릇하게 노릴 때(?) 또다른 히로인이 등장한다.
5. 악당과 싸움을 하고 물리친다.
뭐 정석적인 전대물의 스토리 흐름입니다만
이것이 AV레이블이 만든 행사라는 걸, 또한 그렇다고 아주 찐하게(?) 즐길 수도 없는 극장이라는 걸 감안해서
악당이 히로인들을 안아프게 생긴 조잡한 무기를 가지고 실컷 두들겨 패고, 히로인들은 ㅅㅇ소리를 내며 괴로워 하는 정도로 타협하더군요.
수십년 전 닛카츠 포르O 시절부터 이어져온 일본의 가학성의 역사와 러닝 타임을 어떻게든 채워야한다는 현실성의 조합으로
씨잘데기없이 무기 가지고 때리는 장면이 유독 길게 나오더라구요.
액션은 스턴트맨이 없는 관계로 무조건 하타노 유이와 오츠키 히비키가 100% 소화했습니다.
그 빡빡한 스케줄 사이에서 저 정도로 합을 맞추기 위해서는 꽤나 노력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 제 눈에는 하타노 유이가 무슨 액션을 해도 악녀의 김옥빈처럼 보일......리는 없고 그냥 하타노 유이 고생했어요.
그리고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악당과 싸우다가 위기가 오자 오츠키 히비키가 관객들을 향해
"지금 하타노 유이가 힘이 부족하니까 모두 힘내라고 소리쳐줘!"라고 말하자 모든 관객들이 "간바레!"를 소리친
그 순간만큼은 횡단보도를 손들고 건너던 초등학생 시절이 떠오른 유치함과 오글거림의 극치였습니다.
일본인들의 문화적 시각이 다른건지, 이들의 유치함의 기준이 널럴한건지, 내가 때가 너무 탄건지 모르겠습니다.
쇼가 끝나자 포토 타임이 되었습니다.
하타노 유이와 오츠키 히비키가 여러 복장을 체인지 하면서 계속 포토 타임을 가졌는데
하타노 유이는 포토 타임 때는 진지하다가도 왜 이리 마이크만 잡으면 푼수데기 아줌씨가 되나 했습니다.
역시 이 누님은 연예인이 되기에는 이미지 관리가 틀렸어. 했습니다.
뭐 저는 그것 때문에 좋아합니다만.
이건 포토 타임 때 모습을 움짤로 만든겁니다.
여담으로 짧게 2부가 있었는데 약간 스토리를 설명하자면
1. 악당 2호가 나온다.
2. 하타노 유이와 오츠키 히비키가 납치된다.
3. 악당이 고문을 한다.(이게 엄청 깁니다.)
4. 하타노 유이와 오츠키 히비키가 쓰러진다.
5. 악당이 다음 스토리를 알고 싶으면 3월에 있는 다른 기가 히로인 쇼를 보러 오라고 영업을 한다.
뭐 이런 식입니다.
왜 이렇게 일본은 여배우 괴롭히는 걸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다가
결론이 나버리자, 아 이건 20세기 이후 아방가르드 사조를 이해 못하는 내가 아직 미학적 경험이 부족하구나.
그렇게 결론을 내렸구요.
헐리우드와 한국 액션영화의 정교함에 맛들인 제 눈이 이번에 기가 히로인 쇼를 보면서
몇 장면에는 문화 충격(이걸 8천엔에 팔아? 초딩들 공연도 아니고 간바레는 뭐야?)을 느꼈습니다만
그래도 제작진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구요.
앙케이트 조사도 하고, 또한 저 몸치인 하타노 유이를 데리고 액션 연기를 저정도까지 하려면 고생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카사카의 찾기 힘든 골목에서도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한 열정과 노력만큼은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사람들을 발견했다.
이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결론. 하타노 유이의 전대물 히로인 공연과 코스프레 사진을 건졌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공연이었다.
다만, 누구에게 추천은 안하겠다. 아니 일단 이걸 추천을 할 수가 없다는 건 둘째치고.
8번째 만날 그날을 기다릴게요. 하타짱.
아, 그리고 오츠키 누님도 3번째 만날 수 있겠죠?
역시 글쓴이의 히타노 사랑..
8천엔 ㅠ
진짜 대단하신 분 ㅡㅡb
일본애들 취향은 가끔 이해안되는 부분이 있음.
진심으로 좋아하는일에 몰두하시는거 전 보기 너무좋네요 ㅎㅎ
진심 존경합니다 의인이심,,,
이분 취향은 진심 존중합니다.
하타노 유이가 새폴더님 알아보나요? 그게 궁금
아줌마 결국엔 담장까지 진출!
힘 내라고 소리쳐줘라고 요청하는 게
특촬쇼 하이라이트 ㅋㅋㅋ
유구한 전통(?)이죠.
혹자는 그 역사를 피터팬까지 거슬러 올라가더군요.
팅커벨 사망 장면에서 요정을 믿냐고 관객에게 묻는 장면
재밌는 글 잘읽었습니다.
이 분인거 직감하고 왔네요. 행동하는 양심은 ㅊㅊ
나름 신경쓴 행사네요. 코스튬 퀄리티가 좋음
이쯤되면 알아볼듯 ㅎ
존경합니다 ㄹㅇ루다가
안두인// 아뇨 몰라요. 1년에 한두번 보는데 어떻게 알겠어요.
아 부럽다
굿굿
3월에도 아키바에서 이벤트한다던데
이분이 불금쇼 나왔던 그 성인인가요?
때릴꺼야?// 불금쇼에 나오신 분은 다른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