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프는 그저 정의 실현보다는 해적들을 줘패고 싶었던 거 아닐까 싶은 모습을 지금까지 일관되게 보여준 캐릭터임. 가프가 무슨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서 그 사명감으로 해군에 입대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주먹으로 해적들을 때려잡고 싶어했고, 살면서 단 한번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아보려고 하지 않았음.
그러니까 딱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해적들만 자신의 주먹으로 때려잡을 수 있다면 그 외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불의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캐릭터가 가프이기도 함.
그래서 가프는 천룡인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갓 밸리 사건 이후에는 중장의 직급에만 머무르며 해적들을 때려잡기 위해서 천룡인과 적절히 타협하고 그들의 악행을 묵인하는 쪽을 선택했음.
그래서 가프는 천룡인들에 의해서 '해군의 영웅'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명성을 쌓았음. 아이러니하게도 가프의 행적도 민중의 영웅이 아니라 해군의 영웅이라는 점에서 가프의 한계성을 잘 드러내주는 별명이기도 함.
그래서 가프는 딱히 영웅이라고 불리는 것에도 관심이 없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 연연하지도 않는 면모를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지. 그래서 가프의 정의관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면모를 보이는 '나의 정의'라고 불리기도 함.
이 만화의 주인공이라는 루피도 남들을 안 돕는 것은 아니지만무슨 정의 실현을 해서 영웅이 되고자 해적을 자칭하는게 아니라, 그저 자기 동료들을 못 살게 굴거나 자유를 침해하고 속박하는 놈들을 줘패고 박살내고 날려버리고 싶을 뿐임.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다면 그게 선인이든 악인이든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고.
이런 걸 보면 저런 점에서는 할아버지인 가프와 손자인 루피가 놀라울 정도로 똑 닮았음. 지 마음대로 하고싶은대로 다 하는 거.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가프는 해군이고 정의감은 남아있지만 루피는 해적이고 정의감이 자신의 신념이 아니라는 것 정도지.
오다 에이이치로가 토리야마 아키라를 존경해서 원피스 연재 때 영향을 많이 받았다보니 가프로부터 이어지는 드래곤 루피의 할아버지 아들 손자 관계가 드래곤볼의 삼부자인 손오공 손오반 손오천의 캐릭터성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저 시궁창스러운 세계를 뒤짚어 엎어버리고 정의를 실현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올곧은 정의관과 그 정의관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신념으로 삼아서 행동하는 드래곤이 오히려 돌연변이지.
오 그럴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