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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좀 들어주시렵니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저는 올해 대학교 3학년 올라가는 학생입니다.
취미와 약간의 적성을 살려 대리운전으로 용돈을 벌고 있죠.
오늘 있었던 일을 좀 나누고 싶네요.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씁니다.
방학이라 일정이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라 돌아올 교통편이 확보된다면 타지로 가는 콜을 좋아합니다.
오늘 8시반 경 전주에서 광주로 가는 콜이 있어 냅다 잡았죠.
운행하는 과정에는 별 탈이 없었습니다.
차주 아저씨가 대략 40중반 정도로 보이는데, 가끔 있는 케이스로 꽤 친절하게 대해주시더라고요. 좋았습니다.
광주에 도착합니다. 대략 10시가 좀 안 되네요. 돌아오는 차편은 10시 20분과 11시. 이분의 오피스텔에서 터미널까지는 차로 5분정도, 어차피 광주 지리를 잘 모르니 그냥 일찍 올라가서 일을 더 하려는 찰나, 아저씨가 커피나 마시고 가라고 권하십니다. 날도 춥도 친절한 분이시니 커피 한잔 타주시려나보다 하고 감사히 승낙했습니다.
방에 들어갑니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시고 나가시네요. 싱크대에 따로 컵이나 조리기구가 없는 것 같아 어디 공용으로 쓰는 곳이 있나 하고 기다립니다. 시간이 좀 걸리네요. 한 10분정도 기다렸나...
아저씨가 돌아옵니다. 근처 카페를 다녀오신 모양입니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고 계시네요. 황송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친절에 감사하며 커피를 받아듭니다. 방이 따뜻하니 겉에 패딩은 벗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입니다.
한쪽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 쉬며 커피를 마시는데, 아저씨가 제 등 뒤로 오더니 어깨를 주물러 주십니다. 뜬금없네요.
그런데 점점 손이 가슴으로 내려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건장한 남자입니다. 여기서부터 정신이 멍해집니다. 멘탈이 흔들리는거죠.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강렬한 반응을 보이면 완력을 쓸지도 모르니 최대한 태연하게 넘깁니다. 이야기 주제를 여러 개 꺼내놓습니다. 자식이나 결혼이라던기, 직장이라던가. 그런데 아저씨가 자기 허리를 제 등에 밀착합니다. 노골적으로 비비적거리지는 않습니다. 이 때가 되서야 뭐라도 해서 해결을 봐야겠다 싶습니다. 조심스럽게 남자 좋아하시냐고 물어봤습니다. '가끔'이라고 대답하네요. 맞나 봅니다. 저한테 남자랑 자본 적 있냐는 질문도 하고, 오늘 자고 내일 새벽에 올라가라는 말씀까지 하시는군요.
이건 거절 안하면 나 오늘 ㅈ되겠다 싶습니다. 술드신 양반이니 최대한 완곡하게 거절하고 빠져나가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10시 20분차는 놓친지 오래. 일단 지금 저한테 하시는 행동이 다른 사람한테 좋게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씀드립니다. 상관없답니다. 멘탈 2차 폭파. 10시 30분에 이제 일어나야 될 것 같다고 하고, 터미널까지 태워주신다는거 극구 사양하고 후다닥 나왔습니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이야기인데, 쓰면서도 생각하지만 그때 상황이 제대로 묘사가 안 됩니다. 감정이야 저렇게 복잡하게 얽히지만 외적으로 볼 때에는 정말 매끄러웠거든요. 다행히 그분도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한데,
이렇게 밤이 새도록 심장이 벌렁거리고 소름돋아서 잠도 안 오는걸 보니 저한테 온 정신적 데미지가 생각보다 상당히 컸나 봅니다.
지금 당장의 걱정은 자고 일어나도 이 느낌이 사라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겁니다. 너무 소름돋거든요. 제 자신이나 상황이나 모든 것에.......
녹음은커녕 당장 몸이 굳어버려서 제대로 된 저지나 만류도 못 했습니다. 처벌은 아마 불가능할것 같습니다. 증거고 뭐고 없거든요.
부탁드립니다. 잠도 못 자고 있는 저에게 그냥 뭔가 좋은 말이라도 좀 해 주세요. 뭔가 도움이 절실한데 정확히 뭘로 도와주시면 좋을지도 모르고 머리가 실제로 핑핑 도네요. 따뜻한 말도 좋고, 조언도 좋습니다.
성추행이나 성폭O 피해자들이 왜 목욕탕에서 때타올로 자기 몸 피나도록 벅벅 문대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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