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는 정모게시판이란 게 있었음
당연히 예상되는 그런 부작용들로 인해 정말 오래 가지 않아 사라져버렸지만(정확히는 비공개처리, 처리 이전에 본인이 쓴 글들은 본인글 확인하기로 게시판을 가서 볼 수 있긴 함, 새 글을 못 쓰고 외부 노출이 안될 뿐)
암튼 그 땐 있었음
갓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해서 2학기를 열심히 다니던 나는 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되었고
겨울방학동안 빡시게 치킨배달을 하면서 걍 살고 있었음, 소소하게 덕질도 이것저것 하면서 자취방 생활비 및 용돈을 벌고 있었는데
괜히 사람이 보고파서(아싸복학생이었음) 오늘의 유머 정모게를 기웃거리고 있었단 말야?
이미 간간히 소소한 정모(책정모,자전거정모 등등) 나가본 적이 있어서 별 부담은 없었음
암튼 그 날도 좀 둘러보는데
'건담 더블오 온리전 가시는 분 있나요?' 란 제목의 글이 올라옴
(카톡 안된다고 전번을 다 까버리는 그 시절 패기)
간만에 동인행사, 그것도 건담이라니까 반가운 맘에 냅다 연락처를 남겼고
알바 막 끝나갈 즈음인 11시 54분에 덧글 남기자마자 얼마 안 가 모르는 번호로 냅다 전화가 왔음
본인: "OOO입니다, 누구시죵??"
상대: "앗...? 아 오유 정모게 글에다 덧글 달아주신 거 보고 번호 저장한다는 게 실수로 걸어버렸어요 죄송해요"
본인: "괜찮습니다~"
상대: "오늘 늦어서 내일 연락드릴게요"
본인: "넵~"
통화종료
어 근데 여자 목소리다???
난 당연히 건담관련 행사니까 상대가 남자일 줄 알았어
상대는 당연히 동인(녀)행사니까 내가 여자일 줄 알았고
근데 서로 예상이 틀려버림
뭐 사실 이건 딱히 중요한 건 아니야, 어차피 성별 상관없이 난 사람이 보고팠던 거라서...
암튼 그렇게 짧은 통화 후 난 퇴근을 하고
다음날 상대에게서 문자가 왔음
녹색-상대방
하얀색-본인
2월 6일 깔끔하게 일정까지 정하고 문자 종료
다음날 일어난 나는 먹을 걸 정해야 한단 생각에
뭐 먹을까요? 라고 먼저 문자를 보냈다.
갑자기 나이까지 서로 확인하게 되어버리고...
의식의 흐름이긴 해도 왠지 이어지는 대화
뜬금 MG더블오라이저 자랑하는 상대방
이 시점에 이르러 난 이 누님을 놓쳐선(건덕친구적인 의미로)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이 때는 이성으로서 좋아해서가 아니라
이성건덕친구로서 이 사람은 반드시 확보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대체 무슨 발상이었을까 난...
암튼 이 이후로 2월 10일 밤까지 이런저런 문자나 네이트온으로 끊어지지 않고 계속 대화했다.
단순한 생각으로 초면에 어색하지 않으려면 미리 친해져 두면 좋겠지...로 시작한 티키타카였는데 정말 친해져버리기 시작했다...
밤샘 네이트온 대화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하고...
근데 솔직히 난 이게 썸타는 것인 줄은 몰랐음(변명)
직전 날엔 착장타령하면서 마무리
참고로 대마후드 입고 감
그리고 2월 11일 실제 얼굴은 처음 보고 인사하고 점심으로 국밥먹고 행사장 돌아다니면서 굿즈사고 털래털래 놀다가
까페가서 커피마시고 빠빠이했다.
그리고 귀가하자마자
바로 다음 만날 일정을 잡았다.
10일 뒤인 2월 21일에 에버랜드 가기로 함
???
이게 애프터가 되네
이렇게 우리 부부 연애는 시작되었다...
차회예고
이번엔 호피후드 입고 옴
*혼자 온 거 아님*
이게 나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