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400년 전에 있었던 3차 공의회에서, 성녀님의 결혼은 신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축복하자는 결의가 있었습니다."
"아니, 공의회에서 왜 쓸데없이..."
추기경이 헛기침을 하자, 용사는 말을 흐렸다.
아무리 용사라고 하더라도, 신성모독으로 해석될 위험발언이었다.
"당시 초대 성녀께서 초대 용사님과 결혼하라는 신탁을 받아서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니, 신께서 왜 그런 신탁을 내리셨답 겁니까?"
"그분의 의지를 인간 따위가 어찌 감히 헤아리겠습니까?
다만 감히 말씀드리자면 초대 성녀께서 초대 용사님과 소꿉친구 관계로,
친밀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두분께서 행복을 찾기를 원하신 것이겠지요."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는 초대 용사의 이야기를 듣고 용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혹시 초대 용사께서는 이를 받아들이셨답니까?"
"받아들이고 말고가 있습니까? 신께서 신탁을 내리셨는데, 그분의 피조물이 이를 어찌 거부하겠습니까?
물론 어찌 감히 성녀님과 결혼하겠느냐며 사양하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만,
신탁을 거부하면 파문이나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하니 못 이기시는 척 받아들이셨죠."
그러니 너도 빠져나갈 곳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