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을 친구들과 함께 봤습니다.
2017년이 지나기 전에 이미 혼자 본 영화였는데
또 보고 싶었기에 친구들의 제안에 곧바로 응하게 되더라구요
처음 본 후에도 불펜에 후기를 남기려고 했지만,
이미 좋은 후기들이 참 많은데 후기를 쓰기엔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다 싶어서 몇 줄 쓰다 접었거든요
하지만 두 번째 보고 나니
'이런 영화를 봤다는 흔적을 어디에도 남기지 않는다면
훗날 너무나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짧게 소감만 작성해 봅니다.
저는 그 시절을 겪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실 그 시절 역사와 사회에 대해서도
말로만 듣고 책으로만 배운 내용이 저의 지식의 거의 전부구요
제가 처음으로 정치와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알게 된 때는 김대중 정권이었고,
구체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건 노무현 정권이었기 때문에
저는 사실상 이미 현재의 한국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갖춰진 후에야
정치를 공부하고 참여한 셈이죠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은 물론 지금도 충분히 느끼고 있지만
막상 내가 민주주의를 빼앗긴 시대를 살았다면,
그 시대를 살아온 분들처럼 나설 수 있을까 고민해본 적이 많았습니다.
근데 저는 솔직히 자신이 없더라구요..
저런 서슬퍼런 정권 하에서 내 몸 바쳐 정의를 외칠 수 있을까.
극심한 고통 가운데에서도 '옳은 길'을 지킬 수 있을까.
매번 생각할 때 마다 그 길을 자신있게 선택하지 못하는 저의 모습에
스스로 많이 실망도 하고 괴롭기도 한 마음이었습니다
지난 6월, 6월항쟁 3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한열 열사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눈물을 쏟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택하지 못하는 그 길을 당당하게 택하고 앞장섰다가
결국 군사정권의 폭력에 희생당하신 이한열 열사님..
그 인터뷰는 그 후로도 한동안 제 맘에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1987 이라는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영화를 볼 때 사전정보를 잘 수집하지 않는 편이라
이 영화 역시 예고편이나 시사회평 등을 굳이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다만 영화관 예고편은 다른 영화를 관람하려다 볼 수 있었구요
저는 영화평론가도 아니고 영화를 학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도 아니기에
어떤 학문적으로 분석하거나 모든 영화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주관적으로 1987은 정말, 정말로 좋았습니다
아..부족한 저의 표현능력이 원망스럽습니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말로 영화를 본 것에 단 1g의 후회도 남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태리-강동원 스토리가 참 와닿았습니다.
민주화운동에 직접적인 관심이 없던 김태리가
버스에 오르는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그 모든 과정들이
그 시대를 움직이게한 많은 학생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동원이 연기한 이한열 열사는..말이 필요없었구요
물론 앞부분도 좋았고 다른 모든 스토리도 좋았습니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어둠 속에 묻혀질 상황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진실을 지켜내고 그것을 밝혀 드러낸 모든 이들의 노력 또한
절대 잊혀져서는 안될, 너무나 귀하고 값진, 행동하는 양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종철 열사의 부검장면에서 삼촌의 오열 장면이나
화장 후 아버지의 모습도 정말 눈가를 자극하더군요...
영화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면서 등장한 종이 치는 모습이나
김태리가 길을 달려 광장 버스에 오른 후의 시민들의 물결 등은
뭔가 익숙한 컷이었지만 그럼에도 감동이 오고 마음을 때리는 장면이었습니다.
김윤석은 전작인 남한산성에서도 좋았는데 1987에서는 더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작들 이미지가 하나도 안떠오르고
그냥 이북출신 박처장 그 자체라고 느껴질만큼 강렬했어요
하정우는 사실 길게 나올 줄 알았는데 후반부는 비중이 사실상 없더라구요
그래도 호기로운 공안부장 역에 딱 맞았던 것 같습니다.
강동원 첫 등장은 두 번 관람한 모두 영화관에 탄성이 가득하더군요ㅋㅋ
이한열 열사의 사진으로만 봤던 그 장면을 영상으로 재현하여 보게 되니
정말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따지고보면 주연급 배역임에도 예고편이나 각종 홍보에서 감춰둔 채
특별출연으로만 여진구와 함께 이름을 올렸는데,
이걸 수락하고 참여해 준 것도 좋았습니다.
김태리는 아가씨에서 봤을 때도 참 예뻤지만
이번 배역 정말 잘어울렸고 그 감정이 저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었어요
유해진이나 박희순 같은 배우들도 모두 인상적이었고
특히 유해진이 '얼굴 때문에 검문에 맨날걸린다' 라고 할 때
저도 모르게 인정을...죄송합니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좋은 연기 해주셔서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가 문성근이나 우현 같은 배우는 저쪽 성향이 아닌데
왜 저런 역할을 맡은걸까 궁금해 하던데
저는 어느정도 이해가 되더군요..
제가 배우였다면 '동주' 같은 영화에 꼭 참여하고 싶었을거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배우들이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ㅎㅎ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마음도 눈가도 정리하려고 했는데
이한열 열사 노제에서 부르짖는 영상은 그러한 노력을 수포로
..
사실 두 번째 보면 처음보다 감정이 잘 컨트롤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울컥하는 걸 참을 수가 없더군요
두 번째 관람 후에 태연한 척 하며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응 이러고 다음 대통령 노태우 ~~" 이러고 농담을 하며 웃었지만
속은 웃는게 웃는게 아니란 말이 딱 맞았어요
진짜 맘이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이라서ㅜ..
제목은 영화에서 저에게 가장 박혔던 대사라서 선정했어요
많은 일들 속에 제가 정말 많이 하는 생각 중에 하나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마음을 모아 일어났을 때 세상이 바뀌기도 한다는 것을
민주화 운동 시대에도, 그리고 이 시대에도 증명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게 됩니다.
2016년은 '동주'
2017년은 '눈길'
을 각각 개인적인 최고의 영화로 꼽는데,
'1987'을 (2017년에 처음 봤지만 어쨌든) 2018년 정식 개봉기간에 (다시) 봤으므로
2018년은 조금 이르지만 '1987'을 최고로 꼽겠습니다.
왜냐면 주관적인 제 평점이 10점 만점에 10점이라서요 :)
아무래도 전 이런 영화 좋아하는 것 맞는 것 같습니다
앞뒤없이 그냥 생각나는대로 막 썼지만
다 쓰고나니 뭔가 후련하네요
영화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보러가야겠습니다
https://cohabe.com/sisa/48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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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수정]후기 잘 읽었습니다. 또 보고 싶은데 영화 보는 내내 울어서 몸살이 온지라 컨디션이 좀 돌아와야 다시 보러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보러 간 날은 엔딩 크레딧 다 올라간 후에야 일어서서 나가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전두환 온갖 욕을 크게 하셔서 다들 울다가 빵 터졌던 기억이. ㅎㅎ
오늘 2회차 관람했는데, 처음보다 눈물이 더 났던거 같네요. 영화는 뭐 두말할것 없이 잘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첫눈// 저도 첫관람 때는 엔딩크레딧 때 영화관이 불도 최소한으로 켜고 사람들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는데
오늘 관람은 작은 영화관이라 그런지 불도 좀 환하게 켜고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움직이더라구요..
그래서 쪼끔 아쉬웠어요ㅜ
전두환은 욕을 더럽게 많이 먹어서 지금도 살아있나봅니다 에휴...
짝짝꿍// 저는 처음 볼 때 혼자 간거라 맘놓고 펑펑 울어서ㅋㅋ;;
[리플수정]후기 너무 좋네요 저도 항상 내가 저시대에 저 상황이면 저렇게 할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는데 결론은 항상 입다물고 조용히 있었을거 같더라구요 자신이 없어요
저도 그런 고민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 시대에 내가 살았으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앞장서진 못했을 것 같은데, 만약 그렇게 숨어서 살았으면 영원히 부끄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글 잘쓰시네요...
글 진심 너무나도 잘 읽었습니다..
저의 맘을 그냥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적어주셨네요
저역시 김태리와 강동원과의 씬들 너무나도 좋았어요...
이게 약간 옥의티라는 평도 가끔 봤지만 저에겐 너무나 좋았던 장면들이며 슬펐습니다..
비록 허구이지만 또 한편으론 사실이기도 한 부분이라 생각했거든요
많은 소시민들이 김태리의 과정을 거치면서 분명 항쟁에 참여하신 분들도 계실거고 더욱더 성장했을거라봐서 좋았던거같아요
마지막 엔딩타이틀의 목놓아 이한열열사여 하며 외치는 문익환목사님의 장면은...
몇번을 계속 봐도 계속 눈물이 흐르더라구요..
진짜 좋은 영화이며 잘 만든 최고의 영화라 생각합니다..
추천 드리고 나갑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것 같습니다
나였다면 저리할수 있었을까..
역사는 젊은이가 이끈다는 말이 있죠
어찌보면 무모한
앞뒤 계산하지 않는 그 순수한 열정이
결국엔 역사를 이끄는것 같습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기성세대에겐 변화는 두려움이니까요
엔딩크레딧이 끝날때까지 본 영화.
진짜 엔딩크레딧영상으로 이렇게 가슴이 져미는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이런 저런 장면에 대해 좀더 극적인 효과를 위한 영화적 과장이겠지 하는 씬들이 당시의 실제 영상이란걸 깨달을때 느꼈던 복집한 심정이라.....
그 공포의 시대에 대한 두려움, 아픔 그리고 벅차는 국ㅎ뽕ㅎ 까지
혹시 보실분들은 크레딧 꼭 챙겨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