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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우담장 형님 소개팅 글 보고 끄적여봅니다.

저와 같은 처지에 계시지만 저와는 다른 연애관으로 힘들어하실 분들에게 한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일단 저의 연애관은 불행한 인생은 혼자로 끝내자입니다.
세상이라는 무대에 주인공은 고사하고, 조연, 하다못해 단역조차 되지 못하고 잘해야 배경, 심지어 그 배경조차 되지 못하고 무대 밖에서 무대에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봐야만 하는 인생을 사는 분들은 그냥 혼자 살다 가는게 낫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는 비루한 내 인생이 싫다.
-연애 또는 결혼도 결국 유유상종이다.
-비루한 인생이 만날 사람은 결국 비슷한 비루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나도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겠지만, 상대방도 내가 마음에 안 들것이다.
-설령 상호간 합의하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도 그게 과연 건강한 관계일까
예전에 밥벌이로 사진을 찍으면서 무수히 많은 커플을 봐왔습니다.
대저 선남선녀가 만나고, 외적으로 한쪽이 떨어진다면 남자쪽이든 여자쪽이든 부족한 것을 상쇄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집안이든 직업이든 학벌이든 뭐든간에요. 만약 보편적 시각으로 외적인 면이 떨어지는 커플이 있다면 슬프지만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도 느껴집니다. 서로간에 별수없이 맺어지는구나.
여기서 별수 없다는건 집안의 압력, 남들도 하는데 나도 해야지, 나이는 차는데 더 이상은 안된다. 이런 것들이죠.
그런 커플이 애를 낳고 돌잔치를 하면 또 화목하지가 않습니다.
혹시 돌잔치 스냅을 부르실 분들은 사진기사 앞에서 제발 싸우지 좀 마세요.
사진기사들 매주 적어도 서너쌍은 찍는데 서로 짜증내고 애는 울고 양가 부모한테 성내고 하면 화기애애한 집안과 비교를 안할수가 없습니다.
근데 제 경험상 남 앞에서 그런 커플은 앞서 말씀드린 전략적으로 그냥 결혼했구나 싶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랑해도 결혼하면 싸우는데 사랑이라는 감정 없이 결혼한 커플은 오죽할까요.
뭐 정 때문에 살지 라는 부모세대의 자기합리화도 있겠습니다만 정이야 하다못해 강아지 키우며 살아도 드는 것이고요.
우담장 형님도 답답해서 글 올리신것이겠지만 제가 만약 가까운 사람이라면 그냥 싱글라이프를 사는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웨딩 찍을때 한쪽은 돌싱녀고 한쪽은 총각인 커플도 있었습니다. 그 커플의 특징은 신부쪽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신랑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죠.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는겁니다. 나이가 많아도, 딸린 자녀가 있어도 남자든 여자든 본인이 비쥬얼적으로 괜찮거나 하면 본인이 만족할만한 선에서 매칭이 된다는 겁니다.
소개를 시켜주는 분들도 그걸 감안해서 맺어주려고 하지 무슨 터무니없는 사람을 소개팅 무대에 올리지는 않을겁니다.
즉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의 간극이 너무 큰 것이겠지요. 저도 20대 초반에 나름 훈남 소리 들으며 누님들께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을땐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과분할 정도의 아가씨들이 소개팅에 나왔습니다. 외모도 괜찮고, 학벌 좋고, 집안 좋고. 저 스스로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누님들은 자기 사촌동생을, 조카를 나같은 루저한테 소개시켜주지 싶을 정도로요. 돌이켜보니 그땐 그 주선자들 눈에 제가 그정도는 매칭되는 존재였다는겁니다. 물론 지금은 소개팅의 ㅅ자만 꺼내도 네가 알아서 해라지만요.
불편한 진실은 외면하고 싶습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소마처럼 달콤한 거짓말로 잠깐이나마 비루한 현실을 잊고 싶은거 이해합니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현실이 달라지나요. 그냥 명백한 운명에 순응하고 사시던가 아님 저항하고자 혼자 사시던가 해야죠.
우리 세대가 늙을때쯤엔 노인복지 시스템이 그나마 더 갖춰져 있지 않겠습니까.
인정 못하고 계속 자기보다 높은 상대만 쫓다 결국 혼자로 사느니 그냥 인정하고 혼자가 낫습니다.
인정은 했지만 끝내 별수없이 별수없는 상대와 별수없는 결혼을 하고 별수없는 아이를 낳아 별수없는 삶을 사느니 그냥 인정하고 혼자가 낫습니다.
그리고 따지고보면 우린 혼자가 아닙니다. 불펜이 있고 불페너가 있으니까요.

댓글
  • 4대천왕 2018/01/05 11:37

    그리고 따지고보면 우린 혼자가 아닙니다. 불펜이 있고 불페너가 있으니까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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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껑훈이 2018/01/05 11:39

    마지막 줄 명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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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2바라기 2018/01/05 11:40

    막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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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ndG 2018/01/05 11:42

    팩력배;; 막줄 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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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마사 2018/01/05 11:43

    남탓만 하는 분들은 이런 좋은 글을 봐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죠.
    다 끼리끼리 만나는법... 전 그냥 불펜이나 해야겠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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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명일순위 2018/01/05 11:49

    명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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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주메리미 2018/01/05 11:49

    와 진짜 좋은 글 잘 일고 추천누르고갑니다.ㅎㅎ
    마지막줄은 너무 감동적이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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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트럭 2018/01/05 14:26

    나도 멸종이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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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마을파크 2018/01/05 18:00

    추천 백개 해드리고 싶네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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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인애플맛 2018/01/05 18:37

    막줄이 심금을 울리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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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리스타 2018/01/05 18:45

    이런글엔 추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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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우생등심 2018/01/05 19:09

    [리플수정]마지막 문장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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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nerang 2018/01/05 19:12

    막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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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티니스트 2018/01/05 19:53

    인생에서 사실 바라지 않으면 모든게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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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2PECT 2018/01/05 20:21

    막줄 때문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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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ㄷIO 2018/01/05 20:34

    최다추천되보긴 처음이네요. 이거 실환가요? 이 영광을 불페너들께 돌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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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리츠장인 2018/01/05 20:41

    ㅋㅋㅋㅋㅋ아글쓴님
    반응귀엽네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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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바로가자 2018/01/05 21:04

    글을 참 잘 쓰십니다.
    아주 점잖게 멕이는 글이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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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글 2018/01/05 21:12

    동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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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우정 2018/01/05 22:19

    똑바로가자// 그냥 그 글을 보고 떠오로는 상념을 옮겨 적으신 거 아닐까요... 딱히 그분을 맥이려고 하신 건 아닌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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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뭉구 2018/01/05 22:53

    외면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진 않습니다만, 비루한 인생 직시해봐야, 비루할 뿐이 더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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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확한소식 2018/01/05 23:06

    슬프네요. 사는 이유가 먼가요? 이렇게 어무 기회조차 차단한 상황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삶을 서는 이유가 뭔가요. 삶에 다양성을 열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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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구한그릇 2018/01/05 23:48

    재미없는 내 인생 ㅠ 자살 가즈아~~~~~~~~~~~ ㅠㅠ 현실은 개쫄보라 자살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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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GRA 2018/01/06 00:28

    N포 세대의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 가슴깊숙히 시린글같아서 더 슬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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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ung132 2018/01/06 01:01

    사랑이 좋은 이유가 서로를 주인공으로, 세상의 유일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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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運七氣三 2018/01/06 01:06

    young132//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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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막전직관 2018/01/06 01:21

    글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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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션스 2018/01/06 05:12

    이거 실환가요 ㅠㅠ 래
    ㅋㅋ 뭔가 웃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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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고99 2018/01/06 08:09

    글은 잘 쓰셨는데, 겉으로만 봐선 다 알수가 없는거라..
    화목해보여도 속은 곪아 있을수 있고, 자꾸 싸우지만 실제론 서로를 많이 아끼는 집일수도 있고
    생각보다 세상은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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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siapink 2018/01/06 10:54

    마지막 줄이 참 감동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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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nsdale 2018/01/06 11:16

    막줄이 감동적이하는 댓글반응 왤케 웃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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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머 2018/01/06 11:36

    이런 냉소적인 글을 막줄때문에 추천하다니.
    ㅎㅎㅎ를 써야 할지 ㄷㄷㄷ을 써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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