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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이런 환자가 있다면 말려주세요. 3탄

안녕하십니까.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인 블루칩입니다.

굳이 이런 글을 유머 탭에 올리는 이유는, 적당한 게시판이 없는 것도 있지만 유머 탭은 남녀노소 모든 계층이 즐겨 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종종 시간이 난다면 이 탭에 제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제목은 입니다.


전신 마취를 하는 수술을 받아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수술 전날은 밤 12시부터 물을 포함해 금식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40대 여성으로, 유방암 수술을 위하여 입원하신 분입니다. 당시 상황을 그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당시 저는 수술방에서 수술 중이었고, 막 첫 번째 수술이 끝나 두 번째 수술 환자를 병동에서 수술방으로 내려달라고 부탁하기 위하여 간호사를 통해 병동에 전화를 했습니다.
병동에 환자를 내리기 위하여 전화를 했던 간호사가 저에게 한 말은


“선생님, 환자분이 뭘 드셨다는데요?”였습니다.


보통은 간호실에서 교육을 하고, 환자가 못 먹도록 몇 번이고 확인을 하는데 혹시 이번에 실수가 있었던 건가 해서 제가 바로 병동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선생님, 환자분이 밀전병을 먹었대요. 신부님이 수술 잘 받으라고 기도하고 주셨대요.”


주변에 이런 환자가 있다면 말려주세요. 3탄_1.png


암 환자분들은 대부분 우울감이 심해지고, 어떤 사고의 원인을 본인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환자분도 금식인데 그걸 먹은 본인의 탓이라며 병동에서 자학하며 울고 있었습니다. 환자에게 밀전병 하나 정도라면 크게 무리가 없고, 아침 일찍 일어난 일이니 수술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음을 설명해 줬고, 수술은 다행히 그날 오후 늦게 할 수 있었습니다.

(혹여나 신부님과 환자를 탓하지는 말아 주세요. 그분들은 좋은 마음으로 약간의 실수를 하셨으니까요.)


오늘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수술 전 금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3탄까지 읽으신 분들 중에서 의료 종사자나 의료 지식이 있으신 분들은 제가 외과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됐을 겁니다. 가끔 외과 의사로 응급 수술을 받게 됐을 때 아쉬운 경우는 금식이 안 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저희 외과 의사끼리 늘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배가 덜 아픈가 봐. 왜 배가 아픈데 밥을 먹고 왔지?”입니다. 모든 응급수술이 그러하지는 않지만, 충수돌기염(맹장염) 혹은 담낭염과 같이 응급실에서 자주 보게 되는 수술은 터져서 목숨이 위태로운 경우가 아니라면 금식 시간을 지키게 됩니다. 환자는 배가 너무 아픈데, 밥을 방금 먹었다면, 짧게는 6시간, 길게는 8시간 동안 아픈 배를 부여잡고 응급실에 누워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배가 아플 때는(대표적으로 장염) 금식을 하고, 수액을 통하여 영양분을(TPN이라고 하는 탄단지가 들어 있는 수액)으로 영양을 보충하며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배가 아프다면 정말 마르신 분이 아니라면 조금 굶고 병원을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오늘은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질환은 아니었지만, 조금의 꿀팁 정도 공유하고 글을 마치려 합니다.


사실 오늘 재미있는 뉴스를 봤습니다.


주변에 이런 환자가 있다면 말려주세요. 3탄_2.png



저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정확히는 제가 아니라 저희 와이프가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생긴 일입니다. 하지만 외과 지식이 필요해서 저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알게 됐죠.) 공유할까 하다가, 도저히 배울 만한 점이 없는 것 같아 영성체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그래도 궁금하다는 댓글이 많으면 그냥 썰만 풀어보겠습니다.


3줄 요약

수술 대기 중인 환자가 신부님께서 주신 영성체를 수술 직전에 먹었습니다.

수술은 결국 연기가 됐습니다. 수술 전 금식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혹여나 배가 아프다면 수술을 고려하시고 굶어보시는게 어떨까요?

 

2탄 링크는 아래입니다. 혹시 지난번에 못 보신 분은 아래에서 봐주세요.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1067327

댓글
  • 피해욧장판 2025/06/17 21:32

    그냥 비추 분리수거에 연연하지 마세요.
    이유없이 베스트 글 주루룩 비추 주는 사람도 있고
    꾸준글 싫어하는 사람도 있음.

  • blue-chip 2025/06/17 21:24

    오늘 글은 비추천이 있네요. 분리수거(어떤 기능인지는 잘 모릅니다.)도 있구요. 혹시 왜 그런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 [122일환]真-인환 2025/06/17 21:18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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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落淚 2025/06/17 21:19

    아.... 나도
    칼 조심해야겠다
    보형물 부터 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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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냐옹쿠키 2025/06/17 21:20

    동생이 수술검사전에 목마르다고 보채서 아침햇살 사다줬는데 의사선생님이 뭐 먹은거 있었냐고 물어보더니 검사일정 연기된적 있었음. 그리고 난 겁나 혼났음.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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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ue-chip 2025/06/17 21:24

    오늘 글은 비추천이 있네요. 분리수거(어떤 기능인지는 잘 모릅니다.)도 있구요. 혹시 왜 그런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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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비키니 성애자 2025/06/17 21:31

    중국 여성의 기사가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간혹 중국이 언급되는 것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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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욧장판 2025/06/17 21:32

    그냥 비추 분리수거에 연연하지 마세요.
    이유없이 베스트 글 주루룩 비추 주는 사람도 있고
    꾸준글 싫어하는 사람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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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체맛캔디 2025/06/17 21:34

    위에 친구 말대로 비추에 연연하지 마십셔.
    좋은 글인데 뭐에 심사가 불편했는지는 지들만 알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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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신하고싶어라 2025/06/17 21:33

    병원에서 하라는대로만 하면 거의 문제가 안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메뉴얼을 안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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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체맛캔디 2025/06/17 21:35

    ㄹㅇ 난 오히려 무서워서 거의 칼같이 지키는데
    뭣때문일까... "괜찮아 안죽어"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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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zEyOTM0 2025/06/17 21:34

    껌은 허용 좀
    https://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7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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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ltnqjsgh 2025/06/17 21:35

    환자 심리상태까지 걱정하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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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식갈비 2025/06/17 21:35

    속이 비어야 위내시경도 받을 수 있다! 의사선생님의 말을 믿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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