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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 백수 11개월 공백 깨고 취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몇번 글도 쓴 적 있고 눈팅은 매일 하며 가끔 댓글도 다는 자게이입니다.
취직해서 매우 기쁜데 자랑할 데도 딱히 없고 해서 글이나 남겨 봅니다.
예전에 해외건설 관련해서 질문도 받고 했었는데...
SKY 토목과 졸업해서 대기업 건설사 9년동안 다니다가,
건설경기때문에 회사 분위기도 너무 안 좋고 사내문화, 많은 업무량 버틸 수가 없어 올해 1월자로 자진 퇴사했습니다.
진급에서 밀리지도 않았고 과장 직급에 실수령 연봉 8천 이상인 직장을 내 손으로 때려치고 나올 때 양가 부모님 한숨만 푹푹 쉬셨네요.
물론 저는 직장에 질려버려서 그만 둔다고 인사하고 다닐 때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ㅋ
7급 기술직 공무원을 목표로 작년에 이미 휴직계 내고 10월달부터 공부 시작했는데 올해 서울직 국가직 떨어지고 재도전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2년차 때 시험이 목표이긴 했지만 막상 시험 못 보니 실망이 크긴 하더군요.
집사람이랑 예민해져서 싸우고 연락 끊고 4일동안 혼자 여행도 다녀오고...
고학력자 백수인지라 욕심이 있어서 괜찮은 직장만 가고 싶은데 고학력 늙다리 선호하는 곳은 없고...
정말 기술로 먹고 사시는 분들보다도 한참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실업급여때문에 공사/공단 여기저기 토목직 원서 넣어보다가 취업활동 다변화 측면에서 공사/공단도 넣어볼까 싶어 본격적으로 넣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서류는 2/3정도 되는데 문제는 직무능력시험과 전공시험이더군요.
준비 빡세게 한 파릇파릇한 취준생들도 우수수 떨어지는 마당에 혼자 공부하고 시험 보는 저로서는 떨어지는 게 당연지사였습니다.
정보 좀 얻으려고 공기업 취업카페 가입해 봤는데 요즘 20대들 우리때와는 준비 수준이 차원이 다르더군요.
스펙 보고도 정말 놀랐고 방학마다 자격증 취득, 인턴에 스터디까지 만들어서 필기시험, 면접 준비하는데 정말 이러고도 수십군데 떨어지는 것 보고 놀랐습니다.
정말 취업난으로 어려운 세대가 맞는 것 같습니다. 남 걱정 할 때가 아니었지만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던 중에 제가 사는 인천시 거주자 한정으로 뽑는 지역 시설공단 한곳에서 필기시험 합격 통보를 받았고 최종면접에 임했네요.
전공과목 두과목 중 한 과목은 모두 풀었으나 한 과목은 모르는 내용이 많아 상식 선에서 풀었는지라 사실 별 기대 안 했는데 면접까지 가게 되서 예상 질문에 답변까지 만들고 시설공단 관련 정보들 찾아 읽으며 혼자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2명 선발에 4명 면접인데 15분씩 각자 면접이고 2분은 20대 취준생처럼 보이는데 한분은 여자분, 저를 제외한 나머지 한분은 저보다도 나이가 많아 보이시는 분이었습니다.
면접 무난하게 끝내고 나와서 지난주 금요일 결과 발표됐는데 합격이네요.
어제 임용등록 서류 내러 갔더니 나머지 합격자도 그 나이 많아보이시던 분이더군요.
면접을 리크루팅 회사에 외주 줘서 하고 고용노동부 감독도 나와서 했다고 하니 경력이 있어서 나이 많은 사람만 의도적으로 뽑힌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젊어보였던 취준생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제 실력으로 들어간 것이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연봉은 1/3 토막 났고 공무원같은 연금도 없지만 안정성에 낮은 업무강도, 20분 남짓한 출근거리만으로도 너무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양가 부모님은 기쁨 반 걱정 반이시지만요. ㅋㅋㅋㅋ
암튼 즐거운 마음에 주절거려 봅니다.
아 그리고 항상 이슈가 되는 공무원 시험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7급 공무원은 정말 난이도가 높습니다.
저도 공부에는 꽤 자신이 있는 편이었는데, 합격컷으로 형성된 점수대가 꽤 죽어라 해야 될 정도의 점수대입니다.
공부머리도 있어야 하고 끈기도 많아야 됩니다.
거기다 나이가 많아지니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전 일요일 하루 쉬고 나머지 6일 순수 8시간정도씩 공부했습니다.
계속 공부해서 내년에 도전했다면 반반인 것 같습니다.
9급은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문제는 확실히 7급보다 쉬우나 경쟁률이 매우 높고 컷이 80점대인 것을 보면 결코 만만하게 볼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직장이 힘들어서 때려치우고 공무원이나 해볼까 생각하시는 분들은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셔야 합니다.
공부머리와 끈기 두가지를 모두 가져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거 답답해서 못 참고 1년 이상의 기간을 매일같이 대여섯시간 공부해본 경험이 없는 분들은 거의 불가능에 수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ㅋ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ㅎㅎ

댓글
  • 夕香 2017/12/20 23:05

    축하합니다^^ 그동안 맘고생 많으셨겠네요
    시설공단이면 정년 보장되는 곳 아닌가요? 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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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18

    네 60세 정년입니다. 대기업에 비하면 정말 좋은 부분인 것 같습니다. 뭐 그 이후도 문제긴 하지만요...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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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A 2017/12/20 23:06

    정말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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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18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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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를만지느랴샤샤샤 2017/12/20 23:06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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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1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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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ewm 2017/12/20 23:08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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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1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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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셔터의설레임™α100 2017/12/20 23:08

    축하드립니다 ㅎㅎ 비슷한 나이대라 남일 같지가 않네요.
    그리고 요즘 신입들 취업 정말 어려운거 같습니다. 인턴으로 있던 애가 연대 전자과였는데 거기도 60~70% 밖에 안된다고 하더군요. 눈만 높아서 그런다는 둥, 노력도 안하고 사회,나라탓 한다는둥 이런 소리는 좀 안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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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21

    공사/공단 합격자 취준생들 평균 스펙이
    인서울 4년제 대학교 졸, 토익 800~900, 기사 한두개, 그 외 자격(한국사, 한국어나 그 외 잡다한 것) 두세개, 다수의 인턴/공모전/봉사활동 경험
    이정도더군요. 정말 평균입니다...
    전 기사 하나도 없이 취직 했었고 동기 입사자들도 상당수 그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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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레스구때 2017/12/20 23:09

    퇴직금 2억쯤ㅎ
    저도 그쯤 나와서 일년반 돌다가 올여름부터 출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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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22

    네 저도 퇴직금 좀 받고 나왔습니다. ㅋ 그걸로 집사람이랑 쇼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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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동건乃 2017/12/20 23:10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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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2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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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ndfields 2017/12/20 23:11

    그 경력에 11개월 공백 아무거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지금 학생들이 스펙들이 높은건 아니고요.. 이거저거 해서 많아보이는거 같네요.
    학교 + 경력이 80-90% 에요 ㄷㄷ 아니 사회는 경력만 2/3 정도 보는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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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23

    이거저거 해야 된다는 카더라가 많다보니 취준생들도 불안해 하는 것 같아요.
    머리로는 좋은 대학 나왔고 머리 있고 경력 있는데 뭔들 안 되겠네 했는데 마음은 정말 불안했네요.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나고...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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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의여진상 2017/12/20 23:12

    진짜 축하드립니다. 저는 공채로 들어간 국립대병원 행정직 30대후반에 때려치우고, 공무원 7급 도전햇다가 2번 떨어지고, 공부3년차에 9급 합격해서 지금 41살에 8급이네요;;; 내년 1월에 7급달 차례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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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24

    제 친구 말로는 공무원은 수평조직이라 나이 많아도 좀 괜찮다고 하던데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시험 준비하신 기간이 길었으니 정말 피 말리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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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의여진상 2017/12/20 23:27

    공부할때 와이프 눈치는 없엇는데, 처가집 보기가 젤 힘들엇네요. 그래도 지금은 기피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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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dinerie 2017/12/20 23:12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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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2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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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병자리 2017/12/20 23:13

    홀몸으로 관두기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대단하시네요.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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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25

    집사람이 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퇴직금을 좀 받은지라 그걸로 쇼부 봤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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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raded 2017/12/20 23:18

    축하드립니다. 친척형이 시설관리공단 다니는데, 그래도 60세였나 65세까지 보장되고, 연금없는거 빼면 요즘 같은 세상에 좋은 직장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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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26

    저같은 일반직이 60세이고, 기능직 분들이 65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직장이죠. 합격된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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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려 2017/12/20 23:20

    청사에 파견 나와서 근무하고 있는데 주무관 사무관들 어벙한 애들 진짜 많은데 7급이 그렇게나 빡세군요 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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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27

    외워야 될 분량 보시면 정말 토 나오실 겁니다. 자식이 7급 붙었으면 현수막 내걸 정도는 아니어도 친구들한테 자랑할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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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any™]하이엔드 2017/12/20 23:34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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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3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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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한심장 2017/12/20 23:36

    축하드립니다~
    고생하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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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3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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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5/D3/세탁매앤ⓕ 2017/12/20 23:36

    왠지 저랑 비슷한 회사 다니셨을듯...판교가 본사인 회사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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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38

    ㅋㅋㅋ 맞습니다. 많이들 나가셨고 또 나가고들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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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elGoodphoto 2017/12/20 23:39

    ㅊㅋ드립니다 9급이나 7급이나 공무원시험이 머리가 좋다고 합격하는게 아닌건 맞습니다 무조건 끈기죠 저는 노는걸 좋아해서 하다 놀다하다 놀다해서; 공무원시험엔 안 맞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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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48

    감사합니다. 정말 끈기 없이는 안 되는 시험입니다. 시작들 하시기 전에 심사숙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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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정리 2017/12/20 23:45

    9급 무시하다간 평생백수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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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49

    딱 일년만 좀 열심히 하면 되면 다 되는 그런 시험은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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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정리 2017/12/20 23:52

    제가 현직인데....인서울 중상위 이상. 지거국 상위권 학과 출신 많거든요.
    응시자와 합격자, 문제난이도와 합격의 난이도의 차이를 사람들이 잘 모르는거 같더군요.
    뭐..그래봤자 7.9급 봉급이야 뻔하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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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59

    합격의 난이도라는 표현이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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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hyWoody 2017/12/20 23:45

    축하드립니다. 이제 진정 이미 지나버린 고학력 스펙 내려놓으시고 인생 적당히 즐기면서 즐거운 가정 꾸리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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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51

    감사합니다. 양가 부모님들은 어렵게 크신 분들이라 고학력 혜택을 스스로 걷어찬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눈치는 좀 보이지만 ㅋ 그냥 여유롭게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제가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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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피안 2017/12/20 23:49

    정년은 인구구조상앞으로 늘면늘지 줄일은 없을거에요.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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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51

    감사합니다. 욕심이지만 중간에 정년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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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 2017/12/20 23:50

    축하드립니다ㅋ저도 토목쟁이 ㅠ이제6년차들어가는데ㅠ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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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53

    감사합니다. ㅋ 그리고 고생 많으십니다. 일 험하고 변수 많고 출근 빠르고 퇴근 느리고 휴일 출근하고. 토목쟁이는 진짜 어려운 직업인 것 같습니다. 나와본 경험자로서는 회사 다니시면서 꼭 자격증 따시라고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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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wangking 2017/12/20 23:50

    축하합니다
    같은 83년생이시라 와닿는 부분이 많네요.
    어려운 결정하시고 하나 성취 하셨으니 두번째도 잘되시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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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0 23:54

    감사합니다. 님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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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K핵잠수함 2017/12/20 23:59

    용기가 대단하십니다
    요즘 기업들 기업문화가 정말 ㅠㅠ
    술판에 꼰대짓에 아 ㅠ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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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신사모 2017/12/21 00:01

    용기라기보다는 탈출이었습니다. ㅋ
    제가 좀 소심하고 술도 그닥 안 즐기고 위계서열에 정말 약해서 힘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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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시탈 2017/12/21 00:15

    어이쿠~축하합니다.
    저도 인천 모 시설관리공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 공단이라 반가움에 몇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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