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2 오프닝에서
제이크가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말을 제대로 배우기까지는 몇년이 걸렸지만, 이젠 나비어를 들으면, 영어처럼 들린다"
라는 대사와 함께
나비어 특유의 노란 폰트 자막이 스르르 사라져버리며 그시점부로 모든 나비어가 영어대사로 변한다.
인류와 별다른 교류를 하지 않은 멧케이나족까지도 모두 능숙하게 영어대사를 함으로서.
사실상 "그냥 극적허용으로 관객몰입을 위해 영어를 쓰겠습니다" 라고 박고 들어간것.
시나리오상으로도
"지금부터 나비족끼리 나누는 모든 대사는 영어로 들릴 것입니다."라고 지시어가 있다.
??? : SF적 리얼리티를 관객편의성이라는 방패 하에 그냥 대충 포기해버린 무성의한 결정 아닌지?
듄 같은 영화를 보면서 좀 반성해야하는것이 아닌지?
................라고 할수도 있지만. 사실 이러한 설정을 통해서 묘사하는 캐릭터성이 존재한다.
나비족"끼리" 나누는 대화는 영어로 들릴것이다.
제이크는 영화 1편 시점부터 사실상 완전히 본인의 정체성을 나비족으로 확립했고
그렇기 때문에 "나비족끼리" 만 대화하는 장면에서 제이크도 포함된다.
스파이더 역시도,
나비족들 사이에서 자랐고, 본인을 육체의 한계와 별도로 나비족으로 인식하기에 (성 정체성 혼란과 비슷하게.)
나비족 언어를 구사하는데 매우 유창하고 이 역시 "그냥 영어로 들려줄게요" 룰에 적용된다.
노엄, 맥스, 그 외의 "배신자" 잔류 과학자들은
본인의 정체성은 인간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비족 언어 능통자들이다.
지구 올때부터 빡세게 어학공부 요구받는데, 거기에 15년동안 지지고 볶고 살았으면 뭐.
자, 그러면 이제 "나비족 말이 그냥 나비족 말로 들리는" 케이스가 하나 나와야겠지 않는가?
부활한 쿼리치 대령은 나비족 몸에 메모리를 이식하면서 겸사겸사 서비스로 나비족 언어사전도 이식해준것인지
관객들에게 "니 나비어 할줄 알앗니?" 충격의 순간을 선사하지만
다들 봤다시피 그에게 있어서 나비족의 몸은 그저 더 강해진 수단이자 모종의 저주에 가까운 것이었고
나비족의 방식을 배우리라고 선언했지만 그것은 나비족에 진정으로 동화되기 위함이 아닌,
험악한 자연에서 적응하고 적의 방식을 학습하기 위한 전략적 방침일 뿐이었다.
그렇기때문에, 나비어가 "그냥 머릿속에 들어있고 대충 말할줄은 알음" 정도로만 인식되는 쿼리치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나비족 캐릭터들이 영어가 아닌 본래의 나비어 대사로 말을 한다.
심지어 스파이더가 통역하려고 들어준다는 내용의 컷이 아니면 자막도 안달아준다.
에이 뭐라 씨부리는지 이해도 힘들고 걍 다 불태워버리자
이건 심지어 제이크 가족과의 대치씬에서도 적용되는 룰인데.
약간의 문법도치나 원주민 억양이 셀뿐 준수하게 영어대사를 소화해내던 네이티리가
쿼리치와의 후반부 대치전에서는 네이티리는 "그레이스 학교에서 영어를 어느정도는 배움"이라는 설정에 맞는 수준 어휘만 구사한다.
"내 딸을 놔줘! 아니면 네 아들을 베겠다!" 이정도 말이 나와야 되는데
"놔라, 나 벤다(Release, or i cut)" 이정도 수준 대사밖에 못하던 네이티리를 기억해보라.
사실 그냥 관객편의고 뭐고 철저하게 언어분리하는 설정이 로어에는 더 충실한 묘사겠지만
카메론 감독은 나름의 방법으로 이런 "관객편의" 설정을 어느정도는 써먹었다.
3편, 혹은 그 이후부터 쿼리치 역시 "나비족 말이 영어로 들리는" 상황이 올지는, 지켜봐야한다.
이건 또 재미있는 디테일
https://youtu.be/8nBbRPot3Z8?si=HIKA7X1ew0wG_PVt
사실 이런 "누구 입장에서는 언어가 어떻게 들리고 누구 입장에서는........." 이런 연출 자체가 좀 아차하면 망해버리기 쉽긴 함.
당장 이 장면도 "관객들이 그 의미와 무게에 이입해보라"는 의미로 듀로탄의 오크어를 인간어로 바꿔주고
대신 "통역을 하고 있는 가로나"의 언어를 뭐라 꾸시렁거리는(영어가 아닌) 언어로 바꾸는 일종의 1인칭 연출?을 보여줬는데
관객들 반응은 "뭐야 영어 할줄 알면서 여태 뭐함?" 이런 웃음벨뿐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