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문장
교황청 내외에서 도는 악담 중에는 '교황이란 직책은 천국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교황 일을 하다간 절대로 오래 못 사니까'라는 말이 있다. 교황직은 그 정도로 매우 힘들고 어려운 직위이다. 교황을 중심으로 한 철저한 중앙집권체제인 카톨릭 교회에서 추기경에 서임된 인물들은 모두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정치적인 야심도 적지 않지만 그런 추기경들조차도 교황직은 매우 부담스러운 직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일과이다. 교황은 하루에 최소 14시간, 일주일에 7일을 일하는 자리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은 평균보다 더 많이 일한 편이다) 어떤 블랙기업보다도 가혹한 근무조건인 셈이다. 카톨릭 성직자에게 주일은 쉬는 날이 아니라 가장 업무가 많은 날인데, 카톨릭 성직자들의 수장인 교황의 업무량은 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한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역대 교황 중 재임기간이 가장 긴 3명을 들어보면...
초대 교황. 베드로
재임기간 34년~37년
255대 교황. 비오 9세
재임기간 31년
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임기간 26년
초대 교황인 베드로의 재임기간이 역대 교황 중 1위이다. 네로 황제에 의해 순교하지 않았다면 타 교황들이 범접하지 못할 정도의 재임기간을 쌓았을 확률이 높다.
베네딕토 16세가 당선된 2005년 콘클라베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라는 영화에서는,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시스티나 경당에 모인 추기경들이 죄다 '저는 아직 교황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며 기도를 드리는 장면이 나온다. 작중 주인공인 멜빌 추기경은 교황으로 선출되었으나 취임을 거부하고 도망쳐버렸다.
추기경들이 교황 선출을 꺼리는 것은 고증으로, 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 선출됐을 당시 단두대 도끼날이 내 목에 떨어진 것 같았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8년간의 교황 재임기간 내 과로로 큰 고생을 했고, 결국 2013년 생전퇴위를 선언했다. 그리고 9년의 은퇴생활 뒤 2022년 선종했다. 교황 재임 당시 베네딕토 16세의 사진을 보면 매우 짙은 다크서클을 확인할 수 있다.
카톨릭 교회는 교황청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이고 교황은 교황수위권과 교황무류성을 가지고 전 세계 카톨릭 신자들을 대표하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이 매우 막중하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라온다는 말을 생각하면 추기경들이 왜 교황직을 꺼리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트럼프 : 뉴욕 추기경을 교황으로 추천합니다!
뉴욕 추기경: 제가요?
트럼프 : 뉴욕 추기경을 교황으로 추천합니다!
뉴욕 추기경: 제가요?
잠깐 게임 할 시간도 없네...
더군다나 이번엔 저번 교황님이랑 잘못하면 비교될 상황이니..